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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역대급 청약시장 양극화 강남 3구 수요, 공급량 넘어서 지방 경쟁률은 11년래 최저 수준
올해 부동산 청약시장이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는 일반청약 기준 역대 최고인 40만 건에 육박하는 청약이 몰리며 평균 청약 경쟁률 기록을 경신한 반면, 지방 청약시장 경쟁률은 1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지방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청약시장 양극화 현상이 내년에는 더욱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남 3구, 올해 1,409가구 분양 '역대 최고'
12일 부동산R114 통계에 따르면 올해(지난 5일 기준) 강남 3구에는 일반공급(특별공급 제외)으로 총 1,409가구가 분양됐다. 이에 대한 1순위 청약은 총 39만4,137건으로 평균 청약 경쟁률이 279.73대 1을 기록했다. 청약 경쟁률과 1순위 청약자 수 모두 부동산R114가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이에 반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청약 경쟁률은 6.29대 1로 2013년(2.11대 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6만295가구가 공급된 지방의 일반분양 1순위 청약 건수는 37만9,168건으로 이 역시 2013년 이후 최저치다. 이런 극명한 대비는 청약시장의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여실히 드러낸다.
특히 올해 강남권에서는 이른바 '로또 청약' 단지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청약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당첨되면 2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단지로 주목받았던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는 일반공급 178가구 모집에 10만 명 가까이 접수하며 단순 평균 경쟁률 527대 1을 기록했다.
1순위 청약에서 네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도 등장했다. 지난 10월 강남구 대치동에서 분양한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는 일반공급 37가구 모집에 3만7,946개의 청약통장이 몰리며 서울 분양 역사상 최고 기록인 1,025대 1의 경쟁률을 달성했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로 정국 불확실성이 높아졌음에도 서울 주요 지역 청약시장 열기는 식지 않는 분위기다. 8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크로 리츠카운티'는 지난 10일 1순위 청약에 3만5,000명 가까이 몰려들며 482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만점 받아도 강남 '로또 청약' 탈락
로또 청약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청약 가점 인플레이션도 심화하고 있다. 최근 청약을 진행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의 3.3㎡(평)당 분양가는 7,209만원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 가운데 역대 최고가다.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는 22억~25억원 수준으로 인근의 ‘청담 자이’ 전용 82㎡가 지난 6월 32억9,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10억원 안팎의 시세차익이 기대된다. 청담르엘은 실거주 의무도 없어 분양 전부터 로또 청약으로 관심을 모았던 곳이다.
지난달까지 강남권에서 분양한 메이플자이(강남구·2월 분양)·래미안원펜타스(서초구·7월)·래미안레벤투스(강남구·8월)·디에이치방배(서초구·8월) 등 4개 단지의 평균 당첨 가점은 73.1점으로 집계됐다. 최저 가점 평균은 71.9점으로, 15년 무주택 4인 가구 만점자(69점)조차 당첨이 사실상 어려웠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일반공급 가점제 당첨자(7월 말 기준) 655명 중 5인 이상의 대가족이어야 나올 수 있는 ‘70점 이상’ 가점은 220명(33.6%)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강남 3구 당첨자를 보면 70점 이상 가점 비중이 83%에 달했다. 이렇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1~2인 가구의 비중이 매년 폭증한다던데, 5인 이상 대가족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강남 청약은 대가족 선발대회냐”는 식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아울러 “가족들이 실제로 함께 거주하는지 조사해봐야 한다”는 의심의 목소리도 날로 커지고 있다.
심지어 7인 가구 이상이 받을 수 있는 청약 만점인 84점 당첨도 수백 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살펴보면 최근 5년간 전국 민간 아파트 청약 당첨자 중 부양가족이 5명 이상(7인 가구 이상)인 경우가 총 3,536건에 달했다. 서울은 같은 기간 380건에 육박했다. 이에 예비청약자들 사이에선 부모나 배우자 부모, 성인 자녀 등을 위장 전입시켜 부양가족 수를 늘리는 편법 동원이 지속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4년간 적발된 부정청약 건수는 총 1,116건이었다. 이 중 위장 전입으로 적발된 사례가 778건(69.7%)으로 가장 많았다.
강남 1채면 강북 5채 산다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하자 전국 아파트 가격 상위 20%의 평균이 하위 20% 평균의 10배를 넘어서는 현상도 포착된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 시계열에 따르면 11월 전국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10.93으로, 역대 최대 격차인 것으로 드러났다. 5분위 배율은 주택가격 상위 20%평균(5분위)을 하위 20% 평균(1분위)으로 나눈 값으로, 고가주택과 저가주택 간의 가격 격차를 나타내는 지표다.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지난해 12월 10.3에서 올해 7월 10.5, 지난 10월 10.85로 꾸준히 올랐다. 지난달에는 전국 아파트 1분위 평균이 1억1,672만원, 5분위 평균이 12억7,623만원이었다. 상위 20% 아파트 1채 가격으로 하위 20% 아파트를 평균 11채 정도 살 수 있는 셈이다.
서울 지역 아파트값의 5분위 배율 또한 5.5로, 2008년 12월 통계 조사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서울 아파트 1분위 평균은 4억9,061만원인 데 비해, 5분위 평균은 26억8,774만원이었다. 반면 지방 아파트는 아파트값 하락 여파로 지난달 전국 기준 1분위 평균가는 1억1,672만원, 5분위 평균가는 12억7,623만원이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의 경우 지난달 5분위 배율이 7.4였다. 2023년 4월 이래로 꾸준히 오르는 모양새다. 지난달 전국 1분위 아파트의 전세 평균 가격은 8,881만원인 반면, 전국 5분위는 6억6,095만원에 달했다. 서울 아파트의 전세 5분위 배율은 4.3인 데 반해, 지방 아파트의 5분위 배율은 6.1로 격차가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3분기 기준 전국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Price Income Ratio)은 중간 수준인 3분위를 기준으로 4.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분기 4.7을 기준으로 3분기 들어 하락한 것이다. 서울의 경우 3분위의 올해 3분기 PIR은 9.8이다. 분기 PIR은 주택 가격을 가구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중산층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중간 가격 수준의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