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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개발은행 설립, 전후 재건 방안 ‘주춧돌’ 경제 개발 및 유럽연합 통합 준비 강력한 지배 구조 통한 ‘부패 척결’이 핵심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우크라이나 개발은행’(Ukrainian Development Bank, 이하 UDB) 창설이 종전 후 우크라이나 재건 방안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 사회의 신뢰와 당사국 책임을 동시에 유지함으로써 경제 현대화와 유럽연합(EU) 편입을 앞당길 수 있는 수단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UDB는 유럽 지역 국가부흥은행(national development banks, 이하 NDB)들로부터의 교훈과 우크라이나 자체의 개혁 경험을 통합해 관리 감독과 당사자 책임을 조화시킴으로써 부패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게 된다.
우크라이나 개발은행 설립 통해 전후 재건 계획
우크라이나의 전후 재건은 국제 사회의 지원을 모으고 국내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재무 기구를 필요로 한다. UDB는 우크라이나의 유럽 통합과 연계해 인베스트EU(InvestEU) 등의 프로그램으로부터 투자를 끌어내고 산업 및 인프라 개발 정책을 추진해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유럽투자은행(European Investment Bank)과 33개 네트워크로 이뤄진 NDB들의 기능을 참고해 혁신을 지원하고 민간 부문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이러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UDB는 우크라이나의 미흡한 법치주의와 만연한 부패로 인한 우려의 대상이기도 하다. UDB의 기능을 제한하고 다자 개발은행(multilateral development banks, MDB)을 포함한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관리를 맡기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이는 부패 가능성을 낮추되 우크라이나 부흥과 현대화에 필수적인 ‘당사국 책임’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블랙록(BlackRock)과 JP 모건(J.P. Morgan)이 대안으로 제시한 ‘우크라이나 재건 은행’(Ukraine Reconstruction Bank)도 국제 사회 관리 우선으로 인해 기업 투자 활동 범위와 유럽 NDB들과 연계한 경제 개발 가능성을 제약한다는 단점이 지적되고 있다.
‘유동성 충분’, 지자체 융자 및 기업 투자 통한 산업 육성이 주 임무
유럽의 NDB들은 역사적으로 볼 때 예금을 유치하고, 해외 원조를 배분하며, 금융기관들에 장기 대출을 제공하고, 지자체와 기업을 직접 대출로 지원하며, 위험도가 높은 융자를 지급 보증하는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해외 원조를 통한 충분한 유동성으로 예금 유치가 필요 없어 전략적 융자와 투자 기능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UDB의 우선 임무는 자치단체에 대한 직접 융자를 통해 민간 및 공공 투자자가 간과하기 쉬운 지방의 투자 수요를 해결해 주는 것이 먼저다. 또한 독일 KfW 개발은행의 분권화 접근 방식을 참고해 민간 은행들과 고위험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함으로써 중소기업들이 EU 시장에 통합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한편 폴란드 국가개발은행(BgK)과 프랑스의 비피프랑스(Bpifrance)와 같이 IT 및 국방 산업 육성을 위한 산업 정책과 융자를 연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5백만~1천만 유로(약 75억~1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에 집중 투자해 우크라이나 경제 생태계에 필수적인 분야를 육성하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신규 설립보다 기존 금융기관 통합 및 진화가 적합
상기한 기능 수행을 위해 굳이 UDB를 신규 설립할 필요는 없다 현존하는 금융 기관들인 우크라이나 수출입은행(Ukreximbank), 사업 개발 기금(Business Development Fund), 농업 부분 신용 보증 기금(Partial Credit Guarantee Fund in Agriculture) 등이 전시에도 자생력과 개혁 가능성을 선보인 바 있어 이들을 기반으로 삼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벤처 기업 지원과 인적 자본 개발 등의 기능을 추가해 IT 및 국방 산업 스타트업들의 필요 사항을 해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서 유럽 NDB들의 역사적 진화 방향을 참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의 KfW 개발은행이나 프랑스의 예금 및 신탁 기금(Caisse des Dépôts et Consignations)은 변화하는 경제적 필요에 맞춰 스스로를 변화시켜 왔다. 폴란드 국가개발은행(BgK)도 1989년에 재창설돼 산업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EU 지원금을 배분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견고한 기능을 가진 UDB 설립을 위해 이들의 단계적 접근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
강력한 지배 구조 통한 ‘부패 리스크’ 해결이 관건
부패 리스크를 해결하고 신뢰를 강화하기 위해 UDB는 강력한 지배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시민사회 감독 기구 설립 등 이미 우크라이나가 축적한 반부패 성공 경험이 지배 구조에 대한 청사진을 제공할 수 있다.
국내 시민사회의 압력과 국제기구의 조건부 지원은 우크라이나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이른바 ‘샌드위치 모델’(sandwich model)이 될 수 있다. 시민사회 단체가 UDB의 운영을 감시하고 개혁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한편, 국제기구들은 조건부 자금 지원을 통해 규제 준수를 요구하는 것이다. MDB 및 유럽 NDB들과 연합함으로써 관리 방식과 역량 강화 측면에서의 모범 사례들을 도입할 수도 있다. 유럽 기준과 연계한 우크라이나 국립은행(National Bank of Ukraine)의 감시도 관리 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한편 당사국 책임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UDB 감독위원회에는 기업 연합회와 노조 등 국내 이익단체들이 포함돼야 한다. EU와 같은 해외 이해관계자를 소수 주주로 참여시키는 것도 우크라이나의 유럽 통합을 촉진하면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국내 반부패 기관들의 기능을 활용하는 한편, 자금 횡령 및 유용을 막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 시민대표자협의회에 감시 책임을 부여하고 우크라이나 철도청(Ukrainian Railways) 사례와 같이 반부패 전담 조직을 설립하는 것이 모두 포함된다. 설립에 앞서 UDB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공신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원문의 저자는 이나 멜니코프스카(Inna Melnykovska) 중앙유럽대학교(Central European University) 조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How to build a Ukrainian Development Bank: Leveraging European history and Ukraine’s own reform experienc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