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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법 '칼질'하는 트럼프, 보조금 담당 공무원 40%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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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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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도체법 재협상 추진에 이어 관련 직원 삭감
"보조금 없어도 관세 부과하면 된다" 이전부터 비판적 견해 드러내
SK하이닉스·삼성전자, 대규모 보조금 물거품 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이하 반도체법) 보조금 집행 관련 인력을 대거 감축했다. 반도체법에 따라 제공되는 보조금 혜택을 줄이고, 관세를 앞세워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美 CPO 공무원 줄줄이 해고

3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법 보조금 집행을 담당하는 미국 상무부 산하 반도체 프로그램 사무국(CPO)의 직원을 40% 삭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소속 공무원 약 20명이 지난주 퇴사를 수락하고 반도체법 사무국을 떠났으며, 약 40명의 수습 직원이 이날 해고됐다는 전언이다. 수습 직원은 최근 1~2년 사이에 신규 채용된 인력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법을 향해 칼을 빼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13일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기업들과 반도체법 보조금과 관련한 재협상을 추진 중이며, 관련 지출 일부를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의 보조금 책정과 관련된 요구 사항을 재검토하고 변경한 뒤 일부 거래를 재협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반도체법 보조금 지급을 관할하는 미국 상무부는 아직 반도체법 이행에 관한 명시적인 방침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최근 직원들에게 반도체 보조금 결정의 근거, 이미 지급된 자금에 대한 정부의 회수 권한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반도체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하는지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채찍'

미국이 반도체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에 대해 “정말 나쁜 거래”라고 비난하며 “(미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에)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그들(해외 기업들)이 미국에 와서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대규모 보조금이라는 '당근'을 주는 대신 관세라는 '채찍'으로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지난달 실제로 반도체에 약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눈에 띄게 거세지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선두 주자인 대만 TSMC는 결국 항복 의사를 표명했다. 3일 트럼프 대통령과 웨이저자 TSMC 회장은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면담을 진행한 뒤 TSMC의 대미 투자 계획을 함께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TSMC는 최첨단 반도체 시설 건설을 위해 최소 1,000억 달러(약 145조9,000억원)를 새로 투자할 것"이라며 "신규 투자는 애리조나주 시설을 짓는 데 사용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새 반도체 공장 3곳, 반도체 패키징(조립 및 테스트) 공장 2곳과 더불어 연구개발(R&D) 센터 한 곳이 애리조나주에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발표로 TSMC의 대미 투자액은 모두 1,650억 달러(약 240조원)가 된다"며 "이는 수천 개의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만약 (TSMC가 반도체를) 대만에서 만들고 미국으로 보낸다면 25%나 30%, 50% 등 얼마가 되든지 관세를 부과받게 된다"며 "그런 점에서 웨이 회장은 게임에서 훨씬 앞서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경쟁에서 뒤처지고 싶지 않다면 TSMC처럼 미국에 투자해 현지 공장을 지으라는 압박을 가한 것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 '난감'

반도체법을 통해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받을 예정이었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총 370억 달러(약 54조490억원)를 투자해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는 대가로 47억4,500만 달러(약 6조8,0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돼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기로 하고 4억5,800만 달러(약 6,600억원)의 보조금 지급 계약을 맺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본격화한 이상 이들 기업이 예정대로 보조금을 수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측이 직접적으로 반도체 보조금 취소를 언급하지 않은 만큼 아직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지만, 논의 과정에서 미국이 보조금 액수를 줄이거나 다른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보조금이 철회되거나 삭감되면 국내 기업의 생산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TSMC처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대미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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