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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시 1,000만원 보상”, ‘피싱 보험’으로 전면전 나선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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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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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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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보이스피싱 피해액, 전년比 73%↑
가짜사이트·유사수신 활개, 취약층 피해 확대
은행 등 금융사, '피해보상보험' 제공 앞장

날로 정교해지는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금융사기가 사회문제로까지 부상하자 은행들이 각종 예방책을 쏟아내고 있다. 고객이 전화 사기를 당했을 시 피해금을 보상해 주는 ‘무료 보험’을 비롯해 전사적 역량을 쏟아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에선 좀처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개인 고객이 가입에 소극적인 데다, 단독 상품이 있어도 접근성이 낮고 보상 수준이 미미해서다.

시중은행 보이스피싱 무료보험 제공

22일 우리은행은 지난해 4월 보이스피싱 보상보험을 처음 출시한 이래 지난달까지 누적 2,479건의 가입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보험은 금융소비자가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파밍 등 피해를 입었을 시 최대 1,000만원까지 보험금을 지급한다. 우리은행 고객이면 누구든 영업점 창구에서 무료로 가입할 수 있다. 피싱은 전화나 이메일, 파밍은 가짜 웹사이트, 스미싱은 문자메시지(SMS)를 활용한 사기 수법이다.

KB국민은행은 KB스타클럽 고객에게 ‘금융사기 피해보상담보’를 무료로 제공 중이다. 고객이 보이스피싱이나 메신저피싱으로 금전상의 피해를 보면 최대 1,000만원 한도로 피해액의 70%를 지급한다. 신한은행은 슈퍼SOL 금융안심보험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 보험은 사이버 금융 범죄에 따른 손해를 넘어 고객의 착오 송금 이후 회수 비용까지 보상한다. 이 보험은 고객의 거래 등급별로 최대 2,000만원까지 보장되며 무거래 고객에게도 최대 300만원을 보상해 준다.

은행들은 보이스피싱을 사전 차단하는 데도 공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상거래탐지 시스템(FDS)을 결합한 안티피싱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안티피싱 플랫폼은 시스템에 축적된 전기통신 금융사기 거래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해 보이스피싱을 365일 24시간 예방한다. 지난해에만 총 2,474명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보는 것을 예방했다. 예방 금액은 350억원에 달한다. 올해에는 1분기에만 777명의 113억원을 지켜줬다.

손보사·이통사도 피해 보상

금융 범죄의 창구가 되는 이동통신사나 보험사들도 무료로 피싱 보험을 제공하며 자발적으로 피해 보상에 나서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7월 2년 이상 장기가입자를 대상으로 ‘피싱·해킹 안심서비스’를 실시했다.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은 KB손해보험의 4개월짜리 피싱 보험에 무료로 가입할 수 있고, 범죄 피해를 입으면 인당 최대 300만원을 보상받는다. KB손해보험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을 통해 피해액의 최대 70%까지 1,000만원 이내로 보상하는 피싱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금융사와 이통사가 전화사기 예방에 공을 기울이는 이유는 사기 피해가 매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전년 대비 73% 증가한 4,100만원에 달했다. 전체 피해 규모도 8,545억원으로 91% 늘어난 역대 최고치다. 직전 최고치였던 2021년과 비교하면 801억원 더 많았다.

금융범죄 급증하는데 보상은 찔끔

하지만 시장에선 시중 피싱 보험은 피해 구제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사와 피해에 대비해야 하는 가입자 모두 피싱 보험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은 2023년 12월 발간한 ‘개인의 사이버 범죄 노출과 보장 확대 방안’ 리포트에서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범죄를 보장하는 사이버 보험이 활성화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리포트는 “(사이버 범죄 보험) 단독 상품은 회사별 판매 실적이 연간 수백~수천 건에 불과할 만큼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선택 특약은 시간에 따라 유형이 변하는 사이버 범죄의 속성을 반영할 수 없어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명시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금융 범죄 보험 가입이 저조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가입자 입장에선 금융 범죄를 ‘피할 수 있는 사고’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교통사고나 질병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니 미리 대비하려고 하는데, 피싱·스미싱 등은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긴다. 시장에 개인이 가입할 수 있는 단독 상품 자체가 적다는 점도 한계다. 보험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2023년 말 기준 사이버 금융 범죄의 피해를 보상하는 단독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5곳에 그쳤다.

이 중 대형 손해보험사로 꼽을 만한 곳은 삼성화재로, 비대면 가입(다이렉트)이 가능한 ‘사이버사고 보상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보장 항목은 △사이버 금융 범죄 및 거래 사기 △포털·SNS 활동으로 인한 배상책임 △쇼핑몰 사기 피해 등이며, 보험금은 50만~200만원대다. 중소형 보험사 중에선 미니보험 위주로 판매하는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보이스피싱·직거래 사기를 보상하는 ‘금융 안심 보험’을 판매 중이다. 보험금은 20만~100만원이다.

이 외의 보험사는 피싱 보험을 장기보험의 특약으로 마련하거나, 기업 등 단체를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한다. 보장 한도는 최대 1,000만원이 주를 이루지만, 기업이 무상으로 제공하는 보험 중에선 최대 300만원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앞서 삼성화재와 카카오페이손보의 상품도 최대 보장 한도가 100만~200만원대로 작다. 금융 범죄 발생 시 피해액을 돌려받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싱 보험의 보상 수준이 큰 편은 아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3년 보이스피싱 총피해액 1,965억원 중 피해자에게 환급된 금액은 652억원(33.2%)에 그쳤다. 1인 평균 피해액은 2019년 1,330만원, 2020년 1,290만원, 2021년 1,270만원 등 1,000만원대를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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