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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선도아파트 50지수 상승률 ‘반토막’ 아파트 매수심리도 21주만에 100아래로 떨어져 “내년 하반기 금리인하·입주급감 체감 전망”
정부의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부동산 매매시장의 냉기가 서울 주요 지역까지 번지고 있다. 강남, 용산, 성수 등의 지역에서는 전고가 대비 10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가 체결됐다. 시장은 금리 인하를 체감할 수 있는 시기까지는 매매시장의 침체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용산·성수 하락 거래
25일 빅데이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최근 한 달간 거래된 서울 아파트 중 가장 하락폭이 컸던 곳은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였다. 전용 124㎡가 지난달 24일 40억5,000만원(13층)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6월에 거래가인 53억5,000만원(43층)에 비해 13억원(24%) 떨어진 것이다. 층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하락폭이 상당히 큰 수준이다.
강남구에서도 큰 폭 하락한 거래가 있었다. 청담동 동양파라곤 전용 전용 171㎡은 지난 7월 59억5,000만원(8층)에 팔렸지만, 지난달 28일에는 50억원(6층)에 거래됐다. 집값이 석 달 만에 9억5,000만원(15%) 내려간 것이다.
젊은 층들에게 인기 있는 성수동 트리마제도 마찬가지다. 전용 152㎡가 지난달 28일 57억원(4층)에 거래됐는데, 이는 2022년 5월 거래가인 65억원(25층) 대비 8억원(12%) 떨어진 수준이다. 얼마 전 입주한 강동구 둔촌동 올림파크포레온 전용 96㎡ 중에서도 석 달 만에 7억1,000만원(26%) 하락한 거래가 있었다.
매매가격 전망지수도 하락 전환
서울 아파트의 거래가격 흐름을 볼 수 있는 지수도 하락 전환했다. KB부동산의 11월 월간 주택통계(이달 11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의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94로 집계됐다. KB부동산 가격 전망지수는 전국 6,000여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해당 지역 가격이 상승할 것인지 하락할 것인지를 설문조사해 0∼200 범위 지수로 나타낸 것으로,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상승을 예상하는 비중이 높다는 의미고 100 이하면 그 반대 상황이다.
서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지난 5월 102를 기록하며 100선을 넘은 이후 6월 114, 7월 127, 8월 124, 9월 110, 10월 101등 줄곧 100을 웃돌았으나 7개월만에 1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울산(107)과 전북(100)은 100을 웃돌았지만 경기(92), 인천(93), 광주(85), 전남(87), 대구(88), 경북(89) 등 나머지 지역은 모두 100을 밑돌았다. 앞서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도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0.01% 하락하며 9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KB부동산의 이번 조사에선 전국 대장 아파트의 가격 오름세가 둔화하는 모습도 감지됐다. 전국 아파트단지 중 시가총액(가구 수×가격) 상위 50개 단지의 시가총액 지수와 변동률을 보여주는 'KB부동산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달 대비 0.63% 오르며 지난 3월 이후 9개월 연속 상승했으나 상승폭은 줄었다. 지난 3월 0.01%였던 선도아파트 50지수 상승률은 4월 0.12%, 5월 0.40%, 6월 0.63%에서 7월(2.25%), 8월(2.46%), 9월(2.16%)에는 2%대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달 1.09%에 이어 이달 0.63%로 오름폭이 둔화했다.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체 단지보다 가격 변동에 영향을 더 민감하게 나타내 전체 시장을 선험적으로 살펴보는 데 유용하다. 이 지수에는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퍼스티지, 송파구 가락동의 헬리오시티, 잠실동의 잠실엘스,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 등이 포함된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 '99.9' 찬바람
매수 심리도 5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이달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9.9로 전주(100.3) 대비 0.4포인트(p) 하락했다. 해당 지수는 10월 셋째 주를 시작으로 5주 연속 하락세다. 매매수급지수가 100 아래를 기록한 것은 지난 6월 4주 이래로 21주 만이다. 매매수급지수는 아파트 매매시장의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100)보다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에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지난주 강남 지역 매매수급지수는 101.2로 지난주(101.2)와 동일했고, 강북 지역은 98.6으로 전주(99.3) 대비 0.7p 하락했다. 권역별로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가 속한 '동남권'이 100.9로 전주(100.9)와 동일했다. 영등포·양천·강서구가 속한 '서남권'도 전주와 같은 101.4를 기록했다.
강북에서는 종로·용산·중구 등이 속한 '도심권'이 102.4로 전주(102.6) 대비 0.2p 하락했다. 마포·은평·서대문구 등이 포함된 서북권은 101.5로 전주(101.2)보다 0.3p 올랐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속한 동북권은 96.8로 전주(98.1)보다 1.3p 낮아졌다. 전국 매매수급지수는 93.5로 전주(93.8)보다 0.3p 하락했다. 수도권(97.5→97.0)도 지난주보다 0.5p, 지방(90.4→90.3)은 지난주보다 0.1p 내렸다.
올 여름까지만 해도 고공행진 하던 서울 집값과 매수심리가 주춤하는 이유는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정부의 대출규제 때문이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와 더불어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전세자금대출 제한 등 대출의 문턱이 대폭 높아져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기존 3.50%에서 3.25%로 인하했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서는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서울 부동산도 침체된 분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팽배하다.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 일대를 제외하고는 하반기는 돼야 개선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빅데이터랩장은 “내년은 금리인하를 체감할 수 있고, 입주량이 줄어드는 하반기에 거래량, 가격 등에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 스트레스DSR 3단계 도입이나 금융권의 가계대출 규제가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