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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금융 부동산 PF 익스포져 47% 달해
법정적립금 의무적립한도 확대
농협 단위조합 연체율 4배 넘게 뛰어
내년부터 자산 1조원 이상의 대형 상호금융 조합은 은행권 수준의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개별 조합의 대형화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 대형 조합이 부실화할 경우 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상호금융권 건전성이 한층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형 조합 위주 잠재적 취약성 및 대응여력 점검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외원회와 관계 부처, 유관 기관 등은 전날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여신심사능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회의 결과에 따라 내년부터 자산 1조 원 이상의 대형 상호금융 조합에는 ‘스트레스 테스트’ 제도가 도입된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금융권의 잠재적 취약성 및 대응여력을 점검·평가하기 위해 마련된 리스크 관리 기법이다. 현재 은행, 보험, 저축은행업권에 적용하고 있다.
금융위는 위기 상황 분석 역량과 업권간 형평성 등을 고려해 자산 1조원 이상의 대형 조합부터 해당 제도를 도입하고, 향후 표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전국에서 약 150개 상호금융 조합이 내년 우선 도입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은행과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동일 차주 여신한도 규제도 도입한다. 이 또한 규제 실익과 업무 부담 등을 고려해 중·대형 조합에 우선 적용한다. 구체적인 대상과 일정은 유관 기관 검토를 통해 추후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또 부실화할 경우 파장이 큰 총자산 5,000억원 이상의 중·대형 조합에는 거액여신한도 규제를 적용해 자산건전성을 강화한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건전성 강화를 촉구하는 것은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 대출 부실 문제가 상호금융권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상호금융의 부동산 PF 익스포져(위험노출액)는 9조9,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금융권 부동산 PF 익스포져 중 47.1%에 해당하는 규모다.
충당금 적립 규모 단계적 상향
이번 회의에서 상호금융권에 조합의 법정적립금·출자 한도 상향과 적기시정조치 정비 등 촘촘한 자본규제가 예고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당국은 조합의 분할·해산 등에 사용되는 법정적립금의 의무적립한도를 상향평준화해 평상시 더 많은 자본을 쌓게 하고, 출자를 통한 자본 확충을 위해 조합원당 출자한도도 상향하기로 했다. 기존 납입출자금의 2배였던 신협의 법정적립금 의무적립한도를 자기자본의 3배로 늘리고, 조합원당 출자한도 또한 현행 10%에서 15%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다만 상호금융권의 충당금 적립 부담이 일시에 집중되면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상향 시점은 일부 조정할 방침이다.
적기시정조치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그간 시장에서는 신협·수협·산림조합(최저자본비율 2%)과 새마을금고(4%)의 경영개선 권고 기준이 너무 낮다는 점이 빈번하게 지적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신협·수협·산림조합의 경영개선 권고 기준을 기존 2%에서 농협 수준인 5%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날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향후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검사·감독 및 제재 등에 대한 추가 제도개선 사항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유관기관에는 “상호금융권이 국내 금융시장과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진 만큼 그에 맞는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서민금융 확대 등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연체율 급증·규제 강화 ‘이중고’
이로써 급격히 치솟은 연체율과 부실 채권에 시름하는 상호금융권은 높아진 규제까지 숙제로 떠안게 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 상호금융 중앙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농협·수협·산림조합 단위조합의 대출 잔액은 모두 391조4,490억원으로 2021년 말 대비 42조7,221억원 증가했다. 기관별 대출 잔액에서는 농협 단위조합이 348조5,498억원(89.0%)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수협 단위조합은 34조1,603억원, 산림조합은 8조7,389억원을 기록했다.
연체율도 가파르게 치솟았다. 농협 단위조합 연체율은 지난 2021년 말 0.88%에서 올해 6월 3.81%로 2년 6개월 사이 4배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수협 단위조합 연체율은 1.64%에서 6.08%로, 산림조합 단위조합은 1.50%에서 5.63%로 각각 뛰면서 전반적인 급등세를 나타냈다. 세 기관에서 연체율이 10% 이상인 단위조합 수는 모두 100곳에 달했다. 농협이 72곳으로 가장 많았고, 산림조합과 수협은 각각 19곳, 9곳이다.
다만 농협의 경우 상호금융 부실채권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여신 채권 중 조기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채권을 외부 부실채권 투자전문기관에 매각하고 있어 연체율은 단계적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임미애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농협 상호금융의 대출 고정이하여신(연체 기간 3개월 이상 채권) 규모는 6월 말 기준 14조7,078억원(채무자 기준 집계)이다. 이 가운데 5조2,709억원은 중소기업 대출, 4조2,158억원은 소상공인 대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