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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페타시스 주식 대규모 매각한 국민연금 무모한 유상증자로 주가 하락한 영향 이수페타시스, 부정적 시장 여론에도 유증 이어간다
국민연금이 최근 2개월간 인쇄회로기판(PCB) 생산 업체 이수페타시스 주식 200만여 주를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페타시스가 무리한 유상증자를 강행하면서 주가가 급락하자 서둘러 발을 뺀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 이수페타시스 물량 쏟아내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이수페타시스 주식 208만9,753주를 처분했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이수페타시스 지분율은 10.74%에서 7.43%로 3.31%p 줄었다.
국민연금의 이수페타시스 지분 매도는 세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우선 국민연금은 이수페타시스가 탄소나노튜브(CNT) 제조회사 제이오 인수를 위해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 확산하던 지난해 11월 5일 이수페타시스 주식 71만7,955주를 순매도했다. 이후 이수페타시스가 실제 제이오 인수와 증설을 위한 유상증자 소식을 발표하자,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 18일 67만4,744주를 추가로 팔았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12일에도 이수페타시스 주식 69만7,024주를 시장에 쏟아냈다.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을 받은 이수페타시스가 금융감독원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며 유상증자 강행 의지를 밝힌 날이었다. 사실상 국민연금은 이수페타시스가 유상증자 의지를 드러낼 때마다 주식을 대거 매도한 셈이다.
무리한 유상증자에 우려 가중
국민연금이 이수페타시스 주식을 대거 매도한 것은 유상증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힘이 실리며 주가가 미끄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수페타시스가 현재 시장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수를 뒀다는 평이 비등하다. 최근 한국 증시가 '혹한기'를 맞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규모 유상증자가 순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 17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가 공시한 유상증자 규모는 4조5,807억원에 그쳤다. 이는 2023년(9조4,799억원)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유상증자 규모가 유럽발 재정 위기로 증시가 흔들린 2012년(3조2,234억원)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에 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수페타시스 소액주주연대 역시 유상증자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PCB 제조업체인 이수페타시스가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제이오를 주주 자금으로 인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증권가에서도 유사한 이유로 이수페타시스의 유상증자 결정에 우려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권민규 SK증권 연구원은 “CNT 기업 인수 결정은 무리한 사업 확장”이라며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자본조달로 멀티플(가치평가 적용배수)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이수페타시스 "유상증자 철회 어려워"
다만 이수페타시스는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7일 이수페타시스 소액주주연대 측은 오전 10시경 회사 측과 만나 △유상증자 철회 및 대안 논의 △소액주주 소통 및 경영 개선 담당 직책 신설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소액주주연대는 유상증자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으나, 사측은 계약 등을 이유로 이 같은 제안을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소액주주연대는 차후 주주총회를 통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출 시 후보별로 1주당 1표를 던지는 것이 아닌, 1주당 선출한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이수페타시스 경영진 측도 이 같은 방안에 동의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한편 이날 이수페타시스의 주가는 눈에 띄게 미끄러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일 이수페타시스는 전일 대비 8.52%(2,500원) 내린 2만6,8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주가 하락세는 유상증자와 관련된 회사 측 입장이 전해진 이후 본격화했으며, 장중 낙폭은 한때 12%를 넘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