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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건설, 회생절차 종결 후 한 달만에 법정관리 신청 올해 들어서만 중견 건설사 6개 법정관리 신청 악성 미분양 매입 나선 정부, 업계는 "부족하다"

중견 건설사 대우조선해양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약 한 달 만에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건설업계의 침체 상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자금난을 버티지 못한 중견 건설사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양상이다.
대우조선해양건설, '경영 정상화'는 없었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지난달 27일 수원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1969년 세림개발산업으로 출범한 기업으로, 2022년 국토교통부의 시공 능력 평가 83위에 올랐으나 누적된 경영 실책으로 같은 해 말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이후 매각을 추진해 2023년 8월 부동산 개발업체인 스카이아이앤디에 인수됐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올해 1월 20일 법원의 회생절차 종결 결정 공고로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다졌다. 하지만 건설·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침체하면서 스카이아이앤디가 인수·운영을 포기했고, 결국 한 달 만에 다시 법정관리 신세를 지게 됐다.

쓰러지는 중견 건설사들
건설업황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건설사는 대우조선해양건설뿐만이 아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폐업한 건설사 수만 약 84곳에 달한다. 자금 등 기반이 부족한 중소형 건설사는 물론, 시공 능력 평가 50~100위권에 속하는 중견 건설사들조차 연이어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시장의 충격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24일 국내 건설 면허 1호 보유 기업이자 시공 능력 평가 71위인 삼부토건은 건설 경기 침체를 버티지 못하고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 138위인 안강건설도 같은 날 중견 건설사들의 법정관리 행렬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시공 능력 평가 114위를 차지한 삼정기업과 삼정이앤씨가 “건설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2,500억원이 넘는 미회수 채권이 발생했다"며 “화재 사고로 공사비 회수가 불투명해지며 금융기관의 추가 자금 조달이 전면 중단돼 경영난이 극심해져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고 입장문을 냈다. 같은 날 법정관리를 신청한 대우조선해양건설과 올해 초 법정관리에 돌입한 시공 능력 평가 58위 신동아건설, 경남 2위 건설사인 대저건설을 합하면 올해 들어서만 벌써 6개의 중견 건설사가 쓰러진 셈이다.
정부 "미분양 매물 일부 사들이겠다"
건설업계에 드리운 침체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건설사들의 도산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19일 정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개최된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지역 건설 경기 보완 방안’을 발표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3,000가구를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규모로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LH가 기존 매입임대주택 예산으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사들인 뒤 이를 '든든전세주택(6년간 임대로 거주 후 분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임대 유형)'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며 지역 건설사들의 재무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말 2만2,872가구로 전월 대비 6.5%(1,392가구) 늘었다. 이는 2013년 10월(2만3,306가구) 이후 11년 3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이 중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8,426가구로 전체 물량의 80.6%에 달한다.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해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업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매물이 장기간 누적된 만큼, 3,000호를 매입한다고 업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급자인 건설사를 살리는 것도 좋지만, 결국 수요자를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며 "미분양 주택 수요자들에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취득세 중과 배제 등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