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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값 인수’ 또는 ‘독이 든 성배’, 오아시스 티몬 인수에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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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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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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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식품으로 사업 부문 확대 선언
출혈경쟁 벗어난 ‘오아시스식 수익 구조’
IPO 전 상징적 행보에 시장 이목 집중

국내 새벽배송 시장에서 신선식품 중심으로 존재감을 키워온 오아시스마켓이 티몬 인수를 본격화하며 외연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향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사업 확장성과 미래 먹거리 제시로 투자자들을 설득하겠단 구상이다. 시장에서는 오아시스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히는 티몬에 자사의 성공 노하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적용할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실질 인수 금액 약 181억원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3부(회생법원장 정준영)는 전날 티몬의 최종 인수 예정자로 오아시스를 선정했다. 오아시스는 티몬 지분 100%를 116억원에 인수하며,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채권 등 65억원을 추가로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추산한 오아시스의 티몬 실질 인수 금액은 181억원가량이다. 오아시스는 내부 유보금을 통해 인수 대금 전액을 충당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함으로써 단순히 온라인몰 규모 확대를 넘어 본격적인 비식품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오아시스는 채소, 과일, 육류 등 신선식품 직매입과 새벽배송 모델로 차별화에 성공했지만, 경쟁사 대비 고객 저변 확대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쿠팡이 식품과 비식품을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으로 ‘굳히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오아시스의 확장 전략은 향후 업계 경쟁 구도를 크게 흔들 것이란 평가다.

현재 오아시스는 내부적으로 직매입 모델을 비식품 부문까지 확대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의 경쟁력이 직매입 기반의 물류 효율화에서 기인한 만큼 오픈마켓 중심으로 운영돼 온 티몬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그간 수도권에 집중됐던 소비자 충성도를 전국 단위로 확장하고, 종국에는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다.

한편, 티몬 채권자들도 이번 소식에 반색을 드러냈다. 법원 조사위원에 의하면 티몬 청산 시 일반 채권자들이 받을 수 있는 청산 배당률은 0.44%에 불과하지만, 회생계획안이 인가될 경우 일반 회생채권의 변제율은 약 0.8%로 뛸 전망이다. 법원은 오는 5월 15일까지 티몬 회생계획안을 접수해 6월 관계인 집회에서 인수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오아시스는 법원의 인가 후 회생계획을 기반으로 채권 변제와 운영 정상화를 수행하게 된다.

“비용 절감이 곧 영업이익”

그간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는 치열한 가격 경쟁과 마케팅 출혈 전쟁이 필수로 여겨져 왔다. 문제는 쿠팡과 네이버, SSG닷컴 등 주요 플랫폼 대부분이 고객 유치와 충성도 확보를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했음에도 막대한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치열한 시장에서 오아시스마켓은 매우 예외적인 존재로 평가받는다. 마케팅 비용을 거의 쓰지 않고도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오아시스의 핵심 전략은 철저한 비용 절감과 직매입 유통 구조다. 90%에 달하는 식품 직매입으로 유통 비용을 줄이고, 물류 자동화를 통해 인건비 부담도 줄였다. 여기에 새벽배송 시장에서도 별도의 광고나 프로모션 없이 소비자들의 ‘입소문’만으로 고객을 늘려왔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는 ‘마케팅 비용을 아끼는 것이 곧 영업이익으로 연결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비용 효율성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오아시스가 신선식품의 성공 방정식을 비식품 부문까지 적용할 수 있다면,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또 하나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티몬의 이용자 기반을 활용하되, 오아시스식 ‘무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접목할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티몬이 그동안 할인 쿠폰과 적립금 마케팅 등 고객 유치 비용이 높은 구조를 구축해 온 만큼 오아시스가 티몬의 사업 방식을 그대로 가져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티몬 브랜드 이미지·경쟁력 회복 쉽지 않아

시장에서는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가 IPO를 앞두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신선식품 부문 강자인 동시에 안정적인 수익을 자랑하는 오아시스지만, 상장을 위해서는 사업 확장성과 미래 먹거리 제시가 필수적이라는 부담이 짙게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새벽배송이라는 좁은 시장만으로는 상장 심사 통과와 투자자 설득이 어렵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일관된 견해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 또한 작지 않다. 티몬은 이미 수 차례 주인이 바뀐 ‘이커머스 실패 사례’로 분류되는 기업이다. 고정비 부담이 크고, 고객 충성도가 낮은 데다 플랫폼 운영 노하우나 경쟁력 측면에서도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 같은 처지의 티몬을 인수한다고 해서 오아시스가 자사의 강점으로 내세운 입소문 마케팅과 비용 절감 구조를 비식품 영역으로 확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서 이번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가 ‘제2의 큐텐 사례’가 될까 경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큐텐은 2010년부터 자본 잠식에 시달리던 티몬을 2022년 헐값에 인수했다. 당시 구영배 큐텐 대표는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티몬을 인수했다. 전자상거래 기업을 사들여 덩치를 키운 뒤, 큐익스프레스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티몬은 큐익스프레스의 실적을 책임지는 역할을 했지만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법정관리를 피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국에서 철수한 이커머스 기업들을 일본이나 싱가포르 기업들이 저가에 인수해 되살리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며 “이커머스 업계 특성상 단기간에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거나 플랫폼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티몬 인수가 오아시스에는 기회이자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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