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동아시아포럼] 강대국 갈등 속 ‘위험 분산’ 나선 동남아시아
Picture

Member for

8 months 1 week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수정

미중 갈등 속 ‘스스로 살길’ 찾아
방위 예산 늘리고 우방국 확대
첨단 산업 투자로 ‘경제 자생력’ 확보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미국과 중국의 팽팽한 긴장 관계가 장기화하자 동남아시아는 새로운 길을 찾기로 했다. 한쪽만 편드는 일을 그만두고 조용히 ‘전략적 위험 분산’(strategic hedging)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Trump)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역할과 글로벌 전망이 불확실해진 가운데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이 적극적으로 자구책을 만들고 있다.

사진=ChatGPT

동남아시아, ‘편 들기’ 멈추고 자구책 강구

아세안의 중립적 입장이 우유부단함으로 비치던 시대는 끝났다. 지금은 마치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처럼 파트너십과 일정, 정책을 다각화하고 있다. 2023년 아세안의 해외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 FDI) 유치 규모가 2,310억 달러(약 314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을 크게 앞질렀다. 미국의 점유율이 32%에 이른 반면 중국은 7.5%로 내려앉은 것이다.

아세안 해외직접투자 유치 현황(단위: 십억 달러)
주: 미국, 일본, EU, 중국, 한국, 기타, 합계(좌측부터)

투자 규칙도 다시 쓰고 있다. 비자 절차를 간소화하고 외국인 지분 소유 제한을 완화하고 디지털 거버넌스(digital governance)를 다듬어 다양한 투자자를 유치하고자 한다. 아세안 회원국 간 무역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과의 거래 규모를 뛰어넘어 전체의 21.5%에 이른다. 일부 파트너 또는 생산 시설에 과잉 의존하지 않고 다변화를 통해 자생력을 갖기 위함이다.

국방 강화 및 우방국 확대

이를 위한 첫 번째 전략은 상대방의 공격에 대한 대항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27% 증가한 국방 예산은 값비싼 항공모함이 아닌 레이더 시스템과 대함 미사일(anti-ship missiles), 경비정과 같이 기동성 있는 무기 체계에 투입한다. 필리핀은 중국의 개입을 노출하기 위해 분쟁 수역에서의 보급 작전을 생방송으로 중계하며, 인도네시아는 중국의 수출 통제에 대비해 희토류 채굴을 강화하고 있다. 필리핀은 중국의 분쟁 지역 침입에 대비하고자 해안 방어 미사일 부대를 새로 배치했다.

아세안 국방 지출 규모(단위: 십억 달러) 추이

모두 대치보다는 전쟁 억지(deterrence)를 위한 조치들이며 책임을 묻거나 반격하기 어려운 중국의 그레이 존 위협(grey-zone coercion, 전면전을 유발하지 않는 무력 행동)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미국 정부의 계산적인 태도 때문에도 더욱 필요하다.

그와 동시에 파트너와 우방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아세안은 27개의 무역 및 투자 협정에 서명했는데 이는 이전 10년 동안의 두 배에 이른다. 캐나다와의 회담 재개와 일본 및 네덜란드와의 반도체 합의, 걸프 지역 국가와의 디지털 경제 협약은 모두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희석하기 위한 것이다. 절대 보여주기에 그치지 않는다. 모두 세밀하게 계산되고 실행 가능한 방안들로 구성돼 있다. 이미 무역 상대국 관련 수치로도 나타나 중국의 비중이 19.8%로 줄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첨단 제조업 및 친환경 산업 투자

내부 투자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740억 달러(약 100조원) 가까운 해외직접투자가 재생 에너지와 첨단 제조업에 투입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 생산 기지로, 말레이시아는 칩 디자인 생태계로 거듭나고 있으며 필리핀은 국방 기술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국부 펀드를 만들었다. 싱가포르에서는 근로자들이 정부 지원으로 양자 공학(quantum engineering)까지 공부할 수 있는데 이는 인재 육성에 대한 지역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해당 노력은 이미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고 있다. 올해 초 중국이 베트남 과일 수출을 연기했을 때 베트남 정부는 인도와 걸프 지역 국가들과의 사전 계약 덕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아무도 의지할 수 없는 시대

아세안의 규칙을 다른 지역이 준수하도록 하는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남중국해 행동 강령(South China Sea Code of Conduct)이 국제 분쟁 해결 절차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필리핀은 지난 2016년 이 절차를 통해 중재 사건을 승소로 이끈 바 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가 주도하는 디지털 경제 협약은 개인 정보 보호와 온라인 결제 기준을 정해 중국이 가입을 원한다면 준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아세안이 협의하고 있는 모든 규정이 향후 책임을 묻기 위한 근거가 될 것이다.

동남아시아의 위험 분산 전략은 투자 충성도(investment stickiness), 공급망 다양성(supply-chain redundancy), 군사적 상호운용성(military interoperability) 등의 지표에서 이미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일자리와 기반 시설을 만들어 내는 그린필드 해외직접투자(greenfield FDI) 비중도 34%로 상승했다. 전 세계 대형 칩 패키징 시설 25개 중 16곳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5년간 미국과 중국 이외의 국가와 체결한 방위 협정이 68개에 이른다.

모두 이른바 안전망 균형(safety-net equilibrium)을 정착시키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한 번의 혼란이 전체 시스템을 흔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힘의 균형이 이동하고 우방의 신뢰가 사라진 시대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편을 들기보다는 새로운 전략을 택했다.

원문의 저자는 헌터 마스턴(Hunter Marston) 라트로브 대학교(La Trobe University) 겸임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Southeast Asia deepens hedging amid Trump 2.0 turbulence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8 months 1 week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