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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도 고려아연 지지, 임시주총 판 기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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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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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루이스, 집중투표제·이사수 상한 찬성 권고
서스틴베스트도 두 안건 찬성하며 고려아연 지지
임시주총 1주일, 정관 변경 등 의결권 제한 변수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가 오는 23일 예정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 등 현 경영진 측의 안건에 찬성할 것을 권고하자,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편향적이며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MBK·영풍 측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명백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글래스루이스 고려아연 편들자 MBK 반발

14일 MBK·영풍 연합은 보도자료를 내고 “(글래스루이스의) 해당 보고서는 사법당국의 조사를 앞둔 일반공모유상증자는 물론 원아시아파트너스, 이그니오 홀딩스 등 의혹이 가득한 투자 건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채, 최 회장 측 인사들로만 구성된 현 고려아연 사외이사들에 대해 독립적이라고 평가하는 등 공신력을 의심케 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래스루이스는 최 회장 측 인사로만 구성돼 거수기 역할만 했던 고려아연 현 이사회의 7명의 사외이사가 독립적이라고까지 표현했다"며 기존 경영진에 대한 편향성이 보고서에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또 글래스루이스가 최 회장 측이 제안한 집중투표제를 주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이유로 찬성하면서 고려아연 이사회 추천 후보 4명에게만 찬성을 권고한 것을 두고도 MBK·영풍 연합은 "모순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글래스루이스 보고서에 아예 틀린 사실관계도 담겨 있다며 보고서에 최 회장은 고려아연 지분 9.8%를, 부친인 최창걸 명예회장은 0.91%를 보유하고 있다고 기재돼 있지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는 이보다 적은 지분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손 들어주는 자문사들

글래스루이스는 14일 오전 기관투자자들에 고려아연 임시주총 의안 분석 보고서를 보내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변경 안건과, 이사수 상한 설정 안건에 대해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두 안건은 최 회장 등 현 고려아연 경영진이 임시주총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시한 묘수로 평가받는다. 반대 측인 MBK·영풍 연합은 두 안건에 반대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시 선임되는 이사수 만큼의 의결권을 주주들에 부여하는 방식으로, 특히 소수주주들의 의결권이 강화돼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된다. 최 회장은 임시주총에서 우선 해당 제도 도입을 위해 정관을 변경한 후 이어지는 신규이사 선임에 집중투표제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글래스루이스는 또 이사수 상한 설정에 찬성하면서, 적정 이사회 정원을 19명으로 제안했다. 글래스루이스는 보고서에서 "현재로서 MBK·영풍 연합이 요구하는 실질적인 이사회 개편을 지지할 근거가 불충분하다"며 "지난 몇 년간 고려아연의 재무·경영 성과는 최 회장의 리더십을 비롯해 동종 업계 대비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고려아연이 일반공모 유상증자 시도로 비판받았지만 결국 유증 계획을 철회했고,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회 의장 독립 등 여러 지배구조 개혁을 약속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주주들의 우려에 대한 대응력을 보여줬다"며 호평을 내놨다.

반면 MBK·영풍 연합에 대해선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의 전략적 방향과 자본 배치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지만 이들의 근본적인 동기, 특히 영풍의 거버넌스 이력과 영풍의 이해관계가 고려아연 다른 주주들의 광범위한 이해관계와 일치하는지 여부에 관한 의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4.5% 지분 국민연금 등 캐스팅보터 어디로

임시주총을 앞두고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안 분석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체로 고려아연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자문사들은 공통적으로 최 회장을 비롯한 현 경연진의 재무경영 성과와 최근 지배구조 개혁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앞서 국내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역시 13일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수 상한 설정 등에 관한 정관변경 안건에 찬성을 권고하면서 “(고려아연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2024년 순이익 회복으로 수익성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호평했다. 반면 MBK에 대해서는 “MBK가 회사 본업에서 기존 경영진을 대체할 정도로 더 나은 경영 능력을 갖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지난 10일 글로벌 자문기관 ISS는 집중투표제 도입은 반대, 이사수 상한 설정은 찬성을 권고했는데 이마저도 사실상 최 회장 등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ISS가 이사수 상한 설정에 찬성하면서 적정 이사수를 16명으로 제시했는데, 이를 통해 신규 선임 되는 이사수는 최대 4명으로 제한된다. 신규이사 14명을 선임해 이사회를 재편하려던 MBK·영풍 연합 측의 의도가 사실상 차단 되는 셈이다.

그러나 안심하긴 부족한 지분이어서 국민연금과 외국인 기관 투자자의 지분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경영권 향배가 결정 날 수 있다. 현재 MBK·영풍 연합, 최 회장 측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곳은 국민연금(4.5%)이다. 나머지 지분은 외국 기관 투자자와 개인 소액 주주들이 나눠 갖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오는 17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고 고려아연 임시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수탁자책임전문위 소속 위원들에게는 고려아연 임시 주총 안건에 대한 설명서가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위원들은 당일 안건을 검토하며 의결권 행사 여부를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최근 국민연금에서 고려아연을 바라보는 분위기가 변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당초 보수적인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경영진 교체에 찬성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 회장 측이 무리하게 2조5,000억원 유상증자를 시도한 이후 MBK·영풍 연합 측 의견에도 일부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라는 진단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아직 고려아연 임시 주총의 구체적인 안건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서로 모여 논의한 것은 없다"며 "모든 안건은 '장기 기업가치 성장'이라는 원칙에 따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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