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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조사4국, KCGI 정밀 추적 강 대표 상여금 수령 여부 및 세금 탈루 혐의 금융위,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무기한 중단

KCGI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최근 퇴직한 직원들까지 국세청으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이강성부 KCGI 대표이사의 상여금 수령 여부와 이를 둘러싼 세금 탈루 혐의를 살피고 있어서다.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이뤄지면서 한양증권을 인수하려던 KCGI의 행보도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세청, KCGI 퇴직 직원들 조사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KCGI에서 퇴직한 직원들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서울청 조사4국은 횡령, 탈세 등 중대한 혐의가 포착된 기업을 대상으로 특별세무조사에 나서는 곳으로 이른바 '기업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국세청은 올해 3월부터 KCGI의 세금 탈루 혐의와 관련해 특별 세무조사를 벌여왔다. 시장에서는 강 대표의 탈세 혐의 조사도 병행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국세청이 KCGI 퇴직 직원들을 부른 이유도 강 대표의 상여금과 관련한 참고인 조사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과거 KCGI 재직 당시 상여금을 수령하지 못한 배경에 대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세청은 같은 기간 강 대표가 상여금을 받은 사실을 파악했는데, 직원들에겐 지급이 이뤄지지 않은 배경을 확인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KCGI 측은 회사의 순이익 요건이 갖춰지지 않아 성과급 지급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란 입장이다. KCGI는 연봉과 별개로 일정 수준 이상의 순이익이 발생하면, 그중 일부를 상여금으로 주겠다는 계약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양증권 매각 '올스톱' 되나
이 같은 세무조사는 한양증권 인수를 추진 중인 KCGI의 상황과 맞물려 더욱 관심을 받는다. KCGI는 지난해 8월 한양증권 최대주주인 한양학원 등이 보유한 한양증권 지분 29.6%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초 인수가격은 2,449억원이었지만 한 달 후인 9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2,204억원으로 낮췄다.
이런 상황에서 만에 하나 세금 탈루 혐의가 확인되면 KCGI의 한양증권 인수는 무산될 공산이 크다. 증권사 대주주가 되려면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KCGI는 올해 1월 금융위원회에 한양증권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하지만 KCGI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진행되면서 지난달 16일부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대주주를 상대로 금융위·공정위·국세청·금감원·검찰 등의 조사·검사가 진행 중이며, 소송·조사·검사 등의 내용이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심사가 중단될 수 있다. 당국은 특히 이번 국세청 조사가 특별 세무조사라는 점에서 제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중단된 심사에 대해 6개월마다 재개 요건 충족 여부를 검토한다. 만약 이 시점까지 국세청의 제재 절차가 이뤄지지 않거나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면 심사는 재개된다. KCGI가 한양학원과 맺은 SPA 기한은 올해 6월 말까지다. 국세청이 여전히 조사를 진행하는 만큼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언제 다시 시작될지는 미지수다. 사실상 SPA 기한이 한 달가량 남은 상황이어서 협상기한을 연장하지 않으면 KCGI의 한양증권 인수는 없던 일이 될 수 있다.
강성부 펀드에 손 내민 교직원공제회
이런 가운데 한국교직원공제회의 7,000억원 규모 블라인드 사모펀드(PEF) 위탁운용사 선정 명단에 KCGI가 이름을 올리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는 최근 △JKL파트너스 △IMM크레딧앤솔루션즈 △프랙시스캐피탈 △KCGI △H&Q코리아 △프리미어파트너스 △제네시스PE △이음프라이빗에쿼티(PE) △LB인베스트먼트 △다올PE 등 10곳에 최종 선정 소식을 개별 공지했다.
KCGI는 지난해부터 5,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 조성을 위해 연기금 및 공제회 출자 사업에 나섰으나, 선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지만 DB하이텍과 한진칼 등에서 소액주주보다 먼저 투자금을 회수한 사례가 잇따르며 평판 리스크가 뒤따랐던 탓이다.
각종 의혹에도 교직원공제회가 KCGI에 손을 내민 배경엔 KCGI가 행동주의 전략을 쓰지 않기로 약속한 부분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KCGI는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며 국내에 행동주의가 자리잡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그간 KCGI가 교직원공제회에 높은 수익을 안겨준 점도 선정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교직원공제회는 내부수익률(IRR) 기준 46%에 달하는 대박을 터뜨린 LIG넥스원 투자에서 사실상의 앵커 출자자 역할을 했다. 올해 초 LS그룹의 권선(전기에너지와 운동에너지의 상호 변환 역할을 하는 소재) 제조 기업 에식스솔루션즈 투자에도 참여했다. KCGI 관계자는 “그간의 높은 수익률이 위탁운용사 선정이란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며 “시장에서 제기된 의혹의 경우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 (교직원공제회와) 말이 오가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거쳐 배점 기준에 의해 선정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