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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상품권 가맹점, 줄줄이 상품권 결제 중단 매입 채무 유동화 함께하던 카드사·증권사 '곤혹' 금융부채 상환 유예되며 금융권 자금도 묶여

국내 2위 대형마트 체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시장 곳곳에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홈플러스 상품권 제휴 업체들부터 자금을 내어준 카드사, 금융권 등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인해 줄줄이 곤욕을 치르는 양상이다.
홈플러스 상품권 둘러싼 불안감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 △CJ CGV △신라면세점 △삼성물산 패션 부문 △앰배서더호텔 등은 최근 홈플러스 상품권 결제를 중단했다. HDC 아이마크몰, 신라호텔, 신라스테이도 홈플러스 측과 상품권 결제 관련 협의에 나섰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를 운영하는 다이닝브랜드그룹은 아직까지 결제를 중단하진 않았지만, 논의 결과에 따라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업체가 홈플러스 상품권을 경계하는 것은 지난 4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며 상품권 사용 금액에 대한 변제 및 정산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당시 해피머니 상품권의 사용에 대한 변제가 지연되거나 무산된 사례가 있다 보니 우려가 커진 측면이 있다”면서 “홈플러스 측은 상품권 변제는 이뤄진다고 말하지만, 걱정되는 것은 정산 지연”이라고 했다.
카드·증권사 채무 변제 밀리나
카드업계와 증권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홈플러스는 현재 현대카드·롯데카드·신한카드와 신영증권·SK증권을 통해 3,900억원 규모의 매입 채무를 금융 상품으로 유동화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거래처 상품을 사들여 매입 채무가 발생할 때, 카드사가 먼저 구매 대금을 자체적으로 거래처에 정산한 뒤 3개월 이내에 홈플러스로부터 상환받는 식이다. 이를 통해 홈플러스는 결제일을 늦추면서 공급망을 넓힐 수 있다. 이른바 '역팩토링'인 셈이다.
이에 더해 카드사들은 2023년부터 신영증권·SK증권과 함께 역팩토링 상품을 다시 만기 3개월의 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로 재유동화하고 있다. 증권사가 페이퍼컴퍼니(SPC)를 세우면 카드사가 홈플러스에서 받은 카드 대금 채권을 넘기고, SPC가 신용평가를 받은 뒤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하면서 금융부채 상환은 유예하고 상거래 부채는 정상적으로 변제할 계획을 세웠단 점이다. 유동화상품의 기초 자산은 상거래에서 비롯되지만, 현재 관련 채무는 카드사와 증권사를 거치면서 금융부채로 분류되고 있다. 홈플러스도 회계장부에 이를 금융부채로 계상 중이다. 기업회생절차에 따라 카드사들의 자금이 꼼짝없이 묶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유동화상품을 매입한 증권사와 리테일 투자자들도 피해를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에서도 혼란 가중
금융권 역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돌입으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다. 금융채권 상환 유예로 인해 홈플러스가 임차인인 실물 자산에 투자한 금융기관들의 자금이 순식간에 묶이면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회생절차가 마무리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며 "차입금 상환 일정이 꼬이며 금융권 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회생법원 공고문에 따르면 홈플러스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 및 주주 목록의 제출 기간은 오는 18일까지며, 회생채권·회생담보권 및 주식 신고 기간은 오는 1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다. 이어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의 조사 보고서 제출은 다음 달 29일, 회생계획안 제출은 오는 6월 3일 내로 이뤄진다. 법원이 이 회생계획안을 보고 인가를 내면 비로소 회생계획이 확정된다. 사실상 회생계획을 마련하는 데에만 최소 3개월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후 홈플러스는 확정된 회생계획에 따라서 채무를 변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