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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스틸, 내년 1월 유상증자 단행 공장 멈춘 포스코·현대, “경기 불투명” 중국산 철강재 '저가 공습'에 직격탄
불황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가 연이어 공장을 멈추고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내수가 부진하고 중국과 가격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관세 장벽까지 예상돼 더 큰 혹한기 대비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주스틸 품은 동국제강, 내달 유상증자
2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그룹 산하 아주스틸은 내년 1월 유상증자에 나서기로 했다. 신규 주식 1,136만 주를 발행해 약 570억원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유상증자는 제3자배정방식으로 그룹사인 동국씨엠이 참여할 예정이다. 아주스틸은 확보한 자금으로 재무 안정성을 높이고 중장기 성장동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주스틸은 올해 3분기 누적 2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억원 흑자에서 적자전환했다. 아주스틸은 지난 8월 동국씨엠이 최대주주 등 보유지분 42.4%를 624억원에 인수하면서 그룹사에 포함됐다. 유상증자를 마치면 동국씨엠의 지분은 59.7%로 늘어난다.
아주스틸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543%에 달한다. 같은 업종 경쟁사인 KG스틸의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70%, 포스코스틸리온의 부채비율이 46%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모회사인 동국씨엠의 올해 3분기 말 부채비율은 78%, 비상장 경쟁사인 세아씨엠의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은 76%다. 동국제강그룹은 ‘DK컬러비전 2030′을 달성하고 컬러강판 사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아주스틸을 인수했는데,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고 지배구조를 확실히 하기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포스코, 포항 1제강공장 이어 1선재공장도 셧다운
대형 철강사들의 경우 아예 공장 문을 닫고 경영 효율화와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45년 9개월간 가동하던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폐쇄했다. 지난 7월 포항 1제강공장 폐쇄에 이은 두 번째 공장 폐쇄다. 포스코는 설비 노후화 등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폐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중국 장쑤성의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장가항 스테인리스 사업은 중국 경기 회복 지연과 공급 과잉 등의 여파로 1억3,000만 달러(약 1,812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는 전년 5,900만 달러(약 822억원) 적자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현대제철 역시 중국산 제품 공급 과잉과 철강 업황 침체로 생산 규모를 줄이기 위해 포항 2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앞서 현대제철은 포항2공장 휴업 지침을 내렸으나 노동조합의 반발로 지침을 철회하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철강업계, 내년엔 더 어렵다
철강 업체들의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의 부진이 컸다. 건설 경기를 비롯한 중국 내수 침체로 자국에서 과잉생산된 철강이 소비되지 못하자, 저가 제품이 대거 국내로 유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올해 10월까지 중국에서 수입된 후판(115만7,800톤)은 지난해 전체 수입량(112만2,774톤)을 넘어섰다. 중국 당국은 과잉생산을 해결하기 위해 주요 철강 기업 빅딜을 추진하고 내수 부양책도 발표했지만, 아직 한국에는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철강 수입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크다. 업계에선 트럼프 2기 정부가 고율의 관세 부과나 현재 주요국에 부과된 쿼터(수출 할당량)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대중 제재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당장 이를 타개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고한 대로 대중국 견제를 위한 산업 전반의 관세 장벽을 높이 세우고 중국을 글로벌 무역 구조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경우, 철강을 비롯한 글로벌 산업의 공급 과잉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 미국 시장에 접근하지 못한 채 자국 내에서도 소화되지 못한 중국발 저가 제품이 각국으로 쏟아지면서 국내 철강 업계의 부담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