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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정책, 인도 경제에 심각한 위협 이민 정책 개정 시 IP 서비스 산업도 “걱정” 대미 의존 줄이고 공급망 다변화 나서야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로 인도의 무역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정책은 인도의 제약, 섬유, 정보통신(이하 IT) 등 핵심 산업 수출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어려운 환경을 헤쳐가기 위해 인도는 미국과 관세율 인하를 위한 양자 간 협상에 나서는 한편 수출 시장 다변화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미국의 이민 정책도 인도의 IT 및 아웃소싱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시장 확장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도 수출 차질 “불가피”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보여준 관세와 보호무역 정책으로 볼 때 올해 더한 일이 벌어지지 말란 법도 없다. 미국의 주요 교역국인 인도 역시 트럼프 2기가 가져올 위기와 기회를 정확히 판단하고 움직여야 한다. 인도가 주요 표적은 아니지만 트럼프는 인도를 ‘관세왕’(tariff king)이라고 표현하며 비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인도의 무역 가중평균 관세율(trade-weighted tariff rate, 무역 가중치에 따라 계산된 평균 관세율)은 세계무역기구(WTO) 기준에 부합하는 것은 물론 한국,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들보다도 낮다. 이들 선진국은 보호 대상 품목에 상당히 높은 관세를 물리고 있다.
인도의 핵심 수출 산업인 제약, 섬유, IT 서비스 등이 트럼프 정책에 따른 관세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와 트럼프의 친밀한 관계가 우호적인 관세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트럼프의 미국 내 석유 및 가스 증산 정책에 인도가 부응해 수입을 허용한 것이 또 다른 가능성을 예견하게 해준다.
‘각국 공급망 다변화’ 기회 포착 “인도는 아직 무리”
대미 수출 물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인도의 단기 성장에 중요하지만 장기적 경제 안정을 위한다면 수출 다변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트럼프의 대중국 관세 장벽은 각국의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China Plus One strategy, 중국 외 공급망 다변화)을 촉진하고 있기도 하다. 인도가 이들 수요의 일부를 수용할 수는 있지만 아직은 기회를 온전히 활용하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법 개정과 능동적인 무역 정책, 해외 투자 유입을 위한 규제 환경 조성 등을 통해 중국 외 제조업 대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생산 연계 인센티브(Production Linked Incentive, PLI, 인도의 국내 제조업 육성 정책) 제도는 국내 생산과 수출을 지원해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우방국 및 동맹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과 니어쇼어링(nearshoring, 인근 국가로의 생산기지 이전)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제조 환경 변화의 수혜자가 되도록 이끌어 줄 수 있다.
미국 이민법 개정 시 인도 IT 서비스 수출에도 ‘악영향’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민법 개정을 통해 고숙련 및 저숙련 노동자의 미국 내 이동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인도의 IT 및 아웃소싱 산업이 영향을 받는다. 미국 기업들이 인도 IT 아웃소싱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감안할 때 타격은 심각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내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졸업생 부족과 국내 고숙련 인력 채용에 따른 고비용을 감안할 때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장기적 영향에 대비해 인도 IT 기업들은 이미 아프리카와 남미 등에서 대안 시장을 물색하고 있다.
미국의 참여와 상관없이 인도는 인도-태평양 경제 번영 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for Prosperity, 한국, 미국, 일본, 인도, 아세안 포함 14개 회원국으로 구성, 이하 IPEF) 참여를 통해서도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경제 모델 분석을 통해 보면 미국의 개입 없이 IPEF 지역에서만 무역 자유화가 심화돼도 참여국들의 성장률은 3.7%에서 4.2%로 올라간다. IPEF 회원국들이 소다자주의(minilateralism, 한정된 지역 내에서의 다자간 협력)를 통해 공급망 및 무역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참여를 통해 일본, 호주 등과의 협력 관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인도는 IPEF 무역 부문(trade pillar, IPEF의 4개 부문 중 하나)에만 옵서버 정도로 관여해 왔지만 앞으로 공급망과 공정 경제, 청정 경제 부문(supply chain, fair economy, and clean economy pillars)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무역 협력 관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미국을 넘어서는 관계 강화만이 트럼프 정책 변화에 따른 취약성을 줄이는 길이다.
‘글로벌 무역 다변화’ 기회로 삼아야
트럼프의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석유와 가스 등 화석 연료 생산 확대를 의미) 구호하의 화석 연료 증산 정책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공급 제한을 통해 고유가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글로벌 유가 인하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인도의 러시아 원유 수입과 유럽 수출은 미국 원유 생산량 증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고려해 인도는 IPEF의 청정 경제 부문과 ‘쿼드 기후 변화 적응 및 완화 패키지’(Quad Climate Change Adaptation and Mitigation Package, 호주, 인도, 일본 등이 시작한 청정에너지 관련 협력) 등 보유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일본, 호주 등과 기후 친화적 기술(climate-friendly technologies) 및 탄소 배출 제로 제품(zero-emission products)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인도의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것은 물론 지속 가능 무역에서의 입지 강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과 WTO 및 IPEF 등 다자간 기구 탈퇴는 글로벌 무역 양상을 흔들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간 진행된 세계화로 형성된 상호 의존성으로 혼란이 최소화될 수도 있다. 트럼프의 정책으로 인도의 대미 무역 관계가 어려움을 겪겠지만, 이를 다변화를 통한 자생력 강화의 기회로 삼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원문의 저자는 니킬라 메논(Nikhila Menon) 인피섬 모델링(Infisum Modelling) 수석 연구원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rump 2.0 puts India’s trade policy to the test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