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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소폭 감소에도 내실 챙겨
비효율 부문 정리 등 사업 재편 주효
전 경영진 소송 장기화, 쇄신에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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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식품회사 남양유업이 홍원식 전 회장을 비롯한 전임 경영진 체제에서 6년 가까이 지속해 온 당기순이익 적자를 끝내고 마침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경영을 주도한 지 정확히 1년 만에 거둔 성과다. 다만 시장에서는 남양건설이 단기간 내 이룬 체질 개선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기업 이미지 쇄신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영업적자 1년 만에 86.2% 축소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7,324만원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당기순이익 마이너스(-) 662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를 모두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흑자를 거둔 것이다. 같은 기간 영업적자 또한 715억원에서 99억원으로 86.2% 축소됐다. 매출은 9,528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으나, 사업 개편과 원가·비용 효율화 등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남양유업이 당기순이익에서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19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분전에 경영 효율화와 고객 중심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1월 말 최대 주주가 한앤컴퍼니로 변경된 이후, 같은 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신규 이사회 구성을 완료하며 본격적인 경영 혁신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비효율적인 외식 사업을 정리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했다. 또 전사적 체질 개선과 운영 효율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확립하는 데 주력했다.
아울러 실적 개선과 함께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활동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4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매입한 주식은 여러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소각하고 있다. 작년 9월에는 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소액주주들의 투자 접근성을 개선하고, 주식 유동성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밖에도 남양유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ESG 경영을 확대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경영 정상화와 소비자 신뢰 강화를 위해 강도 높은 쇄신과 ESG 경영을 병행한 결과 실적 개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며 “ “앞으로도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주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건강한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매출은 꾸준히 하락세
그러나 일각에선 남양유업의 실적 개선이 ‘반쪽짜리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고강도 사업 재편으로 내실은 챙겼지만, 그만큼 매출 하락 등 체급이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남양유업 매출은 약 2,4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으며, 상반기(1∼6월) 매출 또한 전년보다 4.5% 내려간 4,787억원을 거두는 등 하락세를 거듭 중이다.
기업 이미지 쇄신도 시급한 과제다. 남양유업은 과거 오너 리스크로 얼룩진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고강도 쇄신안을 마련하는 등 준법윤리 경영 기조를 강화하고 있지만, 홍 전 회장과의 소송전이 지속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홍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남양유업을 상대로 444억원의 퇴직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으며, 8월에는 회사가 홍 전 회장과 임직원 3인을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아울러 홍 전 회장이 회사 이름으로 구매한 미술품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 또한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각종 다툼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홍 전 회장과 진행 중인 소송은 경영 정상화의 과정일 뿐, 부정적 이슈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일축하며 “사명 변경과 관련해서는 내부적으로 새롭게 나온 말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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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기업 이미지 회복까지 험난한 길
1964년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이 세운 남양유업은 1967년 국내 최초의 조제분유 남양분유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성장 가도를 달렸다. 우량아 선발대회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국민분유’란 타이틀까지 얻었다. 1990년대 들어서는 발효 유제품 불가리스를 시작으로 이오, 맛있는우유GT 등 해마다 히트 상품을 내놓으며 ‘꿈의 매출’ 1조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불거진 ‘갑질사태’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대리점주에게 폭언과 함께 제품을 강매하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확산한 해당 사건으로 남양유업은 124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폭탄을 맞는 등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듯 보였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공정거래위원회와 3년에 가까운 싸움 끝에 과징금을 5억원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는 사이 급전직하한 기업 평판 하락에도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 별도의 자문사를 두지 않고 단기간에 계약을 성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연이은 소비자 신뢰도 하락으로 불매운동까지 전개되는 상황에서 시장의 입방아에 오르는 일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이를 두고 당시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남양유업은 악습을 반복하는 조직문화 탓에 소비 환경 변화에도 대응하지 못했다”고 진단하며 “향후 생존을 위해선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맞춰 체질을 개선하고,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바꿔나가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