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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한강변 재건축 알짜도 소용없네, 자금 조달·시공사 선정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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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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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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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도 줄줄이 유찰
나서는 건설사 없는 사업장도
도시정비사업 수주 경쟁 '치킨게임'
대우건설이 제안한 한남2구역 재개발 단지 '한남써밋' 조감도/사진=대우건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경색이 지속되는 가운데, ‘알짜’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강북 주요 재개발 구역인 한남2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조합은 최근 시공사와 새 금융 주관사의 협업으로 국공유지 매입을 위한 자금 조달에 겨우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건축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용산구 한남동이나 송파구 잠실 등 대형 사업장엔 건설사들이 몰려들어 경쟁이 치열하지만 한강변에 있어도 작은 단지엔 1개 건설사만 참여해 유찰되거나 아예 나서는 건설사가 없는 경우도 있다.

한남2구역, 간신히 자금 모집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 조합은 사업지 내 국공유지 매입을 위한 대주단 모집 절차를 거의 마무리 지으면서 다음 달 초 기표를 앞두고 있다. 조달 금액은 국공유지 매입비와 대출이자 등을 합한 1,680억원이다. 10여 개 금융사가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2,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남2구역은 우리투자증권이 지난달 금융 주관사 지위를 포기한다고 통보해 위기를 맞았다. 최근 불안정한 금융 환경 때문에 대주 모집이 제대로 되지 않자 주관사가 PF 조달을 포기한 것이다. 결국 조합은 신영증권을 새 주관사로 정해 PF에 도전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도 지원에 나서면서 한 달여 만에 대주단 모집에 성공했다.

서울 내 유망 정비사업도 어려움 호소

한남2구역은 이른바 ‘118프로젝트’도 무산된 곳이다. 118프로젝트는 2022년 11월 대우건설이 꺼낸 프로젝트 명칭이다. 대우건설은 기존 90m, 14층으로 설계된 아파트 높이를 최고 118m, 21층으로 하겠다고 공약했고, 롯데건설을 제치고 한남2구역 시공권을 수주했다. 당시 조합원들이 높아진 층수 만큼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나면 조합원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서울시가 ‘신고도지구 구상안’ 발표 당시, 한남뉴타운 일대를 고도제한 완화지역에서 제외하면서 물거품이 됐고, 결국 조합은 작년 11월 지하 6층~지상 14층을 짓는 내용의 원안을 승인했다.

한남2구역뿐 아니라 서울 내 유망 재개발 사업들도 대주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례로 종로구 돈의문 2구역 도시정비형재개발사업은 본PF 전환 전까지 중·후순위 대출 만기 연장을 반복하고 있다. 서울역 밀레니엄 힐튼 서울호텔 재개발사업 역시 본PF 전환이 하반기로 미뤄지면서 1조4,0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초기 토지비 대출)을 연장 중이다. 대형 건설사도 최근 정비사업 수주 기조를 보수적으로 바꾸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 부동산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사가 PF 대출에 손을 놓고 있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며 “정국 불안과 정책 리스크까지 가세해 PF 대출 시장 파행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강뷰 재건축도 어려워, 시공사 선정 양극화 뚜렷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도 녹록지 않다. 특히 이 과정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서울 핵심지역 재건축만 수주하는 ‘선별 수주’ 기조를 강화한 탓이다. 실제 용산구 한남, 송파구 잠실의 대형 재건축 사업장에는 건설사들이 몰려들어 경쟁이 치열한 반면, 1개 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해 유찰되거나 아예 나서는 건설사가 없는 사업장도 적지 않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대림가락아파트 재건축조합은 22일 개최한 총회에서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대림가락 재건축사업은 867가구, 4,544억원 규모지만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참여해 수의계약으로 전환됐다. 두 차례 이상 경쟁 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되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강남권 다른 정비사업장도 상황이 비슷하다. 송파구 가락1차현대아파트는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입찰 공고를 냈다. 1차 입찰 때는 롯데건설만 제안서를 제출해 유찰됐다. 송파구에선 지난해 잠실우성4차(DL이앤씨), 가락삼익맨숀(현대건설), 삼환가락(GS건설) 재건축 시공사 선정이 단독 입찰에 따른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한강변 단지도 예외는 아니다. 서초구 신반포2차는 두 차례 유찰 이후 지난해 말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알짜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신반포4차도 삼성물산의 단독 참여에 따른 수의계약이 유력하다. 용산구 한강 변에 위치한 산호아파트도 네 차례 유찰 끝에 작년 말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그나마 나서는 건설사가 있는 곳은 다행이다.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없어 유찰을 겪는 정비사업장도 속출하고 있다. 서초구 삼호가든5차는 지난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참여한 곳이 없어 유찰되자, 공사비를 올려 다시 시공사 찾기에 나섰다. 서울시 신통기획 1호 사업장인 중구 신당10구역 재개발 사업은 비교적 사업성이 높은 곳으로 꼽히는데도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사비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원가 부담이 커지자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참여를 꺼려서다.

반면 연내 시공사 선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압구정 2구역에선 한남 4구역 수주전에 이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리턴 매치’가 펼쳐질 예정이다. 다음 달에는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사업 시공권을 놓고 삼성물산과 GS건설이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재건축사업 공사비 규모는 1조6,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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