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한은 총재 “일률적 정년 연장은 미래 세대에 짐, 임금체계 연공성 완화 필요”
Picture

Member for

6 months 4 week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OECD 노인빈곤율 1위 한국
비자발적 자영업 진입 경계
"임금개편 담긴 계속 고용 필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후 세종시 반곡동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열린 '초고령사회의 빈곤과 노동:정책 방향을 묻다' 주제로 열린 KDI-한국은행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 환영사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정치권의 ‘법정 정년 연장’ 추진과 관련해 “인기영합적 접근은 오히려 거시경제에 더 큰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 4.5일제, 포괄임금제 폐지와 함께 정년 연장 추진을 재확인한 가운데, 이 총재가 제도의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 등 정교한 정책 설계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창용 “법정 정년 연장 신중해야”

15일 이 총재는 세종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초고령사회 빈곤과 노동: 정책 방향을 묻다’를 주제로 열린 공동 심포지엄에서 “연공서열제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고령 노동 수요 부족, 청년 일자리 축소 등 문제가 생긴다”며 “연공서열제를 바꾸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젊은 층과 고령층의 임금 차이가 크면 생산성을 임금에 반영하기 어렵고, 고령층을 채용하기도 어려워진다”며 “한은 조사 결과, 고령층이 퇴직 후 임금의 60%만 받아도 자영업자로 일하는 것보다 소득이 높기 때문에 임금이 다소 하락하더라도 일하려는 수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고령층의 소득 수단인 연금 수급과 정년 사이의 공백으로 ‘노후 빈곤’ 우려가 있다”며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두고 경제 전문가들은 일괄적인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 위축, 고령층 정규직 채용 기피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DI에 따르면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60세 정년이 의무화됐을 때 고령층 5명 중 3명은 고용 연장 효과를 봤으나, 청년 1명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또한 대기업,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신규 채용 축소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를 위해 고령층 노동력을 적극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며 “단순한 정년 연장이 아니라, 연공서열 체계를 개편해야 고령 인력 활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한요셉 KDI 노동시장연구팀장은 “‘욜드(young과 old의 합성어)’로 불리는 젊은 고령층은 과거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학력 수준도 높다”며 “이들을 잘 활용하면 생산 가능 인구 감소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日, 기업에 방식 선택하도록

실제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에 진입한 주요국들은 각국의 상황과 사회적 합의에 따라 정년 연장과 폐지, 퇴직 후 재고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고령층의 근로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과 고용시장 구조가 유사한 일본은 2021년부터 개정된 고령자고용안정법을 시행해 기업이 70세까지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노력 의무’를 부과했다. 모든 기업은 정년 연장, 정년 폐지, 계속고용제도 도입, 위탁계약 등 다양한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 고령자 고용을 지속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이 ‘퇴직 후 재고용’이다.

재고용은 기업이 정년을 연장하지 않더라도 퇴직자를 계약직이나 시간제 근로자로 다시 채용하는 방식이다. 기업은 숙련 인력을 유지하면서도 임금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근로자 역시 일정 수준의 소득과 사회적 역할을 이어갈 수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일본 기업의 99.9%가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하고 있으며, 이 중 70% 이상이 재고용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사용자 부담과 고용 유지를 동시에 고려한 제도로 주목받고 있다. 2012년 ‘퇴직 및 재고용법’을 시행해 모든 고용주에게 63세 정년 도달자의 재고용을 최대 68세까지 보장할 법적 의무를 부여했다. 이 제도는 사용자가 기존 임금체계를 유지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로 설계돼 비용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고령자의 일자리를 지속시킨다. 싱가포르 정부는 특히 재고용을 장려하기 위해 고령자를 계속 고용한 기업에 ‘고령자 고용 장려금’을 지급하고, 시간제 재고용을 시행하면 추가 보조금도 지원한다. 정규직 일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령 근로자의 고용 단절을 최소화하려는 설계다.

이 같은 조치는 고령자의 생계 안정뿐만 아니라 부족한 노동력을 시장에 공급하는 효과도 있다. 일본은 65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 인구의 29%를 넘고,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빠르게 줄고 있어 고령 인력 없이는 기업 운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재고용은 숙련 노동력의 연속성과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선택으로 평가받는다.

유럽서는 반대 목소리도

우리나라와 고령화 속도가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는 중국도 정년 연장을 공식화했다. 남성은 기존 60세에서 63세로, 여성은 50~55세에서 55~58세로 상향하는 계획을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청년층 일자리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연금 고갈과 노동력 부족 문제 앞에서 정년 개혁은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럽 주요국 중 독일은 2029년까지 법정 정년을 67세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스웨덴과 프랑스는 각각 67세, 64세로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상향했다. 이들 국가는 고령자가 부분 연금을 받으며 시간제 근무를 병행하는 ‘점진 퇴직’ 제도를 적극 도입해 완전 은퇴 대신 노동 시장 참여를 장려하고 있다. 영국도 2011년부터 법정 정년을 없앴다.

다만 유럽 내에서도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금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정년을 연장해 수급 연령을 늦추자는 정부 주장과 이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것이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지난해 3월 연금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정년을 연장하는 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진행했는데, 74.5%가 반대표를 던졌다. 연금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프랑스 역시 정부가 62세 정년을 64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전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헌법위원회 합헌으로 정년 연장안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4 week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