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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된 공포’가 경제 위기 불러 불확실성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위험 분산 단 하나의 ‘만병통치약’은 없어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공포가 경제를 덮쳤을 때 최악의 피해는 불확실성 자체로 빚어지는 게 아니다. 붕괴는 모든 사람이 무언가를 동시에 두려워할 때 발생한다. 그러므로 두려워할 것은 소음이 아닌 침묵이다. 모두가 경기 후퇴를 예상한다면 패닉을 진정시킬 매수 세력이 남지 않는 것과 같다.

모두가 같은 위험에 동의할 때 ‘가장 위험’
전통적으로는 합의된 믿음이 안정과 복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실제 세상에서 완벽한 합의는 시장을 마비시킨다. 주택 시장에서 모든 잠재 구매자가 가격 인하를 예상한다면 수요는 사라지고 가격은 폭락해 그 예상이 실현될 것이다. 이러한 자기 실현적 붕괴는 어떻게 완전한 합의가 위험 분산을 막고 미래를 망가뜨리는지 잘 보여준다.
반대로 위험에 대한 다양한 견해는 거래를 회복하고 경기 침체를 방지한다. 다른 견해가 존재할수록 경제는 건강해진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불확실성에도 두 가지가 있는데 합의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다. 합의된 불확실성은 모두가 위험을 같은 방식으로 인식한다는 것으로 급격한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위험에 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때 위험이 분산된다.
다양한 견해가 ‘위험 분산’
1998년 아시아 금융 위기(Asian financial scare)와 2015년 원자재 가격 폭등(commodity crash)은 합의되지 않은 불확실성의 예다. 모두가 같은 위험을 예상했던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보다 경제 활동이 유지됐던 것도 같은 이유다. 연구에 따르면 같은 불확실성이라도 다수가 같은 위험에 동의할 경우 산업 생산량이 0.4%P 줄어들었지만 다수가 동의하지 않을 때는 영향이 0.07%P에 그쳤다.

주: 산업 생산량(점선), 거시경제 불확실성(상단 실선), 금융시장 불확실성(하단 실선)
그러니까 모든 지식이 공유되고 한결같은 대응이 존재하는 세상은 가능하지도 않지만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견해가 거래를 촉진하고 위험을 분산하며 가격 조정을 가능하게 한다.
지나친 ‘확신과 구체성’이 역효과 부를 수도
이 사실은 중앙은행 정책에도 반영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정확하거나 확신 있는 지침은 모든 경제 주체들을 한 방향으로 몰아 충격 흡수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 그보다는 다양한 예상을 수용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정확한 예상치 대신 예상 범위를, 단 하나의 정책 목표 대신 일정한 정책 범위를 제시하는 식으로 말이다. 재정 정책도 다양한 인구 집단을 겨냥해 다양성을 증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친환경 채권으로 기후에 민감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한편, 아동 세액 공제를 통해 가구들의 긴급한 필요를 해소해 주는 식이다.
코로나19 회복기에서도 확실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작년 초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사라졌음에도 금융 불확실성은 오히려 상승했었다. 하지만 선진국 생산량은 줄어들지 않았는데 경제 주체들이 미래 전망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하고 또 다른 이는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렇게 다양한 견해가 저축과 소비를 모두 되살릴 수 있었다.

주: 합의된 위험 영향(좌측), 합의되지 않은 위험 영향(우측) / 불확실성 지표, 의견 불일치 지표, 산업 생산량, 소비자 물가 인플레이션, 개인 소비, 고용, S&P 500 지수, 연방 자금 금리(좌→우, 상→하 순서)
현실 세계에서는 ‘차선책’이 최선일 수도
밝혀진 사실은 경제 교육과 정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학생들은 아직도 완벽한 정보가 완벽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고 배우지만 현실은 그것보다 복잡하고 의견 불일치는 실패가 아닌 안정으로 이끄는 힘이다. 따라서 교과 과정도 다양한 정보와 실제 데이터를 통해 불확실성을 경험하는 방식으로 개편돼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뉴스를 다르게 해석한 모의 거래를 통해 각기 다른 견해가 시장을 어떻게 이끄는지 경험하게 할 수 있다.
정부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하나의 전략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산업 및 기후 정책은 다양한 예상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유연한 탄소 가격 시스템이 한결같은 체계보다 우월한 이유는 기업들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위험을 분산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의견 불일치는 기능 장애가 아니다. 오히려 역동적인 경제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모두의 의견이 동일할 때 침체는 더욱 깊어진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때 다른 기회가 생기고 경제가 회복된다. 정책에서도 우리가 차선책이라고 부르는 조치가 최선의 방안일 가능성이 높다.
원문의 저자는 루카 감베티(Luca Gambetti) 바르셀로나 오토노마 대학교(Universitat Autonoma De Barcelona) 부교수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greed and disagreed uncertainty: Rethinking the macroeconomic impact of uncertaint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