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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서든 데스' 위기 고조, 주력 계열사 줄줄이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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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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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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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재무 위기 심각
SK온에 추가투자금 지원 시 유동성 차질
SKT 등 그룹 계열사들도 줄줄이 타격
SK온 미국 조지아주 1공장 전경/사진=SK온

SK그룹의 재무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그 중심에는 SK가 미래먹거리로 삼은 SK온이 있다. 그동안 SK그룹은 배터리 사업에 40조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성과를 보지 못했고,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SK텔레콤(SKT) 등 그룹의 주력 계열사들까지 흔들리고 있다.

배터리 사업에 막대한 투자, 그룹 재무 부담으로

20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에서는 SK온 재무 위기가 자칫 그룹 전반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확산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유동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SK그룹은 그간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배터리업계 후발주자였던 만큼 대규모 투자를 통해 빠르게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2015년 배터리‧소재에 1413억원을 투입한 SK그룹은 이듬해인 2016년부터 투자를 본격화했다. 누적 투자액을 4,343억원으로 늘린 뒤 2017년엔 1조8,254억원으로 확대했다. 투자금액은 2018년엔 1조8,640억원, 2019년엔 5조9,86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물적분할한 이후부터는 투자금을 대폭 늘렸다. SK이노베이션에서 떨어져 나온 SK온은 배터리 공장 3곳(서산공장 증설, 미국 조지아주 2곳) 등을 짓기로 하면서 누적 투자금을 20조원 규모로 키웠다.

이 같은 막대한 투자금은 SK온 재무 부담으로 되돌아왔다. SK온의 총차입금 규모는 2021년 말 4조5,000억원에서 지난 2023년 말 19조원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는 20조6,000억원을 찍으면서 20조원을 돌파했다. 출범 3년 만에 총차입금이 5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부채비율 역시 같은 기간 160%에서 188%로 상승했다. 총차입금 증가는 곧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SK온은 매년 막대한 이자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9월 말까지 지금한 금융비용은 6,426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 3,542억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SK온 재무 부담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으로 확산했다. SK이노베이션 총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33조원을 넘어섰다. 2023년 말 30조5,350억원에서 3분기 만에 1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SK온의 배터리사업에 대한 자본적지출(CAPEX) 및 운전자금 부담이 SK이노베이션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SKT, 비주류 계열사 3곳 매각

이에 SK그룹은 재무부담이 그룹 전반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을 진행했다. 매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SK E&S를 SK이노베이션에 붙였다. 그룹 차원에서 어떻게든 SK이노베이션의 둔화한 현금 창출력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SKT에도 교통 정리가 이뤄졌다. SKT는 지난해 11월 태광그룹과 미래에셋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SK브로드밴드 합산 지분 24.8% 전량을 인수해 지분 99.1%를 확보면서 완전자회사로 재편입했다. 앞서 SKT는 지난 2020년 티브로드를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면서 현금을 사용하는 대신 태광·미래에셋과 지분을 합병해 75(SKT는):25(태광·미래에셋)로 나눴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양사가 투자를 유치한 뒤 지분 이익을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부진이 지속되자 IPO를 추진하는 대신 SKT가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뿐만 아니라 SKT는 자회사 SK커뮤니케이션즈와 F&U신용정보, 손자회사인 복지 플랫폼 기업 SK엠앤서비스를 삼구아이앤씨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SK그룹은 지난해 10월경부터 SK커뮤니케이션즈를 매각하기로 하고 주관사 선정에 나섰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싸이월드와 네이트, 네이트온을 운영하며 주목받았지만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부침을 겪었다. 지난해에는 86억원 이상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통신사 수익 악화, 가입자 증가 기대 어려워

SKT의 수익 지표도 눈에 띄게 악화한 상태다. 휴대폰 가입자 한 명을 확보했을 때 거두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3만원 밑으로 추락했다. SKT의 3만원대 ARPU가 무너진 것은 2023년 2분기부터다.

ARPU 감소와 맞물려 실적도 악화일로다. 지난해 2분기 전년 동기보다 16% 많은 영업이익 5,375억원을 거두긴 했지만 웃을 수 없는 분위기다. SKT의 영업이익이 증가한 배경이 비용 절감이기 때문이다. SKT가 2분기에 투입한 마케팅 비용은 7,1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감소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주문하면서 수익성 확보가 힘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사들은 2023년 5G(5세대) 중간 요금제를 신설했고, 지난해에는 5G 요금제 최저 구간을 4만원대에서 2만원대로 낮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 정부는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통신 3사에 마케팅 비용 투입을 늘려달라고 압박했다.

일각에선 통신 비즈니스가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시장이 줄어들기 시작해서다. 인공지능(AI)을 앞세운 신사업이 무선 사업의 손실을 얼마나 메울 수 있느냐가 향후 통신사 실적의 관건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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