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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권 금리 정책 전환 조짐 관측돼 주요 IB 등 "한은, 1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있어" 시장금리 내려도 대출 문턱은 여전하다?
시중은행권에서 가산금리 인하 조짐이 감지됐다. 최근 들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금리 정책 전환 흐름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시중은행권 가산금리 하향 조정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최대 0.3%p 하향 조정한다. 상품별로 주택담보대출(금융채 5년물 한정) 중 주택구입자금 대출의 가산금리는 0.1%p,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0.05%p 낮춘다.
시장에서는 최근 은행 가계대출 규모가 8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만큼, 여타 시중은행들도 조만간 가산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실제 최근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등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가산금리 인하를 검토·추진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지난 9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3조7,690억원으로, 지난해 말(734조1,350억원) 대비 3,660억원 줄었다.
한은, 1월 기준금리 인하할까
일각에서는 향후 시장금리가 눈에 띄게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은행권의 가산금리 인하 움직임이 본격화한 가운데, 곳곳에서 한국은행이 오는 16일 열릴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75%로 낮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한은의 금리 전망을 발표한 투자은행(IB) 등 8개 기관 중 6곳은 한은이 1월에 기준금리를 연 3.0%에서 연 2.75%로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안정적인 인플레이션과 정치적 불안 지속에 따른 소비 약세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피탈이코노믹스는 "제조업 PMI가 하락하고 소비자 신뢰가 급감하는 등 정치 위기가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됐다"고 분석했으며, HSBC는 "한은의 정책 우선순위가 성장 하방 위험 완화에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JP모건과 UBS, BNP는 금리 인하를 전망하면서도 동결 가능성을 함께 언급했다. UBS는 "원화가 지속적인 압력을 받고 있는 점은 금리 인하의 리스크 요인"이라며 "(인하) 전망이 맞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짚었다. BNP는 "(금리 인하와 관련해) 팽팽한 찬반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외환시장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일 경우 동결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JP모건 역시 "금리 인하 시점이 1월일지 2월일지는 박빙"이라며 한은이 1월에 금리를 동결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하와 함께 '한도 축소'
다만 시장금리 하락 이후에도 금융 소비자의 대출 문턱이 눈에 띄게 낮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부터 차주들의 대출 한도가 크게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스트레스 DSR 3단계 조치를 오는 7월부터 잠정 시행한다고 밝혔다. 스트레스 DSR이란 대출 상환 능력을 심사할 때 가산금리인 ‘스트레스 금리’를 더해 한도를 계산하는 제도다. 지난해 2월 시행된 1단계 정책에서 적용된 스트레스 금리는 25%, 지난해 9월에 시행된 2단계 정책에서 적용된 스트레스 금리는 50% 수준이다. 오는 7월 시행되는 스트레스 DSR 3단계에서는 스트레스 금리가 100% 적용된다.
스트레스 DSR 규제가 강화되면 차주의 대출 한도는 줄어들게 된다. 일례로 30년 만기, 분할 상환 대출 기준 소득이 5,000만원인 차주의 대출 한도는 스트레스 DSR 도입 전 3억3,000만원(변동금리)에서 3단계 도입 후 2억8,000만원까지 하향 조정된다. 같은 조건하에 소득이 1억원인 차주의 대출 한도는 기존 6억6,000만원에서 3단계 도입 시 최소 5억6,000만원(변동금리)까지 줄어들 수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대출 문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개인의 상환 능력을 고려해 대출 심사를 강화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산금리를 낮추는 것은 당국이 원하던 방향”이라며 “시중은행의 금리가 조달 금리와 반대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유지하는 것보다 함께 움직였으면 하는 내용을 여러 번 강조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가계대출 여신 관리는 상환 능력 심사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라며 “지난해까지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 등으로 가산금리를 낮추기 어려웠겠지만, (앞으로는) 금리는 시장 흐름에 맞추되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는 상환 능력 심사를 기반으로 해줬으면 한다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