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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으로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과 취약성 동시에 부각 미국, 중국 사이 ‘위태로운 외줄타기’ 심화 전망 미국 압박에도 중국은 여전히 대만 ‘주요 수출 시장’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미국 대선 승리는 더욱 고조될 미중 갈등 속에서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을 확인하는 계기로 보인다. 하지만 두 번째 트럼프 정권이 특유의 ‘거래적 대외 정책’(transactional foreign policy)으로 글로벌 역학 구도를 재정의하는 상황에서 대만의 ‘지정학적 외줄타기’는 더욱 살얼음판을 걸을 전망이다. 미국,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 탈피와 국방력 강화, 우방국들과의 관계 강화만이 대만의 자주권과 경제적 안정을 지키는 길이다.
트럼프 정권, 대만에 군사비 증액과 미국 무기 구매 압박
대만은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2.5%를 국방 예산에 할애하고 있는데 이는 NATO(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북대서양조약기구)에 포함된 영국, 프랑스 등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국방 예산 증액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고 대만의 국방비가 충분치 않다는 트럼프의 반복되는 비판으로 볼 때 대만 정부는 앞으로 더 많은 미국의 최첨단 무기를 구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전 재임 기간 중 이미 전투기와 미사일 시스템을 포함한 대규모 국방 시스템 거래를 밀어붙였고 2021년 한 해에만 7억 5천만 달러(약 1조 649억원)에 이르는 무기 거래를 승인한 바 있다. 이러한 요구는 두 번째 임기에 더욱 거세져 대만 경제에 크나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이러한 거래가 미국 국방 산업을 살찌우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양국의 군사적 유대를 강화하는 조치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만 반도체 산업이 미국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다는 트럼프의 비판과 강해진 국방 예산 증액 요구는 향후 미국의 안보 지원이 더 값비싼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경제적 요구 응한다 해도 미국-대만 관계 안정성 보장 안 돼
일부 분석가들은 이번 기회에 대만이 경제력을 활용해 트럼프의 요구에 응함으로써 미국과의 외교적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이 더 큰 위험을 동반한다는 경고도 있다. 트럼프의 변화무쌍한 정책 변화와 대만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경시로 인해 미국-대만 관계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러한 불확실성과 함께 대만에 호의적인 1기 행정부 관료들이 자리를 떠나 이제 트럼프 주위에 친대만 정책을 주장할 사람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도 추가된다. 물론 차기 국무 장관이 유력시되는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상원 의원과 마이클 왈츠(Michael Waltz) 국가 안보 고문 내정자 등은 강력한 대만 지지 의사를 보여 왔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국의 대만 전략 수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미국 압박으로 중국 시장 비중 축소 시 대만 경제 타격
경제적 관점에서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적대적 입장은 향후 미국-대만 관계를 좌우할 중대한 요인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 후 대만 정부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억지 전략을 유지하는 동시에 대만과의 우호적 관계를 지속해 줄 것을 희망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해 대만으로 하여금 군사적, 경제적으로 반중국 입장에 서도록 요구해 대만이 중국 시장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면 이는 대만에 크나큰 경제적 피해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대만은 장기적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편들기를 지양하고 두 강대국 사이에서 현명하게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대만 중앙은행 역시 대만이 미국 주도 경제 정책에 편입된다면 수출 성장과 국내 투자에 지장을 초래해 전반적인 대만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따라서 반도체를 비롯한 대만 산업계는 갈수록 증가하는 트럼프 정권의 관세와 보호무역 조치에 대비한 사전 대책을 다각도로 강구해 둘 필요가 있다.
트럼프 리더십하의 지정학적 정세도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 대한 미 행정부의 강경 노선 자체는 대만에 유리한 입장을 제공하겠지만 트럼프 특유의 일관성 없는 경제, 외교 전략으로 인해 향후 정책 예측이 안개 속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만은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가해질 경제적, 전략적 압박에 대한 예상 시나리오들을 사전에 준비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만이 자주권과 경제적 안정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미국, 중국에 대한 전적인 경제적 의존에서 탈피해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피해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또한 첨단 군사 기술에 투자해 자체 전쟁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도 우선순위에 포함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미 행정부 내 친대만 인사들과 미국, 중국 외 우방국들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미국의 변화무쌍한 정책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원문의 저자는 사타케 하루카(Haruka Satake) 존스 홉킨스 대학교 라이샤우어 동아시아 연구 센터(Edwin O Reischauer Center for East Asian Studies at the Johns Hopkins School of Advanced International Studies)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rump puts Taiwan on the tightrope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