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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원, 스테이블코인 법안 부결 “트럼프 암호화폐 이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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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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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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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사용 늘며 기존 시스템 안정 훼손 우려
거래수단으로 유용하나 시장 충격에 취약, 발행기관 신뢰성 문제도
일반적인 가상자산과 달리 강력 규제 필요성 확대

미국 상원이 민주당 반발 속에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GENIUS Act)를 처리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암호화폐 사업이 전례 없는 이해충돌을 초래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美 GENIUS Act, 민주당 반대로 무산

12일(이하 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미국 상원의원들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방 규칙을 설정하려는 법안인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자금세탁방지(AML) 요건을 강화하는 조항을 포함해 민주당 요구를 일부 반영했지만, 민주당이 막판 반대하면서 좌초됐다.

스테이블코인 법안에 대한 민주당의 핵심 이탈은 최근 발생했다. 9명의 민주당 상원의원은 법안 지지 의사를 철회하며 △자금세탁 방지 △외국 발행자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다. 리사 블런트 로체스터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금융 이해충돌을 직접 지적했으며,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영향력 관계를 얻기 위해 그가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암호화폐를 구매할 수 있는 현재 상황은 심각한 부패 구조"라며 "이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정부에 대한 공공 신뢰를 훼손한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암호화폐를 통해 사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전 밈코인 '오피셜트럼프'($Trump)를 직접 발행했으며, 최근 이 코인의 대규모 보유자들을 백악관 만찬에 초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해충돌 논란에 불을 지폈다. 리처드 블루멘탈 상원의원은 이에 대해 '대가성 거래'라고 비판했고, 암호화폐 부패 종식법을 발의한 엘리사 슬롯킨 미시간주 상원의원 역시 "대통령이 자기 코인을 팔아 사적으로 이익을 챙기는 걸 막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폐 사업인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이 아부다비 기반 투자사 MGX와 협력해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를 투자하려는 움직임도 법안 통과에 장애물로 작용했다.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분석 회사 체이널리시스가 지난 5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의 밈 코인인 '오피셜 트럼프'의 발행자들은 지금까지 거래 수수료로만 3억2,000만 달러(약 4,546억원)을 벌었다.

각국 규제 강화, '다크 스테이블코인' 활성화할 수도

그간 스테이블코인은 정부의 간섭이 없어 다양한 그룹에서 자산을 저장하는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 각국의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다크 스테이블코인'의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암호화폐 분석 회사 크립토퀀트의 주기영 대표는 "곧 각국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은행처럼 엄격한 규제를 받을 것"이라며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세금이 자동 징수되고, 정부 규정에 따라 지갑이 동결되거나 서류 제출이 요구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국제 송금에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던 사람들은 검열에 강한 다크 스테이블코인을 대안으로 찾기 시작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당국의 간섭을 받기 쉬운 금 같은 자산 대신, 알고리즘 메커니즘을 통해 가치가 유지되는 다크 스테이블코인 또는 프라이빗 스테이블코인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주 대표는 일례로 체인링크와 같은 데이터 오라클을 사용해 USDC와 같은 규제된 코인의 가격을 추적하는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을 들었다. 또 다른 예로는 금융 거래를 검열하지 않는 국가에서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나, 테더(USDT)가 향후 미국 정부의 규제를 준수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를 꼽았다. 주 대표는 "USDT 자체는 검열에 저항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간주되곤 했다"며 "테더가 향후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미국 정부 규제를 준수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점점 더 검열이 심해지는 인터넷 경제에서 다크 스테이블코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부터 우리가 개입"

유럽연합(EU)은 이미 '암호자산시장규제안(MICA)'을 도입한 상태다. 해당 규제는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서비스 제공업체의 투명성과 책임을 강화하고, 합법적인 유통을 전제로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이에 유럽에서는 테더보다 규정을 충족한 신규 스테이블코인을 찾는 이용자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정부와 중앙은행이 뒤늦게 스테이블코인 제도 설계에 나선 상황이다. 내달 대선을 앞두고 가상자산 2단계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은은 지난달 '2024년 지급결제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은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지급 수단적 특성을 내재해 광범위하게 발행·유통되고 있다"며 "법정통화를 대체하는 지급 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통화정책, 금융안정, 지급결제 등 중앙은행 정책 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어 별도 규제 체제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상자산위원회 등 향후 진행될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며 "중앙은행 관점에서 디지털 금융 환경에 바람직한 지급결제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12일에도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 금융안정, 지급결제 등 중앙은행의 정책 수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발행자 진입 규제와 관련해 인가 단계에서 중앙은행에 실질적인 법적 권한이 부여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원화와 1대 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면 법정 통화인 원화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고,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렸다.

이번 발표는 한은의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더 구체화한 내용이기도 하다. 한은은 "중앙은행이 인가 단계에 실질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중앙은행 정책 수행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제화 설계부터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디지털 지급결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한은이 추진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이를 기반으로 한 예금 토큰, 스테이블코인을 모두 아우르는 미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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