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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기업들 '런던 증시 엑소더스', 유럽 몰락 가속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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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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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FTSE100 지수 14% 빠져나가
英 기업, 美 매출 높고 북미 투자자 비중↑
트럼프 취임 시 탈출 더 빨라질 전망
사진=런던증권거래소(LSE)

영국 증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올해 런던 증시에서 빠져나간 기업은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취임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시행할 경우 런던 대탈출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런던 증시 기업 순유출, 2009년 이후 최대

15일(현지시간)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올해 런던 증시에서 상장 폐지 또는 이전 상장한 기업은 총 88개, 신규 상장한 기업은 18개로 집계다. 2009년 이후 최대 기업 순유출이다. 기업공개(IPO)도 부진해 신규 상장 건수 역시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 규제 및 연금제도를 개혁해 자국 증시의 매력도를 높이려는 영국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런던을 떠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기업 가치 230억 파운드(약 41조7,000억원) 규모의 장비렌트기업 애쉬테드(Ashtead)는 지난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로의 이전 상장 계획을 발표했다. 런던 증시에 상장한지 3년 만이다. 390억 파운드(약 70조7,000억원) 규모의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사인 플러터와 550억파운드(약 99조7,000억원) 건축 자재 기업인 CRH도 각각 지난 5월과 지난해 9월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FT가 선정한 100개 기업 지수인 FTSE100 중 2020년부터 런던에서 빠져나가 해외에서 상장한 기업은 6개사로, 총 시장 가치는 2,800억 파운드(약 507조4,000억원), 전체 규모의 14%에 달한다. 영국 증권중개업체 필헌트의 찰스 홀 리서치책임자는 "영국 시장이 점점 더 세계화되는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육성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기업이 떠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자본시장 美서 '더 나은 거래' 기대

영국 기업들이 뉴욕으로 옮기는 이유는 미국 시장 사업의 높은 성장성과 풍부한 투자 자금 때문이다. 실제 에너지, 광업 같은 ‘기존 경제 부문’ 중심인 FTSE 100 지수는 올해 약 8% 상승에 그쳤지만, 빅테크 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7% 올랐다. 또한 애쉬테드와 2022년 이전한 배관장비 유통업체 퍼거슨엔터프라이즈는 영업이익의 각각 98%, 99%를 미국에서 내기도 했다.

FT는 미국 동종기업 그룹 대비 벨류에이션, 미국 매출 비중, 북미 투자자 비율 등을 분석한 결과 유럽 증권거래소 중 런던 증시 기업들이 미국으로 이탈할 위험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이전 가능성이 높은 기업 중에는 세계 최대 광산업체 중 하나인 리오틴토, 담배 제조사 아메리칸토바코 등이 거론된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헬리서캐피털은 최근 리오틴토의 런던 증시 상장철회를 촉구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런던 증시 대탈출’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FTSE 100 기업 CEO는 애슈테드의 발표 직후 “아주 슬픈 일”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가 상장 폐지나 이전을 가속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U 기업들도 탈출 러시

이 같은 기업 엑소더스는 영국 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다. 유럽 각국 기업들도 미국으로의 사업장 이전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유럽연합(EU) 당국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따라잡을 보조금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실기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태양광 기업 마이어버거는 지난 4월 독일 공장을 폐업했다. 이로 인해 직원 500여 명은 일자리를 잃었다. 마이어버거는 대신 미국 애리조나주와 콜로라도주에 태양광 전지와 패널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군터 에르푸르트 마이어버거 CEO는 "유럽에서 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배터리 회사 프레이어는 올해 2월 법인 등록지를 룩셈부르크에서 미국으로 옮겼다. 프레이어는 1년여 전 IRA가 발표된 직후 노르웨이에 이미 반쯤 지어진 공장 작업을 중단, 현재는 조지아주 공장을 완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버거 스틴 프레이어 CEO는 "우리는 (유럽을 떠나는 게) 되돌릴 수 없는 실수인 건 아닌지 조심스러웠지만, IRA 정도의 정책은 유럽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미국행을 강행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EU 집행위와 회원국이 서명한 '유럽 태양광 헌장'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당초 유럽 태양광 부품 제조사들이 요청했던 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무역 안전장치 등에 관한 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EU 당국자들은 최근 중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불공정 보조금 조사에 돌입했지만, 막상 중국산 제품 수입에 제한을 걸었다가 태양광 등 친환경 발전 보급이 더뎌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외국인 '셀 코리아' 석 달째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권 시장에서 자금을 거둬들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국 반도체 기업의 성장성을 둘러싼 우려가 이어진 데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까지 확대되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진 결과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24년 11월 이후 국제 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국내 증권(주식+채권) 투자자금은 21억4,000만 달러(약 3조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앞서 외국인 국내 증권 투자자금은 지난 9월(-25.3억 달러), 10월(-1.2억 달러) 순유출을 이어간 바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외국인 증권 투자자금은 모두 246억3,000만 달러(약 35조4,000억원) 순유입된 것으로 계산됐다. 연말을 한 달 남겨뒀으나 작년 연간 순유입 규모(188.7억 달러)를 크게 앞질렀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증권 시장에서 주로 주식 자금을 빼갔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 자금은 29억5,000만 달러 순유출로 나타났다. 다만 전월(-41.7억 달러)보다는 순유출 규모가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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