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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에 줄어드는 비생필품 수요, 저소득층 피해 키워 비생필품 산업에 저소득층 노동자 “몰려 있어” 생필품, 비생필품 산업 구분한 통화 및 재정 정책 고려해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불경기에는 소비 패턴이 급격히 바뀐다. 생필품 수요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만 비생필품 소비는 급감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 위축은 부유한 가구들이 사치품 소비를 줄이는 것이 주된 이유인데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저소득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노동자들이 사치품을 포함한 비생필품 산업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이는 경기 침체로 인한 피해도 키우지만 통화 및 재정 정책의 효과에도 영향을 준다.
불황 닥치면 비생필품 소비부터 줄여
불경기가 닥치면 가구들의 첫 번째 조치는 필수 생활비 외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외식, 휴가, 신차, OTT 구독, 헬스클럽 회원권 등이 가장 먼저 목록에 오른다. 그리고 비생필품 소비 축소는 음식 및 숙박업, 스포츠 및 헬스, 관련 제조업, 레저 산업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이들 산업의 노동력 수요도 감소해 그렇잖아도 힘들어진 노동자들을 더욱 어렵게 한다. 대부분 임금 수준이 높지 않고 기본적인 필요 사항을 임금 소득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종업원들이다. 이들의 소득과 구매력이 줄면서 비소비재는 물론 소비재 산업 소비까지 감소해 경기 침체와 불황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전후 미국의 역사적 자료 분석도 이러한 사실을 입증한다. 먼저 경기 침체기에는 생필품보다 비생필품 소비가 지속적으로 더 많이 줄어들었다. 비생필품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소득 변동성도 훨씬 더 컸고 이 결과로 저소득층이 몰려있는 비생필품 분야 노동자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비생필품 산업 침체가 불경기 심화하는 ‘악순환’
실제로 전체 소비에서 비생필품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경기 변동에 따라 민감하게 변해 ‘엥겔의 법칙’(Engel's law, 가구 소득이 증가할수록 식비 비중이 감소)을 반영한다. 임금이 오르면 가구들이 비생필품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하지만 불황에는 반대로 비생필품 소비가 급격히 감소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 침체기 총소비와 총소득의 감소도 비생필품 산업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게다가 해당 산업 종사자 중에는 저소득 계층이 많고 임금 외 유동자산이 부족한 경우도 생필품 산업보다 다수를 차지한다.
금리 인상도 비생필품 분야에 불균형적 영향
통화 정책도 소비 및 노동 시장 상황에 비슷한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1%의 금리 인상은 비생필품 소비 및 해당 분야 소득을 불균형적으로 줄이는데 대략 생필품 산업의 두 배에 이른다. 패턴도 비생필품 분야 소득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데 반해 생필품 영역은 비교적 안정을 유지한다. 비생필품 산업이 통화 정책에도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얘기다.
위의 사실은 소비가 소득의 영향을 받고, 저소득층 가구가 존재하며, 노동 시장의 이질성을 가정한 경제학적 모델로도 확인할 수 있다. 비생필품에 대한 소득 탄력적 수요와 이 분야에 저소득 노동자가 몰려있다는 사실이 결합해 노동 수요와 소득의 경기 변동적 특성을 극대화한다. 또한 같은 이유로 통화 정책이 총소비와 경기 변동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된다.
생필품, 비생필품 구분한 재정 정책 “고민 필요”
이에 대해 정부는 산업별 차이를 둔 재정 정책을 통해 소비를 안정화하고 저소득 가구를 지원할 수 있다. 산업별로 부가가치세를 다르게 적용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는데, 비생필품 소비 및 해당 분야 소득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줄이면 저소득 가구에 큰 도움이 된다. 반대로 비생필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증액은 동일하거나 생필품 분야 증액보다 저소득 노동자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비생필품 분야의 특성을 감안한 재정 정책이 경기 침체로 인한 악영향을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 패턴과 노동 시장 영향 간 관계는 보다 섬세한 경제 정책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부유층 가구들이 경기 침체기를 맞아 비생필품에 대한 소비를 줄이는 것이 저소득 노동자들에게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쳐 불황의 여파를 키우는 것이다. 비생필품 분야에 대한 정책적 개입에 앞서 충분히 고려한다면 경제 회복과 소득 불균형 해소를 촉진할 수 있다.
원문의 저자는 미켈레 안드레올리(Michele Andreolli) 보스턴 칼리지(Boston College) 조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How the spending of the rich drives the income of the poor, and why this matters for the business cycl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