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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재무 후보 "관세는 협상수단, 인플레이션 우려 없다" 트럼프 정책 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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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 인준청문회
'탈달러화 시도' 경고, 트럼프와 같은 맥락
관세 정책도 지지 "관세는 주요 정책 도구"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지명자/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사령탑'으로 낙점된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장관 지명자가 불공정 무역관행 시정, 수입 확대, 협상용 등 3가지 이유로 관세 필요성을 역설했다. 관세 정책에 따른 미국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을 내비쳤다. 베센트의 이 같은 발언은 월가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으로, 월가는 강경 일변도인 트럼프 행정부 진용에서 베센트가 중재자 역할을 하며 대외 무역을 조정하길 바라고 있다.

연준 독립성·달러 기축통화 강조

17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헤지펀드 출신 억만장자 베센트는 전날 미 상원 인준청문회에 출석해 약 3시간에 걸쳐 세금, 재정 적자, 경제 제재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먼저 베센트는 달러를 세계 준비자산으로 유지하는 것이 미국 경제의 건전성과 국가의 미래에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전략적 경쟁자들에게 취약한 공급망을 확보해야 하며, 국가 안보 요구 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범정부적 접근 방식의 일환으로 제재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정적으로 우리는 미국 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로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센트는 또한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유세에서 약속한 경제 의제의 초석인 2017년 감세 정책(일부는 내년에 만료됨)을 연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그는 "의회가 행동하지 않으면 미국인들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4조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세금 인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2017년 감세 및 일자리 법안을 영구화하고 새로운 성장 중심 정책을 시행해 미국 제조업체 서비스 근로자와 노년층의 세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화폐(CBDC)에 대해서는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베센트는 "내 생각에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다른 투자 대안이 없는 국가를 위한 것"이라며 “CBDC는 중국 위안화와 같은 다른 외화를 보유하는 경향이 있는 국가에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일부 국가는 필요에 의해 CBDC를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베센트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에 대해 독립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금리 결정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는 있다"면서도 "통화정책 결정과 관련해서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독립적이어야 한다"며 침해 우려에 선을 그었다.

관세 부정적 영향 일축, 감세도 연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베센트의 트럼프 2기 정책에 대한 옹호 발언이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3가지 방향에서 관세를 활용한다고 짚었다. 첫 번째 방향은 국가 또는 산업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바로 잡기 위한 관세다. 베센트는 “중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불균형한 경제”라며 "경기 침체를 저렴한 상품 수출에 기대 극복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런 만큼 관세 인상은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시정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트럼프 1기 당시 부과됐던 대중국 관세, 철강 관세 등도 포함된다.

두 번째 역할로는 연방 예산의 수입을 증대하기 위한 보다 일반화된 관세를 제시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 1기 행정부에서 실시한 대규모 감세 정책 연장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그 부족분을 관세를 통해 메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즉 관세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 이행을 위해 필요한 재원 확보 차원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협상 수단으로서의 관세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은 우리가 제재를 너무 많이 해 다른 국가들이 달러화 사용에서 벗어나도록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칫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약화할 가능성을 우려해 제재 대신 관세를 외교수단으로 내세울 수 있음을 예고했다. 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카드로 관세가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 같은 관세 위협이 비무역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이 국경을 맞댄 캐나다, 멕시코를 상대로 불법이민, 마약 펜타닐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한 것이 대표적이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촉진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차기 행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실질임금을 증가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연준의 2% 목표치에 더 가깝게 만들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그러면서 관세 인상이 적어도 한 번 이상의 인플레이션 충격을 줄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전망도 부인했다. 그는 “최적관세이론에 따르면 언론에서 언급하는 10%라는 일률 관세를 사용하면 전통적으로 통화는 4% 절상돼 그 10% 상승분이 모두 반영되지 않는다”며 “다양한 탄력성과 소비자 선호 변화가 작용하게 되고 중국과 같이 경기침체에 빠져 수출에 의존하는 기업의 경우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계속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사진=하워드 러트닉 인스타그램

