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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자극엔 부작용만” 부동산 거품 앞에 선 한국은행 총재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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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자산 거품’ 경로 경계
상급지와 비상급지 가격 괴리 확대
시장 자생력 회복 필요성 강조
6월 12일 열린 한국은행 창립 제75주년 행사에서 이창용 총재가 기념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 부양에 앞서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며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섣부른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서울과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는 경매 증가와 함께 가격 하락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만으로는 실물 경제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하며 노동시장과 기업 생태계 개혁이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자산시장에만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부동산 과열이 경기 흐름 왜곡할 수 있어”

12일 한은에서 열린 제75주년 창립기념식에 참석한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짚으며 “급하다고 경기 부양책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면, 결과적으로는 더 큰 부작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당분간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생각”이라며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 또한 시사했다.

이 같은 발언은 경기 회복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금리나 재정 정책을 통한 자극이 부동산 자산 가격으로만 집중될 경우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읽힌다. 통화정책의 기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 효과가 왜곡되는 구조에 대한 근본적 우려라고 볼 수 있다.

그에 대한 근거로는 과도한 경기 부양에 따른 집값 상승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 총재는 “지난 3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율 기준으로 약 7% 상승했고,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다시 확대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손쉽고 빠르게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부동산 과잉 투자를 용인해 온 지금까지의 관행을 떨쳐내야 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

이 총재가 강조한 또 다른 포인트는 한은의 ‘정책 신뢰도’다. 금리 인하가 곧바로 경기 회복으로 연결되지 않고 자산시장 왜곡을 유발하면, 중앙은행의 정책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에선 금리를 낮추면 집값부터 오를 거라는 예측 가능성이 시장에 생기고, 이는 곧 투기적 수요의 증가로 이어진다. 이런 역효과가 누적될수록 우리 경제는 자산 중심의 성장 모델에 갇힐 것이란 게 이 총재의 우려다.

이자 부담 끝나니 가격 하락, 영끌족 ‘통곡’

최근 자산시장의 흐름은 이 총재의 우려를 현실로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노도강’으로 불리는 노원·도봉·강북구나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는 실거래가 하락이 뚜렷하게 읽히고, 경매 증가세 또한 매우 가파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의하면 지난달 임의경매개시 결정등기가 신청된 서울의 집합건물(아파트·연립·오피스텔 등)은 총 687건으로 2014년 7월(772건)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출 이자조차 갚지 못해 소유권을 잃은 사람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다.

이들 임의경매 물건은 서울 외곽 지역에 주로 밀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단기 반등 국면에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몰려들었던 지역일수록 가격 방어력이 떨어진다는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무리한 대출로 집을 샀던 실수요자들이 금리 상승기 동안에는 이자 부담으로, 이후에는 가격 하락으로 고통받으며 시장 조정의 첫 희생양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책이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 또한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일부 지역 조정은 불가피하며, 모든 자산 가격을 방어하는 게 정책 목표가 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장의 고통은 분명 존재하지만 이는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며, 그 충격이 금융 시스템이나 자산시장 전체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선에서 정책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게 이 총재와 한은의 입장이다.

금융시장·노동시장 등 병행 개혁 필요성 커져

이 총재가 단기 부양책보다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통화 정책의 강도와 속도를 조절하는 문제를 넘어 노동시장과 기업 생태계, 재정 구조 등 복합적인 경제 시스템 전반의 리셋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를 “경기 부양책의 효과는 구조개혁에 비례한다”는 표현으로 요약하며 정책 수단 자체보다 그 수단이 작동하는 제도적 환경의 개선이 우선이라는 철학을 드러냈다.

이러한 기조는 한은이 최근 강조하는 정책 일관성과도 연결된다. 단기 효과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이면서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이 총재는 “통화정책은 모든 경제 문제의 답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해 왔으며, 재정정책과 규제개혁, 인적 자원 육성 등의 병행 추진 없이는 ‘반짝 효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결국 이 총재의 메시지는 단순한 금리 조절 예고 이상의 함의를 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든 실물경제든 구조적 개혁 없이는 어떤 자극도 단기적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으며, 장기적으로는 정책 신뢰도마저 훼손할 것이란 현실 진단이다. 현재 한은은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압력을 견제하는 동시에, 내실 있는 성장을 위한 기반 정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향후 통화 정책의 방향성뿐 아니라 정부 정책과의 보조 여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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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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