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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늘리고 일자리는 줄인다, AI 확산에 고용 한파 맞은 ICT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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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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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종 온라인 노동지수, 46개월 만에 최저치
AI 도입, ITC 업계 채용에 부정적 영향
기업들, 단순 보조도구 아닌 업무수행 주체로 인식

정보통신기술(ICT)업계의 채용 시장이 갈수록 악화일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활발했던 기술 인재 채용은 이제 옛말이 됐고, 인공지능(AI) 개발로 자원이 집중되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고용 기회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AI 확산에 '고용 역설' 현상 뚜렷

1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정부 일자리 지원망인 워크넷을 통한 신규 구인 인원은 13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만1,000명(42.7%) 급감했다. 신규 구직 인원도 47만9,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6.5% 줄었다.

청년 일자리 상황 역시 나아질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26개월 연속 감소했고 고용률은 8개월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 기간 '쉬었음' 인구는 41만1,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고 경력직을 선호하면서 청년의 취업 기회가 더욱 좁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의 경력직 수시 채용 비율이 전년 대비 27.5%p 증가한 반면 대졸 정기 공채(-19.8%p), 대졸 수시 채용(-5.9%p)이 모두 감소하며 신입 채용이 위축됐다. HR테크기업 인크루트는 대기업들이 올해 보수적인 채용 계획을 세우면서 신입들이 설 자리를 찾기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대기업 경력 취업의 문은 넓어지는 반면 신입 구직자들의 기회는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AI의 발전으로 분위기가 더 암울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통계포털에 따르면 ICT 직종 온라인 노동지수는 지난해 12월 15일 기준 95로, 2021년 10월 10일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온라인 노동지수는 2020년 4월 15일 온라인상 채용 공고 수를 100으로 환산해 지수 형식으로 산출한다. 통계는 주별로 작성돼 2주마다 게시된다. 지수가 ‘95’라는 것은 현재 ICT 직종 채용 공고 수가 코로나19로 인한 채용 한파가 극심했던 2020년 4월 15일보다 적다는 뜻이다.

IT 직종 온라인 노동 지수는 2020년 8월 4일 79로 저점을 찍은 뒤 꾸준히 상승해 왔다. IT 스타트업 및 개발자 채용 붐이 한참이었던 2022년 7월 11일에는 174로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한 감소 추세를 그리고 있다. 생성형 AI 활용과 함께 기존 직원의 생산성은 늘어나고 있지만, 신규 직원에 대한 채용 수요는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진 56% "채용 절반 AI 대체" 전망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에서도 이 같은 불안감이 여실히 드러난다. 한 신입 디자이너는 "그래픽 디자이너인데 경력을 깎고 연봉을 낮춰서라도 UX·UI 디자이너 쪽으로 바꾸고 싶다"며 "미리캔버스 같은 AI 기술이 이미 그래픽 디자인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아예 일자리가 사라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취업을 준비 중인 다른 취준생도 "경제도 안 좋은데 AI 발전으로 신입 개발자는 필요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데빈이라는 소프트웨어 개발 AI에 대한 영상을 봤는데 이미 신입 개발자가 따라잡기 힘든 실력이고, 더 무서운 건 현재 그 단계로 발전하기까지 2년여 정도밖에 안 걸렸다는 것이다. 이대로 계속 이 분야에서 취업을 준비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는 기우가 아니다. 직원 교육 플랫폼 에드엑스(edX)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 경영진의 56%는 오는 2028년까지 신입 채용 절반 이상이 AI로 인해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AI가 발전하면서 단순 반복 업무뿐만 아니라 신입들이 수행하던 지식 노동까지 AI가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최근 오픈AI가 선보인 AI에이전트 '오퍼레이터'는 웹 브라우저를 조작하고 데이터를 수집·정리할 수 있도록 발전했다. 신입 직원처럼 지시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더욱 정교한 지식 노동까지 수행한다.

"기업들 앞으로 더 높은 수준의 능력 요구할 것"

이에 기업들도 이제 AI를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주체로 보기 시작했다. 미국 소프트웨어업체 세일즈포스는 AI로 생산성이 30% 향상됐다며 올해 개발자를 추가 채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나의 CEO 세바스찬 시미아트코프스키도 "AI 덕분에 수백명의 직원이 하던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 성공했고 최근 1년간 신규 채용을 할 필요가 없었다"며 "AI는 이미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IT 기업들의 구조조정도 가속화되고 있다. 메타플랫폼스는 지난달 전체 인력의 5% 감원을 발표했고,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 워크데이도 이달 초 직원 8.5% 감축 계획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미국 컨설팅업체 얀코 어소시에이츠(Janco Associates)의 빅터 자눌라이티스(Victor Janulaitis)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기업들이 지난해 재정 계획에서 예산 삭감을 결정했고, 이를 올해 본격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최병호 고려대 AI대학원 교수는 "AI가 신입들이 하던 단순 업무를 대체하는 것은 슬프지만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국내에서는 아직 AI가 직접적인 채용 감축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 않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기업의 인력 운영 방식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국내 역시 채용 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들은 앞으로 신입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성을 요구할 것"이라며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신입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앞으로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을 고민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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