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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행정부 실세에 접근 의도 틱톡금지법 19일 발효 잠정 연기 몸값 책정에 시장 예의주시
미국 내 소셜미디어 틱톡(TikTok)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틱톡 금지법’ 시행이 다가온 가운데, 중국 당국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틱톡의 미국 사업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틱톡 측은 즉각 부인하고 나섰지만, 법 시행이 목전에 있는 만큼 취할 수 있는 대안이 많지 않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차기 대통령 최측근 머스크 이용해 협상 나설까
14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고위 관리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협력 방안 논의의 일환으로 틱톡에 대한 비상계획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그중 하나는 머스크 CEO와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틱톡의 미국 내 사용 금지 조치를 막지 못할 경우, 머스크 CEO에게 틱톡 미국 사업부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당국의 논의에 머스크 CEO가 거론된 것은 그가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는 점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것과 관련이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테슬라 중국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현지 정부와 교류한 경험이 있어 바이트댄스 내부에서 매우 성공적인 기업가로 평가받는다. 나아가 머스크 CEO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세로 떠오른 만큼 그와의 긴밀한 관계가 관세 등의 협상에서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해당 보도 직후 틱톡은 “완전한 허구”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이번 보도가 틱톡 금지법 시행 임박 시점에 나온 만큼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지난해 4월 미 연방의회를 통과한 틱톡 금지법은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현지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해당 법안은 오는 19일 발효될 예정이었으나, 오는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연기 협상을 주장하며 추가 논의를 앞두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속한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틱톡 금지법 시행 연기 요구가 속속 쏟아졌다. 민주당 소속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과 로 카나 하원의원은 미 의회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틱톡의 미국 사업권 매각 마감일 연장을 촉구한 바 있다. 마키 의원은 “틱톡의 미국 내 사용 금지는 사회적 연결과 생계를 위해 이 애플리케이션(앱)에 의존하는 수백만 미국인에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틱톡 사업권 매각 마감일 연장을 강조했다.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 강조하고 나선 틱톡
틱톡 측도 자사 앱 사용을 금지할 경우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2023년 3월 미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청문회 출석을 앞두고 추쇼우즈(周受資) 틱톡 최고경영자(CEO)는 “틱톡 금지는 중소기업 등 미국 경제에 피해를 주고 1억5,000만 명 이상 미국인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막아 경쟁을 저해하는 결과만을 낳을 것”이라며 “금지 조치는 결코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정부가 지적한 미국 사용자 정보 유출도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추 CEO는 “중국 정부와 사용자들의 정보를 공유한 적이 없는 것은 물론, 이와 관련해 어떠한 요구도 받은 적 없다”며 “틱톡과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중국을 비롯한 어떤 나라의 대리인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바이트댄스의 지분 60%가량을 블랙록과 제너럴애틀랜틱, 세쿼이아 등 다국적 기관투자자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회사 설립자들이 보유한 지분은 20% 수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페이스북 뛰어넘은 틱톡 잠재력
회사의 적극적인 해명과 머스크 CEO 인수설 부인에도 시장은 틱톡 매각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쟁점 또한 자연스럽게 틱톡의 몸값 산정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바이트댄스는 비상장법인으로 재무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 정부와 의회가 틱톡의 개인정보 중국 공산당 유출 가능성을 의심하는 과정에 금지법안을 발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유출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의하면 2023년 기준 틱톡의 매출은 미국 사업에서 발생한 160억 달러(약 23조4,000억원)를 포함해 1,200억 달러(약 175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를 능가하는 실적이다. 같은 기간 메타는 1,350억 달러(약 197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로는 앞선 것 같지만, 메타의 경우 인스타그램 등 다수의 사업부로 나뉘어 있어 단일 소셜미디어 매출로는 틱톡의 성장세가 압도적이라는 게 FT의 평가다.
FT가 추산한 틱톡의 이익규모는 280억 달러(약 40조9,000억원) 수준으로, 메타와 비슷한 이익배수를 적용한 틱톡의 몸값은 최대 1,500억 달러(약 219조2,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미 바이트댄스 지분 일부가 블록딜 형식으로 전체 가치 2,000억 달러(약 292조2,000억원) 규모에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2023년 말에는 회사가 다시 전체 가치 2,680억 달러(약 391조6,000억원) 기준으로 50억 달러(약 7조3,000억원) 상당의 지분을 재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추정치가 틱톡의 실제 잠재력보다 훨씬 감액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