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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 요건' 강화 나선 금융당국, 시장 평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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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재무적 상장폐지 요건 점진적으로 상향
영업이익 관련 요건은 부작용 고려해 미설정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바이오 업계 내 의견 충돌

금융위원회가 내년부터 국내 증시의 상장폐지 요건을 점진적으로 강화한다. 시가총액, 매출액 등 상장 유지를 위한 재무적 요건을 상향 조정해 증시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상장폐지 제도 개선을 위한 청사진이 본격적으로 공개된 가운데, 시장은 당국의 결정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 상장폐지 요건 강화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상폐제도 개선안’을 발표, 내년부터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개선안에는 시총, 매출액으로 대표되는 재무적 상장폐지 요건을 상향 조정하고, 상장폐지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국은 향후 제도 개선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낮은 기업을 솎아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당국은 코스피 시총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내년 200억원, 이듬해 300억원 등으로 조정하고, 3년 뒤에는 500억원까지 높일 계획이다. 코스닥은 기존 40억원에서 내년 150억원, 이듬해 200억원, 3년 뒤 300억원까지 기준이 상향된다. 매출액 기준은 코스피의 경우 기존 50억원에서 2029년 300억원까지, 코스닥의 경우 30억원에서 100억원까지 상향될 예정이다. 다만 이 같은 매출 요건은 코스피 기준 시총 1,000억원, 코스닥 기준 시총 600억원 이상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영업이익' 요건은 없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당국이 내세운 상장폐지 제도 개선안이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선안에 명시된 상장폐지 기준에 영업이익 관련 요건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코스닥 시장에서는 영업손실이 5년 연속 지속되는 종목을 상장폐지 대상으로 지정하는 규정이 있었으나, 해당 규정은 2022년 삭제됐다. 현행 제도상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은 상장폐지 대상이 아닌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된다.

금융당국은 영업이익을 상장폐지 기준으로 설정할 시 발생할 '부작용'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영업이익 규모에 따라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될 경우 향후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의 생존 난도가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유가 변동의 영향을 받는 정유업, 원자재 가격과 경기 흐름의 영향을 받는 조선업 등 상황에 따라 실적이 급변하는 기업들이 증시에서 부당하게 퇴출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한국거래소 역시 현재 상장폐지 기준인 ‘자본잠식’ 요건만으로도 한계기업을 충분히 솎아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적자가 누적된 기업은 자본잠식 요건에 따라 상장폐지되고 있는 만큼, 따로 영업적자 요건을 들여다볼 필요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현행 상장폐지 기준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 종목은 최근 사업연도 말 기준 자본금이 전액 잠식됐거나, 2년 연속 자본금의 50% 이상이 잠식된 경우 상장폐지된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최근 사업연도 말 기준 자본금이 전액 잠식된 경우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바이오 업계 "득인가 실인가"

금융당국의 상장폐지 제도 개선안에 대한 산업계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특히 상장폐지 요건 강화 소식이 전해지며 '비상'이 걸렸던 바이오 업계의 경우 환영과 우려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우선 시총이 600억원을 넘긴다면 매출이 부족해도 상장폐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있다. 미래 기술에 투자하는 바이오 기업들은 지금 당장 매출 성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현재 개발 중인 기술의 성장성 등을 기반으로 시총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시가총액 600억원을 달성하는 경우 매출액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조항은 매출 발생 및 이익 실현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바이오산업의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매우 고무적"이라며 "매출액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본업과 무관한 사업으로 진출하거나 인수하는 사례들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한편에서는 시총을 키워 상장폐지 위기를 극복하는 기업은 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신약을 개발하기까지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데, 그 사이 잠재력을 인정받아 시가총액을 높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시가총액 제고에 실패한 기업들은 강화된 매출액 기준을 맞추기 위해 건강기능식품 등 지금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에 뛰어들거나,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유망 파이프라인을 매각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장폐지 요건 강화로 인해 증시에서 퇴출당하는 바이오 기업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우 상당수 업체가 기술특례 제도로 상장해 5년간 매출액 요건을 면제받지만, 그 이후부터는 다른 코스닥 상장 기업들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다"며 "선제적으로 활로를 마련하지 못한 바이오 기업들은 수년 뒤 강화된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술특례 상장은 성장성을 인정받은 유망 기업의 증시 입성을 촉진하기 위해 재무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우수 기술 기업에 코스닥 상장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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