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 공세 속 글로벌 車 수익성 '위태', 보호무역·공정 자동화로 돌파구 모색
입력
수정
글로벌 완성차 업계 수익 감소세, 中 수출 확대·전동화 비용 부담 겹쳐 EU, 상계관세·현지 조달 요건 앞세워 中 전기차 견제 강화 휴머노이드 로봇 투입 확대한 현대차·테슬라, 생산비 절감 경쟁

올해 상반기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이익이 대폭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전동화 전환 비용 부담이 겹치며 주요 업체들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악화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각국은 관세와 현지 생산 요건 등을 앞세워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에 나서고 있으며, 완성차 기업들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한 공정 자동화로 생산비 절감 및 수익성 방어에 속도를 내는 추세다.
車업계 수익성 '빨간불'
29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간한 '완성차 업계의 수익성 변화와 그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경영연구소(CAM) 통계상 올해 상반기 글로벌 25개 완성차 업체의 이자·법인세 차감 전 이익(EBIT)은 전년 동기 대비 16.3% 줄어들었다. 이는 같은 기간 해당 기업들의 매출이 1.0% 위축되는 데 그친 것과는 대조되는 수치다. 이러한 수익성 감소세는 연간 기준으로도 뚜렷하다. 한자연 자체 분석 결과 글로벌 주요 20개 완성차 기업의 연간 합산 영업이익은 2023년 196억 달러(약 26조5,420억원)로 정점을 찍었으나 2024년 159억 달러(약 21조5,310억원), 지난해 59억 달러(약 7조9,900억원)로 뒷걸음질했다. 합산 영업이익률은 2023년 7.9%에서 지난해 2.3%로 급감했다.
한자연은 이 같은 흐름이 산업 특성을 감안해도 이례적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산 자동차의 해외 공급 확대, 전동화 전환기 복수 파워트레인 생산 병행 부담 등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수익성을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김한솔 한자연 산업조사실 책임은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중국 완성차 판매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중국 내수 시장에서의 치열한 가격 경쟁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순수 전기차(BEV)로의 전환은 지속되고 있으나, 지역별 수요와 규제로 내연기관(ICE)과 하이브리드(HEV) 사업을 유지하는 동시에 BEV 플랫폼과 배터리, 생산 설비 투자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中 자동차의 시장 약진
중국 완성차 기업들의 영향력은 각종 지표를 통해 뚜렷이 확인된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승용차 수출은 603만8,000대로 전년 대비 21.9% 늘었고, 올해 1~8월 누적 수출 물량은 620만 대를 넘어서며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웃돌았다. 지난달 해외 출하 물량은 약 89만 대로 전년 동월 대비 67.1% 급성장했다. 특히 전기차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해외 확장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서 판매된 중국산 전기차는 약 94만 대로 전년 대비 50% 가까이 증가했으며, 중국산이 유럽연합(EU) 전체 전기차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했다. 미국·유럽 이외 지역에서도 성장세는 가팔랐다. 이들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 가운데 중국산 수입차 비중은 55% 수준이었으며, 지역별 중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동남아시아에서 전년 대비 130%, 중동에서 60%, 중남미에서 55% 각각 치솟았다.
중국 전기차 업계의 핵심 경쟁력으로는 가격이 꼽힌다. IEA가 최근 발간한 '글로벌 전기차 전망 2026'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BEV의 약 70%는 정부의 구매 지원을 제외하고도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했으며, 같은 기간 BEV의 판매량 가중 평균 구매 가격도 전년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EU 집행위원회 자료 등을 토대로 유럽에서 판매된 전기차 가격을 비교한 결과를 살펴봐도, 2023년 기준 중국 업체의 전기차는 비슷한 차급의 유럽 업체 차량보다 평균 약 20% 쌌다. 구체적으로 중형급에서는 중국 업체 차량이 3만1,000유로(약 4,760만원)로 유럽 업체의 3만8,000유로(약 5,840만원)보다 18%가량 낮았고, 프리미엄급은 4만1,000유로(약 6,300만원)와 5만1,000유로(약 7,835만원)로 약 20%의 격차가 났다. 럭셔리급 차량 가격은 각각 6만8,000유로(약 1억450만원), 10만3,000유로(약 1억5,825만원)로 차이가 34%까지 벌어졌다.
외형-수익 성장 엇박자
다만 이러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외형 성장세는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가 중국 국가통계국(NBS)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중국 자동차 제조업에서 발생한 이익은 2,534억 위안(약 5조1,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7조62억 위안(약 141조5,590억원)으로 2.9% 성장했지만, 비용 역시 6조2,370억 위안(약 126조173억원)으로 4% 늘면서 매출 증가분을 웃돌았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의 매출액 대비 이익률은 3.6%까지 떨어지며 2024년 4.3%, 지난해 4.1%에 이어 하락세를 유지했다.
