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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공백·정치 불안에 K-방산 ‘휘청’, 수출 차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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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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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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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거래·교류에 제동 거는 주요국들
주요 방산 기업 주가 일제히 하락
방위사업법 개정안 등 ‘산 넘어 산’

정부의 리더십 공백에 따른 대외신뢰도 하락이 우리 방위 산업의 수출 전선에도 차질을 불러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와 곧바로 이어진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및 부결 등 연이은 정국 혼란이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한국 기업의 주가 가치를 낮게 책정하는 것)’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수출국 정치적 안정성과 대외신뢰도 중요

9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산업계에서는 정치적 혼돈 상황과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산 수출의 경우 기술 보안, 외교관계 등 예민한 사안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만큼 이를 조율하고 정리하는 정부의 역할이 여타 산업에 비해 크기 때문이다. 무기를 수입하는 입장에서는 수출국의 정치적 안정성과 대외신뢰도 등을 의사결정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는 의미다.

우려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3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다음날 경남 사천에 있는 수리온(KUH-1) 헬기 생산 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자파로프 대통령은 서울의 한 군 공항에서 수리온을 타고 사천까지 이동해 곧바로 도입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4일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자국으로 돌아갔다. KAI가 추진하던 중앙아시아 헬기 수출 사업이 중요한 단계에서 걸음을 멈춘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역시 추진 중인 주요 사업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이들 기업은 폴란드와 K2전차, K9자주포 양산 계약(2-1차) 과정을 밟고 있다. 예상되는 물량은 K9 180여 문, K2전차 150여 대분이다. 계엄으로 정치적 안정성을 잃은 만큼 수출 계약 체결이 지연되거나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해외 정부도 한국과의 무기 거래 및 교류에서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최근 발표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의 동아시아 방문 계획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이달 5일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할 예정이던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일정을 연기했다. 이에 따라 당초 예정됐던 한국과 스웨덴 주요 방산 기업들의 교류도 불발됐다.

주요 방산 기업의 주가 하락 역시 가팔라졌다. 9일 정규 장 마감 기준 한화에어로의 주가는 전일 대비 1만9,000원(6.38%) 내린 27만9,000원을 기록하며 지난 8월 26일 이후 약 3개월 만에 최저가를 찍었다. LIG넥스원(-9.42%), KAI(-5.98%), 현대로템(-5.93%) 등도 주가 폭락을 피하지 못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국가 간 관계, 정부의 지원 등이다”며 “금융지원, 절충교역 등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사안이 많은데 정부의 역할이 이전과 같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가 하락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K-방산 공급 속도에 제동

시장에서는 이와 같은 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합리적인 가격과 함께 우리 방산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던 빠른 공급 능력에 차질이 예상되는 탓이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등 주요 무기 수출국의 공급 능력과 비교해 그 속도가 매우 빠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례로 2022년 7월 폴란드와의 대규모 계약에서 1차분인 K2 전차 10대, K9 자주포 28문을 납품하는 데는 불과 4개월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당시 독일과 한국을 두고 수입처를 고민하던 폴란드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무기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과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출은 우리 방산 기업의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올해 3분기 기준 방산 수출 비중은 △한화에어로 69% △현대로템 71% △LIG넥스원 20.2% 등이다. LIG넥스원의 경우 표면적 수치는 높지 않지만, 전체 매출의 상당 비중이 한화에어로, 현대로템의 수출 무기에 장착에서 비롯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 방산이 철강,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과 함께 우리 국가 경쟁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야당, 방위사업법 개정 필요성 강조

이런 가운데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무기 수출 국회 동의 관련 법률안 개정을 거론하며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김병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개정안은 정부가 방산 업체의 방산물자 수출을 허가하기 전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가 국회에 수출 허가 동의를 요구하면 국회는 비공개 심의 후 30일 안에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다만 미국과 같이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거나 아랍에미리트(UAE) 등 국군을 파병한 국가는 법 적용에서 제외했다.

다만 이는 정부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이미 정부의 수출 통제를 받고 있는 산업의 특수성을 무시한 중복 규제법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방부는 “방산 수출의 국가 간 경쟁 구도 등을 고려할 때 수출 허가 절차의 신속한 행정 처리가 중요한 측면이 있다”면서 “정부 수출 허가는 국제관계, 외교상황 등 다각적인 검토를 거쳐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주요 방산물자의 수출 허가 전 국회 동의권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현행법에서도 정부 승인 과정이 빠듯한 실정인데, 30일 내 국회 동의까지 얻어야 한다면 사실상 수출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였다. 결국 민주당은 문제의 법률안을 관련 상임위원회에 상정하지 않았지만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 또한 방산물자의 필요적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의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제시한 바 있어 무기 수출과 관련한 업계와 국회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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