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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등 외곽지, 서울 집값 끌어내려 강남 3구·용산구는 여전히 '강세'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으로 시장 흐름 바뀔까

이달 서울 아파트의 상승 거래 비중(직전 거래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매된 거래 비중)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원구 등으로 대표되는 서울 외곽 지역에서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며 시장 전반이 가라앉는 양상이다.
미끄러지는 서울 아파트 거래가
27일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의 상승 거래 비중은 45.28%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보다 4.1%p 하락한 수치다. 올해 들어 월간 기준으로 서울의 상승 거래 비중이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아파트 상승 거래 비중은 지난해 12월 40.9%에서 올 1월 44.3%, 2월 48.2%, 3월 49.4% 등으로 꾸준히 증가한 바 있다.
서울 상승 거래 비중이 꺾인 배경에는 외곽지의 집값 하락세가 있다. 대표적인 외곽 지역으로 꼽히는 노원구의 경우, 올해 들어 아파트 매매가가 0.23% 내렸다. 이는 중랑(-0.18%), 도봉(-0.16%), 금천(-0.04%), 강북(-0.04%), 동대문(-0.02%) 등 올해 집값이 떨어진 6개 자치구 중 가장 큰 하락폭이다. 2024년 이후 집값 상승률도 1.29%에 그쳤다. 도봉(0.29%)에 이어 뒤에서 두 번째다.
노원구의 집값 하락세는 실거래가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 19일 월계동 ‘미륭·미성·삼호 3차’ 전용 59㎡는 최고가의 85% 수준인 8억2,900만원에 거래됐다. 2020년 준공한 상계동 ‘포레나노원’ 84㎡도 최근 10억9,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는 2024년 2월 기록한 최고가(12억1,000만원)의 90% 수준이다.
강남 3구·용산구만 '생존'
서울 외곽지 집값이 미끄러지는 가운데, 강남 3구, 용산구 등 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지역의 상승 거래 비중은 오히려 늘었다. 강남구의 4월 상승 거래 비중은 80%로 전월(60%) 대비 20%p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송파구의 상승 거래 비중은 53%로 전월보다 4%p 증가했으며, 용산구의 상승 거래 비중도 3월 58%에서 이달 67%로 늘어났다. 서초구는 이달 매매 거래가 한 건도 없었다.
개별 단지 거래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13일 잠실 우성아파트 전용면적 131㎡는 직전 거래(3월 31일, 20억8,000만원)보다 51% 오른 31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며, 압구정 한양1차 78㎡는 지난 12일 직전(3월 29일, 47억5,000만원)보다 26% 오른 60억원에 실거래 신고됐다. 대치동 쌍용대치2단지 84㎡는 지난 1일 직전(1월 9일, 29억4,000만원)보다 6% 오른 31억2,000만원에 매매됐다.

최대 변수는 토허제?
다만 이들 지역의 상승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으로 인해 차후 시장 흐름이 재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특별시는 지난달 19일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소재 전체 아파트를 토허구역으로 지정했다. 지난 2월 강남·송파구 아파트 291곳에 대한 토허구역 해제를 발표한 이후 해당 지역 아파트값이 급격히 상승하자, 부랴부랴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토허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구청장으로부터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의 경우 2년간 실거주를 위한 매매만 허용돼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도 불가능해진다. 토허구역 해제 기간에 갭투자를 비롯한 투기 수요가 집값 상승세를 견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상승 동력이 크게 훼손된 셈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토허구역이 해제됐던 지난 2월 강남 3구 주택 매매 거래 중 갭 투자 비율은 43.6%로 전월 대비 8%p 이상 늘었다.
실제 토허구역 재지정 이후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주택 거래량은 빠르게 위축되는 추세다. 강남구에서는 토허제가 풀린 기간(2월 13일~3월 23일) 1,186건에 달하는 거래가 발생했지만, 토허구역 재지정(3월 24일~4월 24일) 이후 거래 건수는 34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서초(662건→3건), 송파(1,309건→31건), 용산(343건→5건)에서도 거래량이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