차 한 대를 생산·판매할 때 남는 이익도 줄었다. CPCA 분석에 따르면 1~8월 중국 자동차 산업 밸류체인의 대당 매출은 34만5,000위안(약 6,97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늘었으며, 대당 비용 역시 30만7,000위안(약 6,200만원)으로 6.7% 뛰었다. 이에 대당 이익은 1만2,000위안(약 240만원)으로 5.1% 감소했다. 완성차 가격을 낮춰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동안 외형 성장과 수익성 사이의 괴리가 확대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CPCA 추이둥수 사무총장은 "올해 자동차 업계가 내수 부진과 비용 상승의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표1.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수익성 변화
| 구분 | 주요 흐름 |
|---|---|
| 글로벌 수익성 | 매출 감소 폭 제한적, 영업이익·이익률 빠르게 하락 |
| 수익성 악화 요인 | 중국산 저가 자동차의 해외 공급 확대, 내연기관·하이브리드·전기차 동시 생산 부담 누적 |
| 중국의 해외 확장 |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전기차가 유럽·동남아시아·중동·중남미 시장에서 판매 확대 |
| 중국 업체 수익성 | 내수 부진·판매가 하락·비용 증가로 이익률 및 대당 이익 감소 |
EU, 무역 장벽 강화 전략 채택
글로벌 완성차 시장 전반의 이익 성장세가 주춤하는 가운데, 각국은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와 공급망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EU의 경우 중국산 전기차를 정면 겨냥한 무역 장벽을 꾸준히 높여 나가는 추세다. 집행위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역내 전기차 시장의 경쟁을 왜곡한다고 판단해 2023년 10월 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했고, 2024년 10월 30일부터 중국산 BEV에 7.8~35.3%의 확정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기존 승용차 관세 10%와 별도로 적용된다. 업체별 상계관세율은 BYD 17.0%, 지리자동차 18.8%, 상하이자동차(SAIC) 35.3% 등이며, 별도의 종료재심이 개시되지 않을 경우 조치는 5년간 유지된다.
EU의 견제 범위는 우회 생산 및 역내 투자로도 넓어지고 있다. 집행위는 지난해 3월 발표한 ‘유럽 자동차 산업 행동계획’에서 무역 구제 조치에 전기차 생태계에 특화된 원산지 규정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업체가 EU와 특혜관세 관계를 맺은 제3국에 생산 거점을 구축해 기존 관세를 우회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이다. 이에 더해 해당 계획에는 중국 기업의 EU 현지 투자에 보다 높은 수준의 산업 기여를 요구하는 방향도 담겼다. 이 같은 정책 기조를 법제화하는 후속 조치 중 하나가 집행위가 지난 3월 공식 제안한 ‘산업가속화법(Industrial Accelerator Act·IAA)’이다. IAA 제안문은 공공조달 대상 전기차와 일정한 공적 지원을 받는 차량에 역내 생산 요건을 연계하는 동시에, 대규모 외국인직접투자(FDI)에도 별도의 현지 기여 조건을 부과하도록 설계됐다.
휴머노이드 중심 자동화 '속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공정 자동화 행보에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반복 작업에서 발생하는 인건비와 생산 변동성을 낮춰 단위당 생산비를 절감하고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함이다. 일례로 지난 21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문을 연 로봇 메타플랜트 애플리케이션 센터(RMAC)에서는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자동차 부품을 조립 순서에 맞춰 분류·배치하는 작업을 학습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HMGMA를 시작으로 아틀라스를 실제 생산 공정에 투입하고, 2030년에는 부품 조립 등 보다 복잡한 작업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향후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생산 거점에 총 2만5,000대 규모의 아틀라스를 단계적으로 배치한다는 구상도 제시됐다. 유럽 생산 거점으로의 확산 가능성도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 체코 노쇼비체 공장의 페트르 미흐니크 행정 부문 책임자는 지난 9월 현지 자동차산업협회 인터뷰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 및 현대차그룹 본사와 아틀라스 도입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체코에서도 가능한 한 빨리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험과 운영을 시작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테슬라도 자체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앞세워 생산 자동화에 나섰다. 테슬라는 올해 들어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의 기존 모델 S·X 생산라인 일부를 철거하고 옵티머스 생산라인으로 전환했으며, 대량 생산을 위한 공급망 및 제조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해 초 공개된 테슬라 측 자료에 따르면 3세대 옵티머스는 처음부터 대량 생산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으며, 생산 목표 시점은 올해 중이다. 다만 현재 옵티머스는 제한적인 내부 작업을 중심으로 활용되는 중이며, 테슬라 역시 생산 확대 과정에서 정밀 부품 조립과 신규 공급망 구축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