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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미국 정치권의 US스틸 인수 반대는 “그야말로 정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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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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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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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치권, ‘국가 안보’와 ‘일자리’ 내세워 철강업체 해외 인수 반대
보호주의 정책 통해 산업 경쟁력 지킨 사례 없어
해외 투자 수용하고 ‘장기 산업 정책’ 고민해야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일본 신일본제철(Nippon Steel)의 150억 달러(약 21조6천억원) 규모 US스틸(US Steel) 인수 시도가 미국 정치권의 논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퇴임을 앞둔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당선인은 국가 안보와 미국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미 경제적 가치를 상실하고 있는 철강업체 인수를 막아서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두 리더의 우려가 정치적으로는 공감을 살지 모르겠으나 역사적으로 보호주의 정책을 통해 일자리와 산업 경쟁력을 지킨 사례는 거의 없다. 차라리 해외 투자를 수용하면서 장기적 관점의 포괄적 산업 정책을 강구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사진=동아시아포럼

신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반대는 ‘정치 논리’

해당 인수 건에 대한 바이든과 트럼프의 반대는 미국의 저물어가는 산업 부문을 둘러싼 정치적 민감성을 대변한다. 사실 신일본제철의 제안은 기술 이전, 설비 개선, 생산량 감축에 대한 미국 정부의 거부권 등 중요한 내용을 모두 확약하고 있어 정치권이 주장하는 일자리 보호와 국가 안보 문제를 해결해 주는 셈이다.

여기에 신일본제철이 중국의 바오산철강(Baoshan Steel)과의 협력 관계를 청산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일차적으로는 사업적 결정이겠지만 지정학적 우방으로서 대미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일본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이점에도 정치권이 반대를 내세우는 숨은 이유는 이것이다. 미국 산업 정체성의 상징이 바로 철강산업이고 그 중심지가 펜실베이니아 같은 ‘경합주’(swing state)들이기 때문이다.

US스틸, 미국 ‘산업 패권 흥망성쇠’ 상징

한때 글로벌 철강산업의 중심지였던 피츠버그는 미국 산업 패권의 성쇠를 상징한다. 1901년 피츠버그에 설립된 US스틸 역시 한때 미국 철강 시장의 60%를 점유했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들어 미국의 탈산업화가 본격화하며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 1978~88년 기간 미국은 4천6백만 미터톤(metric tons, 1,000kg)에 달하는 제철 설비를 단계적으로 철거했는데 그 중 1/3이 피츠버그에 있었다.

이제 제철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의 중요성은 유지한다 쳐도 첨단 산업, 거대 정보통신, 생명공학, 전기차, 이커머스, 반도체, 로켓 및 인공위성 등이 경제 성장을 이끄는 주요 산업이다. 한때 세계 최대 철강업체였던 US스틸은 연간 1,600만 미터톤을 생산해 세계 23위에 머무는 반면 신일본제철은 연간 4,400만 미터톤의 생산량을 가진 세계 4위 업체다.

철강산업 보호 정책, ‘실패’와 ‘부작용’으로 점철

여기서 미국 철강산업 관련 보호주의 정책의 역사가 귀중한 교훈을 줄 수 있다. 1968년 도입된 ‘자발적 제한 협정’(Voluntary Restraint Agreement, 철강 수출국의 자발적 수출 제한을 규정)과 카터(Carter) 행정부의 ‘트리거 가격 메커니즘’(Trigger Price Mechanism, 저가 철강 수입품에 자동으로 관세나 한도를 부여) 등이 불공정하다고 여겨지는 철강 무역 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수입량을 줄이고 하한가를 설정하려는 노력에도 제철소 폐쇄와 노동자들의 실직은 이어졌다. 1980년 이후 미국 철강업계는 구조조정으로 30만 명의 실직자를 배출했다.

보호주의 정책은 의도치 않은 부작용도 낳았다. 업체들이 비싼 미국산 철강 대신 외국산 제품을 찾아 나서는 가운데, 물량 부족으로 자동차 업계가 타격을 받는 일까지 발생했다. 해외 업체들은 전략적으로 고품질 철강을 미국에 수출함으로써 미국 경쟁업체들을 더욱 곤란에 빠뜨렸다.

‘단기 정치 이익’ 위해 ‘장기 경제 이익’ 희생하는 꼴

자국 핵심 산업체를 해외 업체가 소유하는 것이 종종 생산 물량 합리화에 따른 고용 상실 우려를 자아내기는 한다. 하지만 신일본제철은 이미 미국 내 자동차업체 납품 등을 통해 산업 간 연계를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150억 달러(약 21조6천억원)의 제안 금액은 US스틸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규모로 피인수 회사를 회생시키려는 신일본제철의 의지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는 다국적 회사에 심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국가 안보 위기에 관련됐다면 정부는 US스틸의 경영권을 되찾아 오는 수용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일본제철의 인수 시도를 정치권이 막는다면 자유 시장과 세계화 옹호자로서 미국의 위상에 가해지는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이번 인수 시도에 대한 정치권의 반대는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경제적 이득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일본은 신뢰할 수 있는 우방국이고 역사적으로도 미국은 일본의 투자와 혁신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아 왔다. 해당 인수 건을 잘 활용해 더 포괄적인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 미국 산업의 미래에도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미국의 철강산업을 지키는 것은 단순히 해외 투자를 막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고민을 요구한다. 먼 미래를 바라보는 산업 전략이라면 설비 현대화에 대한 투자와 근로자에 대한 전문적인 훈련, 연구개발을 포괄해야 한다. 한물간 보호주의에 매달리지 않고 자유 시장 원칙과 전략적 해외 투자를 수용하는 것이 산업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원문의 저자는 앤서니 P. 디코스타(Anthony P D’Costa) 멜버른 대학교(University of Melbourne) 명예 교수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Domestic politics not security or economics sabotage US Steel’s Japan deal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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