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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폭탄' 인플레 압박, 연준 금리 동결 가능성에 셈법 복잡해진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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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인플레, 목표 2% 여전히 웃돌아"
트럼프 관세발 공급 혼란, 물가 전체에 영향
경기 부양 시급한 한은, 환율 자극 우려에 난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어젖히면서 가뜩이나 재점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에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내수 경기 부진 속에서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금리 인하에 따른 한미 격차 확대와 원·달러 환율 급등을 고려하면 인하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파월 "금리 인하 서두를 필요 없다"

11일(이하 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연방 상원에서 열린 상반기 통화정책 보고 청문회에서 “연준의 현 통화정책 기조는 이전보다 현저히 덜 긴축적으로 됐고, 경제는 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정책 기조 조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제 상황과 물가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 기준금리 수준(연 4.25~4.5%)이 높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어 파월 의장은 “미국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은 2% 장기 목표에 가까워졌다지만 다소 높다”며 “정책적 억제를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연준이 통화정책 목표 달성 준거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작년 12월 전년 동기 대비 2.6%를 보였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반영하는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도 작년 12월 전년 동기 대비 2.8%로, 3개월 연속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그는 “노동시장이 예상치 못하게 악화하거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빨리 떨어지면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를 인하하기엔 섣부르다는 판단과 함께 향후 통계 지표에 따라 조정할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 때 밝힌 정책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당시에도 그는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 같은 시기 연준 위원들도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기조를 명확히 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선 또 다른 배경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자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관세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후 이달 1일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가 일단 중국에 대해서만 시행에 들어간 상태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미국에서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선언문에도 서명했다. 그는 이번 관세에 대해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오늘 단순화한다”며 “예외나 면제 없이 25%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당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했는데, 이번에는 예외와 면제를 없애고 알루미늄 관세를 25%로 인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고관세 무역 상대국에 같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 관세’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도 12일쯤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그 효력은 거의 즉시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에도 관세를 예고했는데 만일 상대국들이 대응에 나서면 관세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최근 재점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공산이 크다.

통상적으로 관세는 수입업자가 지불하는 만큼 국내 제품 가격에 관세를 전가해 사실상 소비자가 부담하는 경우가 많지만, 무역정책 등 공급 측면의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소비 지출 증가율 등 수요 측 요인을 중시하고, 기조적인 물가 모멘텀에 주목해 정책금리를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공급망 교란 문제를 일시적이라고 판단해 대응을 늦춘 결과, 물가가 급등하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연준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꼽히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최근 트럼프 관세의 물가 상승 위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주 앞으로 다가온 한은 금리 결정, 안개 속으로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더뎌지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지난달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당시만 해도 2월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로 관측됐지만, 미국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2주 앞으로 다가온 금리 결정의 향방을 더욱 점치기 어렵게 됐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해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금리를 내려서 경기를 부양해야 하지만 높은 상단의 원·달러 환율과 한미 금리 격차 등이 금리 인하를 가로막고 있는 형세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11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는 전 거래일보다 1.4원 오른 1452.6원을 기록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4일(1,462.9원) 이후 약 일주일 만에 다시 1,45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안정세를 찾기는커녕 다시 오르고 있는 셈이다. 야간거래종가(익일 새벽 2시 기준)도 1,451.3원을 기록했고, 개장가도 1,450원대를 유지했다.

가장 큰 원인은 불확실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이 전방위 무역 갈등으로 퍼질 수 있단 우려가 불식되지 않으면서 달러 선호가 심화한 것이다. 미국이 금리 인하를 택하지 않는 한 달러 가치는 지금처럼 강한 상태를 유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환율이 자연적으로 내려가지 않는단 얘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6일 도쿄 출장 중 외신 인터뷰에서 오는 2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와 관련 “외환시장 상황이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금통위원들은)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면 기름을 붓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 사이에서도 2월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단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연초엔 내린다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뒤집는 분위기”라며 “미국이 인하 속도를 늦추는 상황에 우리만 내릴 형편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도 “경기를 생각하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환율 부담에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전망했다. 이어 “한은이 연준을 의식한다는 가정하에 올해 금리 인하가 1~2차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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