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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부진·경기침체에 금융권 비상, 은행·카드사 대출 연체율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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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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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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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진과 고금리, 연체율 상승으로 번져
1분기 4대 은행 고정이하여신 12조원 육박
신용카드 연체율도 10년 만에 최고

올해 1분기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5조원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내며 경기 침체 속에 나 홀로 호황을 기록했지만, 연체율과 부실채권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 주요 시중은행 연체율은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NPL) 규모도 1년 만에 3조원 이상 늘어나며 12조원을 넘어섰다.

은행 부실채권 1년새 3조↑

28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연체율(은행별 단순 합산 평균 기준)은 0.41%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인 작년 말 0.34%에 비해 0.07%포인트 올라갔다. 이는 2018년 1분기 말 0.41%를 기록한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연체율이다.

특히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 1분기 단순 평균값으로 0.59%에 달했다. 전 분기 0.39%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1년 전(0.34%)과 비교하면 1.7배가량 높아졌다. 어려운 것은 중소기업만이 아니다. 0%에 수렴했던 대기업 대출 연체율 역시 올해 1분기 말 0.09%까지 치솟았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04%였으나 2배 넘게 늘어났다. 은행 입장에서 연체 걱정이 거의 없었던 대기업마저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돈을 빌리고도 3개월 넘게 갚지 못해 상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실채권 규모도 12조6,150억원으로, 사상 최초로 12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분기 말 9조1,270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3조원 넘게 늘어났는데, 증가율로 보면 38.2%로, 늘어나는 속도도 상당히 빠르다. 통상 매년 1분기는 NPL 상매각이 이뤄지기 때문에 부실채권 규모가 작은 편이다. 그런데 올해 오히려 부실채권 규모가 사상 최대치로 늘어난 것을 두고 은행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수 부진 여파, 빚 못 갚는 기업·가계 늘어

전문가들은 고물가와 2022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오른 시장금리 탓에 한계기업의 원리금 부담이 가중됐고, 대내외 경기도 나빠지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난 것으로 본다. 실제 최근 들어 소비심리는 급격히 위축된 상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월 준내구재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전월 대비 1.7% 감소했다. 비내구재의 소매판매액지수 역시 2.5% 줄었다. 준내구재는 의류, 신발, 소형가전 등 예상 사용 수명이 1년 내외인 품목을, 비내구재는 그보다 짧은 음식료품, 수도, 휘발유 등 일상 소비재를 의미한다. 준내구재·비내구재 소비는 지난해 12월 1.0%, 1.5% 각각 상승하며 회복 기미를 보였지만, 올해 1월 감소 전환한 뒤 두 달 연속 내림세다.

믿었던 수출도 흔들리고 있다. 이달 1~20일까지 수출액은 339억 달러(약 48조7,900억원)로 1년 전보다 5.2%(18억7,000만 달러) 감소했다. 주요 10개 품목 중 승용차(-6.5%), 석유제품(-22.0%) 등 9개 품목 모두 감소세다. 증가세를 보인 건 반도체(10.7%)가 유일하다. 특히 한국의 양대 수출 시장인 중국과 미국으로의 수출이 동반 감소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분별한 관세 부과 영향으로 수출이 위축됐다는 것이 관세청 설명이다.

물가도 불안하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9월부터 넉 달 연속 1%대를 기록하며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밑돌았다. 그러나 환율 급등과 트럼프발 관세 정책 등이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하면서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석 달 연속 2% 초반대를 이어가고 있다. 수입 물가가 통상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1,400원대를 넘나드는 고환율이 올해 하반기 물가를 더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 악화에 카드사 연체율도 10년 來 최고

은행뿐 아니라 카드사도 건전성 측면에서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그룹 카드사의 1분기 말 기준 연체율(카드 대금, 할부금, 리볼빙, 카드론, 신용대출 등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이 모두 상승했다. 이 중 하나카드가 2.15%로 6개 카드사 중 가장 높았다. 하나카드 연체율이 2%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5년 1분기(2.07%) 이후 10년 만이다.

KB국민카드의 연체율은 1.61%로 1분기 만에 0.3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014년 말(1.6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연체율 또한 1.61%로 3개월 만에 0.10%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5년 3분기 말(1.68%) 이후 최고치다. 우리카드의 경우 연체율이 지난해 말 대비 0.43%포인트 오른 1.87%로 집계됐다.

카드사의 부실채권 규모도 급격히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지난해 말 기준 NPL 합계는 2조217억원으로, 2021년 말 1조1,907억원보다 약 70% 늘어났다. 카드사들의 NPL은 2022년 말 1조3,891억원, 2023년 말 1조9,095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카드사 부실채권이 급증한 데는 늘어나는 카드론 영향이 크다. 다른 대출에 비해 금리가 훨씬 높지만, 신용도가 낮아도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작년부터 카드론 잔액은 계속 늘고 있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까지 8개 전업카드사의 개인 카드론 누적 이용액은 10조4,186억원, 현금서비스는 13조1,806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2억원, 5,395억원 불어난 규모로 최근 3년 새 최고치다. 특히 국민카드의 경우 부실채권 중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해 손실이 확정된 '추정손실'로 분류된 여신이 1,665억원으로 1년 전보다 80.1%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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