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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동산 개발 PF 속속 성공 시장 금리 인하로 투자 심리 회복 '사업 지연 부담' 시공사들, 직접 자금 공급 나서
현대건설이 서울 ‘이수역 힐스테이트’ 조성을 위해 4,400억원의 본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조달했다. 시장 금리 인하로 서울 핵심 지역에 대한 투자 심리가 늘어났고, 주요 증권사들도 부동산 부실 PF 손실 우려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면서 자금 공급을 재개하는 모습이다.
사당3동 지주택, PF 조달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수역 힐스테이트는 사당3동지역주택조합 공동주택 개발사업으로 들어선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155-4 일대 3만4,353㎡ 부지에 지하 4층~지상 25층, 11개동, 927가구 공동주택을 짓는다. 4·7호선 이수역과 7호선 남성역이 가깝다. 현대건설이 시공하고 사당3동지역주택조합이 시행한다. 총사업비는 9,060억원이며 대지비와 공사비가 각각 4,610억원, 2,669억원이다.
조합은 공사비 확보를 위해 최근 하나증권, 삼성증권 등 5개 증권사가 참여하는 대주단과 4,400억원 한도의 본PF 약정을 체결했다. 더블역세권 입지라 미분양 리스크와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작아 PF 딜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대건설이 본PF 만기 전까지 준공하겠다는 책임준공과 미이행시 일반보증을 약정하며 대주들의 참여를 이끈 것으로 전해진다.
대출 구성은 트랜치A1 3,200억원, 트랜치A2 750억원, 트랜치B 450억원 등이다. 증권사들은 유동화전문회사(SPC)를 설립하고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대출금을 충당한다. 대주별 SPC와 유동화 한도는 △라이트제일차(하나증권, 1,400억원) △딥블루제일차(삼성증권, 1,200억원) △멀티플제일차(유안타증권, 500억원) △에이스제일차(대신증권, 500억원) △케이더블유투금제일차(키움증권, 350억원) △에프엔사당제일차(삼성증권, 300억원) △더씨엘제이차(교보증권, 150억원) 등이다.
조달금 전액은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로 발행된다. ABSTB 발행일은 15일이며 만기일은 2028년 8월 15일이다. 이 기간 1~3개월 단위로 최소 16회에서 최대 46회 롤오버(만기연장)된다. 증권사들은 각각 주관하는 ABSTB의 미매각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사모사채 매입, 대출채권 매입, 자금보충을 약정해 차환이 이어지도록 했다. 금리는 발행일 기준 A1 등급의 3개월물 단기사채 금리는 3.77%지만 담보가 없는 PF 대출인 점을 감안해 5% 수준에서 설정됐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이번 PF를 통해 공사비를 확보했으며 다음 달 착공해 2028년 2월 준공 목표로 공사를 진행한다.
후순위 PF 책임지는 시공사들
지난달 말에는 서울 강남 지역에 건설되는 하이엔드 주거시설인 ‘에테르노 압구정 개발사업’이 3,250억원 규모의 본 PF 조달에 성공했다. 후순위 대출 전체를 증권사가 아닌 시공사가 책임지는 조건이다. 후순위 대출에 대해 신용보강을 제공해 미상환 위험을 줄인 것이다. 에테르노 압구정은 지하 6층, 지상 15층 규모의 공동주택 29세대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오는 2028년 준공될 예정이다.
이밖에 한화 건설부문이 추진하고 있는 서울역북부역세권개발사업도 지난달 2조1,050억원의 PF 조달에 성공하면서 착공을 눈앞에 뒀고, 롯데건설이 시공사인 마곡 MICE 복합단지 개발사업은 1조3,000억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을 진행했다.
서울은 주택 건설 이외의 개발사업에도 자금이 돌고 있다. 가산동 지식산업센터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서울 가산동 LG전자 부지(B부지) 지식산업센터 개발 사업은 4,200억원 규모의 PF 조달로 본 궤도에 올랐다.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해 지하 5층, 지상 20층 규모의 지식산업센터와 업무시설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증권사, 본PF 참여 유인 축소
부동산 PF에서 시공사가 직접 후순위 대출에 책임지는 경우가 늘어난 데는 그간 후순위 대출을 책임졌던 증권사의 자금 공급 역할이 크게 축소된 영향이 크다. 그간 손실 위험이 높은 후순위 대출에 중소형 증권사가 주로 자금을 공급해 왔는데, 기존의 부동산 PF가 부실화되면서 추가 자금 공급이 여의치 않아진 분위기다. 여기에 시공사 입장에서도 사업이 오랜 기간 지연되는 것보다 분양에 나서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PF 수수료 부과 대상을 용역수행 대가로 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증권사가 사업에 참여할 유인이 더 적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PF 수수료는 주선이나 자문 등 PF금융 취급 시 금융회사가 수행하는 용역의 용역 수행 대가 외에도 신용위험 부담 대가와 개발이익 공유 목적 등이 혼재돼 있다. 금융 당국은 이 수수료 부과 대상을 용역 수행 대가로 제한하려는 것이다.
당국은 우선 PF금융에 수반하는 용역이나 서비스 대가에 한해 수수료를 부과한다. 용역 제공이 없는 페널티 수수료나 만기 연장 수수료 등은 폐지하고 주선·자문수수료와 같이 만기 연장 때 용역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반복적으로 거둬들이는 수수료의 부과도 제한한다. 또 PF금융 실행·만기연장 등에 따른 신용위험 상승분을 대출금리에 반영하도록 할 예정이다.
금융사들의 개발이익 공유는 수수료 수취가 아닌 지분(Equity) 참여 확대 등 정상적인 방법으로 공유하는 쪽도 유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수수료 부과체계도 정비해 현재 32개에 달하는 수수료 항목을 11개로 통합·단순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수수료 관련 신뢰도 및 비교가능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수료 부담이 줄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는 점이다. 금융회사가 PF 사업장에 자금을 댈 유인이 줄어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금융사에도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지만, 금융권에서는 수수료가 줄어들면 금융회사의 사업 참여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 한 PF업계 관계자는 “건설 시장은 더 어려워졌는데 수수료를 제한하면 리스크는 높고 수익률은 떨어져 자금을 조달하려는 금융사가 없어질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 부족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