베센트, 머스크 반대 이겨내고 '물밑 혈투'서 승리

사실상 베센트의 재무장관 인준이 기정사실화되는 가운데, 월가에서는 “베센트가 칼싸움(Knife Fight)에서 승리했다”는 반응이 비등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센트는 재무장관 자리를 거의 잃을 뻔했다”며 그가 신승(辛勝)을 거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지명이 있기까지 재무장관 자리를 둘러싼 치열한 물밑 접전이 있었다는 의미다.

WSJ에 따르면 베센트는 수십 년 동안 트럼프 가족과 알고 지냈지만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워진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트럼프 가족 중에는 금융업에 종사했던 트럼프의 동생인 로버트 트럼프와 가까웠고, 로버트의 전처인 블레인 트럼프와 친구 사이다. 게다가 베센트의 정치적 성향이 줄곧 보수에 가까웠던 것도 아니다. 베센트는 2000년 대선 때 뉴욕주 이스트햄튼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 기금 모금 행사에 참여해 당시 후보였던 앨 고어(Al Gore) 부통령을 도왔다.

그런 베센트가 공화당 후보들의 주요 기부자로 이름을 올린 건 2010년 이후부터다. 베센트는 수년간 1,500만 달러(약 219억원)의 정치 후원금을 냈는데, 이 가운데 30만 달러(약 4억3,700만원)를 제외한 모든 기부금은 공화당 후보를 위한 것이었다. 베센트는 트럼프의 1기 취임식이 열렸던 2016년 100만 달러(약 14억5,000만원)를 기부했으며, 이번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는 대선자금 모금부터 경제 연설문 작성, 경제정책 초안 작성까지 도맡아 하며 트럼프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이런 이유로 베센트는 월가는 물론 트럼프의 일부 책사들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았다. 재무장관 인선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인 만큼 안정적 접근을 원하는 사람들은 베센트를 더 선호해 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제경제위원장이었던 래리 커들로(Larry Kudlow)와 스티브 배넌(Steve Bannon)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유력한 재무장관 후보자였던 펀드매니저 존 폴슨(John Paulson) 등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베센트를 직접 추천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트럼프 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이자, 투자금융사 캔터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이 복병으로 떠오르면서 재무장관 인선이 계속 미뤄졌다. 물밑 싸움이 본격화한 것도 이쯤이다. 베센트의 측근들은 트럼프 측에 2015년 러트닉이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을 위해 뉴욕에서 모금행사를 했다는 정보를 제공하며 그의 충성심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러트닉 측에서는 베센트가 민주당의 주요 후원자 중 한 명인 조지 소로스(George Soros) 밑에서 수년간 일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두 사람의 경쟁이 절정에 달한 것은 지난해 11월 16일로,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적으로 러트닉을 지지하고 나서면서다. 머스크는 베센트를 "평범한 선택"이라고 평가하며 "관행대로 하는 것은 미국을 파산으로 몰고 가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머스크가 러트닉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자신이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서 구상하는 연 2조 달러(약 2,900조원)의 예산절감과 연방공무원 감축 등과 관련이 있다. 자신의 개혁 구상을 현실화하려면 재무장관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재무장관 자리를 둔 혈투가 생각보다 치열하게 전개되자 결국 트럼프 당선인이 교통 정리에 나섰다. 그는 러트릭을 먼저 상무장관으로 내정했고, 베센트를 재무장관으로 선택했다. 트럼프는 이 과정에서 월가 대표 금융사 관계자들과 책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월가의 금융전문가 가운데 하나인 베센트가 재무장관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트럼프는 이를 수용했다. 재무장관 인선 작업 과정에서 신(新)측근으로 부상한 머스크의 의견보다 구(舊)측근들의 목소리가 더 반영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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