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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산당·정부 "적당히 완화적인 통화 정책 시행" 중국인민은행, 지급준비율 인하 카드 꺼내 고강도 경기 부양과 동시에 금리 인하 전망
중국 정부가 14년 만에 통화 정책 전환을 선언하고 나섰다. 통화 정책 방향을 '안정'에서 '완화'로 변경, 경기 부양에 힘을 더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중앙은행 역시 유동성 공급과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며 정부의 완화 기조에 발을 맞추고 있다.
中 '통화 완화' 나선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는 통화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2일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2025년 경제 운영 방침을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중앙경제공작회의는 “내년에는 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율을 올리고, 초장기 특별국채 발행과 지방정부 특별채권 발행·사용을 늘리며, 재정지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의는 “적당히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시행해 적시에 지급준비율(RRR)과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충분히 유지해야 한다”고 밝히며 통화 정책 전환을 시사했다. 중국이 통화정책 방향을 ‘안정’에서 ‘완화’로 전환한 것은 2011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통화정책은 통상 '긴축-적정 긴축-안정적(중립적)-적정 완화-완화'의 다섯 단계로 이행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7년 말 경제 성장이 지나치게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중앙경제공작회의를 통해 2008년 통화 정책 기조를 '긴축'으로 설정한 바 있다. 이후 2008년 9월부터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에 따라 통화 정책을 '완화'로 전환해 2010년까지 유지했으며, 2011년에 통화 정책을 '안정적'으로 전환한 뒤 최근까지 유지했다.
지급준비율 인하 시사한 PBOC
중앙은행 역시 유동성 공급 및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인민은행(PBOC)의 왕신(王信) 연구국장은 14일 은행 예금 지급준비율을 더 낮출 여지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PBOC는 올해 5% 안팎의 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통화 정책 완화에 힘을 쏟아 왔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에 따르면 현시점 PBOC의 지급준비율 인하 한계는 6.6% 수준이다.
지급준비율은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 중에서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비율을 말한다. 고객에게 지급할 돈을 준비해 은행의 지급 불능 사태를 방지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사실상 통화량을 조절하는 금융정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앙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면 은행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돈이 늘어나 통화량은 증가하고 금리가 하락하게 된다.
PBOC의 지급준비율 인하는 중앙정부 주문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왕 국장은 경제계 간담회에서 정책의 전달을 촉진하고 종합적인 사회적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유통 시장에서의 국채 거래가 성숙해짐에 따라 PBOC는 향후 다양한 통화정책 수단을 통해 충분한 중장기 유동성을 공급하고 은행 시스템의 유동성을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中 금리 40~50bp 하락할 것"
전문가들은 PBOC가 내년 40~50bp 수준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에 PBOC가 정책금리를 40bp 인하할 것이며, 중국의 내년 재정 확대 규모는 2조 위안(약 39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을 위한 특별채권 발행 등 준재정적 조치 등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화타이증권은 내년 초 중국이 금리를 20bp 인하할 것이라고 점쳤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이후 추가 관세 충격이 목격되면 금리가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봤다. 추가 금리 인하의 폭과 속도는 외부 변화 요인 및 위안화 환율 움직임 등이 좌우할 것으로 분석했다.
웨카이증권은 저렴한 주택을 위한 재대출 프로그램, 주식 매수 대출 등 구조적인 통화정책이 시행되면서 지급준비율과 정책금리가 50bp 인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맥쿼리는 "내년에 어느 정도로 부양책을 쓸지는 중국 당국의 새로운 GDP 성장률 목표와 미국 관세에 달려있다고 본다"며 "현 지도부가 통화정책 완화 입장을 인정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