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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市 도계위 정비구역 지정 심의 앞둬 신통기획 적용, 이르면 8년 내 입주 가능 강남 신통기획 중 가장 빠른 재건축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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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개포동 경남·우성3차·현대1차아파트(경·우·현) 통합재건축 단지가 다음 주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조합은 이르면 8년 내 입주까지 내다보고 있다. 앞서 집값 평가와 관련해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나왔으나, 합의점을 찾고 강남 신통기획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각오다.
경·우·현, 정비구역 지정 예정
13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우·현 통합재건축 사업은 오는 17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수권분과위원회)의 정비구역 지정 심의를 앞두고 있다. 서울시의 신통기획안이 적용된 만큼 심의 통과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우·현 통합재건축준비위원회는 이후 오는 6월까지 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내년 상반기 내 조합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임병업 경·우·현 통합재건축준비위원장은 “그간 서울시와 면밀하고 업무협의를 해와 심의를 통과를 하는데 이상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후 최대한 빠르게 사업을 진행해 가능하면 8년 내 입주까지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우·현은 대치동 우·선·미(우성·선경·미도) 등과 함께 강남구 재건축 대장 아파트로 꼽힌다. 1984년 준공된 경·우·현은 총 1,499가구 규모로 △개포동 경남 678가구 △우성3차 405가구 △현대1차아파트 416가구로 구성됐다. 최고 49층 2,340가구로 재건축하는 신통기획안이 확정된 건 2023년이다. 경·우·현은 양재천변에 있는 데다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개포주공1단지)’와 도곡동 고급 주상복합 ‘타워팰리스’ 사이에 있어 입지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내 정비구역 지정 절차가 마무리되면 신통기획이 선정된 지 2년여 만의 성과다. 현재 강남구에 6개 단지의 신통기획이 진행 중인데 대치미도와 함께 가장 빠른 속도로 사업이 진척되고 있다. 경·우·현 기부채납으로는 양재천 입체 보행교를 조성할 예정으로, 서울시와 사전 협의를 마쳤다.
서울시, 신통기획 일몰제 '극약처방'
경·우·현은 사업 초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의 규제로 한때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해 서울시의 중재 하에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 서울시는 2022년 내놓은 주택 공급 대책 때 2027년까지 신통기획으로 1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사업 초기 상태인 곳이 대다수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7년까지 10만 가구를 공급하려면 현시점에서는 적어도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야 하지만 지난해 3월 말 기준 사업의 첫 단추인 정비계획이 지정된 곳은 17곳에 불과했다. 특히 최근 재개발·재건축사업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는 데다 기부채납시설을 두고 단지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사업이 더욱 속도를 내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더욱 신속한 재건축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재건축 신통기획에 ‘단계별 처리기한제’를 도입했다. 당초 서울시는 신통기획 도입을 통해 대상지 선정부터 정비구역 고시까지 5년 정도 걸리던 정비구역 지정기간을 2년 7개월로 단축했으나, 종전 목표인 2년에 도달하지 못하자 ‘단계별 처리기한제’를 도입해 구역지정 지연을 최소화한 것이다.
처리기한제 기준에 따르면 주민이 신통기획 자문을 요청하면 구는 시에 즉시 자문요청을 통보해야 한다. 시는 1개월 내 자문결과를 통보해야 하고, 구는 1차 자문결과 통보 후 2개월 내 주민공람을 시행해야 한다. 신통기획이 완료되면 구는 2개월 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상정을 요청하고, 도시계획 심의 완료 후 3개월 내 정비계획 결정고시를 요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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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동·남가좌동 재개발 없던 일로, 신통기획 첫 취소 사례
이에 따라 서울시는 신통기획 추진을 통해 정비계획 결정을 앞두고 있는 압구정 2~5구역, 대치미도 등도 순차적으로 시범아파트와 동일하게 단계별 처리기한제를 적용했다. 해당 기한 내 다음 사업단계로 추진하지 못할 경우에 기존 신통기획 절차는 취소되고 일반 재건축사업 단지로 전환되며, 재건축을 하고자 할 때는 새롭게 정비사업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또 앞으로 이런 상황에 따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업지에 대해 ‘데드라인’을 도입해 기한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 개발 대상지에서 제외키로 했다. 재건축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게 정책의 취지인 만큼 단지별 사정에 따라 사업이 지연되는 상황을 막겠다는 의지다.
실제 신통기획 후보지에 대한 취소 사례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30일 재개발 후보지 심의위원회를 열고 강북구 수유동 170-1일대, 서대문구 남가좌동 337-8일대 등 2곳에 대해 신통기획 재개발을 취소했다. 이들 지역은 주민 반대가 30% 이상으로 사업 추진이 불투명하고 주민들 간 심각한 갈등·분쟁을 겪던 곳이다. 향후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입안 동의 요건(찬성 50%)과 조합설립 동의요건(찬성 75%)도 충족하기 어려웠다.
당시 결정은 지난해 2월 시가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개정해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토지 등 소유자 25% 이상 또는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이 반대하는 경우 ‘입안 취소’를 할 수 있다는 기준이 신설된 이래 첫 사례였다. 주민 갈등이 심한 구역은 신통기획을 배제한다는 원칙이 처음 적용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