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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인 데 또 쌓인’ 악성 미분양, 지방 건설사들 생존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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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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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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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미분양 10가구 중 3가구 준공 완료
신규 아파트 청약 ‘0건’ 단지도 속출
폐업 건설사 수, 미분양 비례해 급증

장기화한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지방 미분양 주택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준공 후에도 수분양자를 찾지 못한 ‘악성 미분양’은 영남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미분양 적체에서 비롯된 시장 불황이 지방 중소 건설사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전국 악성 미분양 12% 대구에 집중

12일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구 지역 미분양은 8,807가구로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을 나타냈다. 미분양 물량 중 30%가 넘는 2,674가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국 악성 미분양 물량(2만1,480가구)과 비교해도 12%에 달하는 수준이다.

부산은 아예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부산의 악성 미분양은 1,886가구를 기록해 한 달 전보다 194가구 증가했는데, 이는 직전 최대치였던 지난해 10월 1,744가구를 상당 폭 웃도는 수준이다. 경남도 미분양 주택 5,347가구, 준공 후 미분양 1,775가구로 증가세를 이었으며, 울산에서는 미분양 아파트가 4,131가구로 전월(2,711가구) 대비 52.4%나 늘었다.

신규 아파트 미분양도 속출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의하면 지난달 진행된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대방엘리움리버뷰’ 특별공급(61가구)에는 단 한 건의 청약 신청도 접수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청약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대구 동구 ‘더팰리스트데시앙’도 53가구를 특별공급으로 모집했지만, 신청자는 전무했다. 일반분양 경쟁률 또한 0.48대 1을 기록했다.

하서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수도권 내 접근성이 양호하거나 입지가 좋은 지역 분양실적이 양호한 반면, 지방은 수요 위축 영향으로 미분양 물량이 대거 발생했다”고 진단하며 “분양물량이 감소하면서 청약 선택 범위는 줄었지만, 가격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수요자들의 결정이 더욱 까다로워진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후분양도 수요 심리 녹이기엔 역부족

악성 미분양으로 드러나는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 조사에서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146가구로 전월(6만5,836가구) 대비 1% 감소했다. 서울과 경기에선 각각 1.5%, 7.7% 소폭 증가했지만, 인천이 6.7% 감소를 기록하며 전체 미분양 물량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지방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4,802가구로 전월(1만4,464가구) 대비 2.3% 증가했다. 대구가 한 달 사이 233가구 늘어난 1,812가구를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고, 뒤를 이어 경북(123가구 증가), 충북(81가구 증가) 순을 보였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지방 시장이 대출 규제 강화로 심리가 더 얼어붙었다”며 “일부 단지가 후분양으로 전환했지만, 악성 미분양 증가로 이어지는 등 시장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축된 부동산 시장 심리는 거래량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는 4만9,114건으로 전월(5만6,579건) 대비 13.2% 감소했다. 전국 매매거래량이 5만건 이하로 감소한 건 지난해 2월 이후 9개월만의 일로, 비수도권의 매매거래량은 13.4% 줄어들며 전체 감소 폭보다 큰 수준을 나타냈다.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서만 1,620건이 거래되며 전월(1,421건) 대비 14.0% 급증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들어오는 문 활짝, 나가는 줄 ‘빽빽’

넘치는 미분양에 문을 닫는 건설사는 늘고, 새로 시장에 발을 들이는 업체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건설업 신규 등록 업체는 421곳으로 2009년(363곳) 이후 가장 적었다. 2021년 2,191곳에 달하던 건설업 신규 등록 업체는 2022년 1,086곳으로 급감한 이래 줄곧 감소를 거듭하고 있다.

반면 사업이 어려워 주택건설업 등록을 자진 반납한 업체는 796곳에 달했다. 전년(843곳)보다는 많지 않지만, 10년 장기 평균치 606곳과 비교하면 30% 넘게 많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요건에 부합하지 못해 주택건설업 등록이 말소된 업체는 246곳에서 192곳으로 줄었다. 이로써 지난해 주택건설업 등록업체는 전년보다 567곳(6.0%) 감소한 8,823곳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도 1월 31일 기준 총 폐업신고 건수(변경, 정정, 철회 포함)는 332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58곳은 종합건설업체, 나머지 274곳은 전문건설업체다. 지역별로는 지방에 소재한 업체가 203곳으로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지방 분양 시장이 침체를 겪고 공사비 원가 상승,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지방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허덕이는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룬다. 한 시행사 임원은 “국내 1군 건설사들도 공사비 원가 상승, 인건비와 금융비용 증가, 미분양 등으로 고난을 겪고 있는데 지방 건설사들은 그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진단하며 “올해 시행사, 건설사 대부분이 연간 목표로 ‘버티자’를 제시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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