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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과 AI 경쟁 급한데 건설 인력난에 발목, 트럼프 ‘제조업 재건’ 일자리 ‘로봇’ 몫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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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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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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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이민 단속에 美 건설 노동력 공급 위축
데이터센터 건설 차질로 대중국 AI 경쟁에도 부담
제조업 재건 과정서 자동화 의존도 확대

미국의 건설 인력난이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충의 걸림돌로 떠올랐다. 숙련공의 고령화와 더딘 세대교체에 이민 단속 강화까지 겹치면서 데이터센터와 전력시설을 지을 일손이 부족해진 영향이다.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에 필요한 기반 시설 확보가 시급해지자 빅테크 기업들은 직접 기능인력 양성에 나섰고, 건설 현장에는 로봇이 투입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 재건’과 일자리 회복을 내걸었지만, 정작 산업 현장에서는 사람의 빈자리를 기계로 채우는 역설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美 건설현장, 일할 사람 50만 명 더 필요

18일(현지시간) 미국 홀랜드건설서비스에 따르면 미국 건설업계는 올해 기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약 50만 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반도체·배터리 공장처럼 여러 공종이 맞물리는 첨단 시설 건설 현장에서 작업 인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미국종합건설협회(AGC)와 국립건설교육연구센터(NCCER)가 올해 7~8월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 업체의 87%는 현장 기능직에 결원이 있다고 답했다. 직종별로는 전기공 채용 업체의 81%가 구인난을 호소했으며, 냉난방·공조 기술자와 콘크리트 작업자를 구하는 업체에서도 각각 77%, 76%가 채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공사를 지휘할 관리 인력도 부족하다. 현장소장을 채용하려는 업체 가운데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은 75%에 달했다.

일손 부족으로 공사 일정이 밀리고 비용 부담이 커지는 현장도 속출하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 업체의 42%는 자사나 하도급업체의 인력 부족으로 공사가 지연됐다고 답했으며, 인력난은 공사 지연 사유 가운데 가장 많이 지목됐다. 주택 건설 현장에서는 기초 공사를 마치고도 골조를 세울 작업자를 구하지 못해 후속 공정에 착수하지 못하는 사례도 나왔다. 플로리다주 잭슨빌의 주택 건설사 타이드워터홈스의 스콧 브래넉 사장은 골조 작업 인력의 공백으로 대형 주택 건설업체들이 사업 목표를 채우지 못하고 수십만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의 9월 조사에서 인건비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중간값 기준 4.2%에 달해 공사비 부담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AI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에서도 사업 규모에 맞춰 숙련 인력을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앞선 AGC·NCCER 조사에서 최근 1년간 데이터센터 공사에 참여한 업체의 37%는 인력이나 하도급업체 확보를 사업 수주·수행 과정의 최대 어려움으로 지목했다. 이들 업체의 58%는 숙련공 확보 경쟁이 심해졌다고 답했으며, 49%는 임금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공과 공사 관리자를 확보하기 위해 높은 보수를 제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인력 채용업체 켈리서비스의 제이크 라스와일러 데이터센터 부문 수석부사장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분야로 옮긴 인력은 종전보다 25~30% 높은 보수를 받는 경우가 많다. 버지니아·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데이터센터와 전력시설 건설이 활발한 지역에서는 전기공을 비롯한 전문 기능인력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숙련공 은퇴 앞두고 세대교체 제자리

인력난의 원인으로는 숙련공의 고령화와 더딘 세대교체가 꼽힌다. 미국 건설업협회(ABC)의 아니르반 바수 수석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 전기공의 약 20%가 55세 이상으로, 은퇴를 앞둔 인력이 상당하다. 이들의 빈자리를 채울 청년층 유입도 충분하지 않다. 딜로이트의 ‘2026년 건설업 전망’에서 미국 건설 인력 중 25세 미만 비중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새로 진입한 인력이 숙련공으로 성장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인력 충원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전기공은 통상 4~5년의 도제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 기간 매년 약 2,000시간의 현장 훈련과 별도의 기술 교육을 받는다.

첨단 시설에 필요한 전문 기술과 구직자의 역량 사이에도 간극이 크다. 홀랜드건설서비스의 매트 윌슨은 반도체·배터리 공장의 경우 기계·전기·공정 배관·구조물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여러 분야의 숙련공을 동시에 투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역시 전력 공급과 냉각 설비를 다룰 전문성이 요구된다. 특히 액체냉각 설비가 도입되면서 기존 인력도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하는 상황이다. 업타임인스티튜트의 매슈 호킨스 교육 담당 이사는 서버가 설치된 공간에 물을 사용하는 냉각 설비가 들어오면서 작업자가 숙지해야 할 기술과 설비 신뢰성 관리 요건이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선 AGC·NCCER 조사에서도 응답 업체의 절반은 지원자에게 필요한 기술이나 자격·면허가 부족하다고 답해, 이를 채용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았다.

표1. 미국 건설업 인력난 주요 원인

구분주요 내용관련 지표·현장 상황
숙련공 고령화은퇴 예정 인력 다수·청년층 유입 부족전기공 중 55세 이상 약 20%
전체 건설 인력 중 25세 미만 10%
장기간 양성 과정신규 인력 숙련도 확보에 상당 기간 소요전기공 도제 과정 통상 4~5년
매년 약 2,000시간 현장 훈련·별도 기술 교육
첨단 시설 기술 수요다분야 숙련공 동시 투입·신기술 교육 필요반도체·배터리 공장: 기계·전기·공정 배관·구조물 연계
데이터센터: 전력·냉각 전문성 및 액체냉각 대응 역량 요구
지원자 역량 부족필요 기술·자격·면허 부족으로 채용 제약AGC·NCCER 조사 응답 업체 절반, 지원자 기술·자격·면허 부족을 최대 채용 장애물로 지목
이민 단속 강화이민 노동력 의존도 높은 현장 인력 이탈 압력 확대2024년 외국 출생자 비중
건설업 전체 26.3%·현장 기능직 약 3분의 1
석고보드·천장재 설치공 57%
지붕 시공공·도장공 각각 53%
건설 노무직 43%
자료: 미국 건설업협회(ABC), 딜로이트, 미국 노동통계국(BLS), 홀랜드건설서비스, 업타임인스티튜트, AGC·NCCER, NAHB(미국 인구조사국 자료 분석)

건설현장 떠받친 이민 노동력도 이탈

숙련 인력 양성이 지체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강화도 기존 인력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건설업은 이민자가 현장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떠받쳐 온 업종이다. NAHB가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건설업 종사자 중 외국 출생자 비중은 26.3%였으며 현장 기능직에서는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직종별로는 석고보드·천장재 설치공의 57%, 지붕 시공공과 도장공의 각각 53%가 이민자로 집계됐다. 건설 노무직에서도 외국 출생자가 43%에 달하는 만큼, 단속에 따른 인력 이탈은 공종별 작업 인원 확보에 직접적인 부담이 된다.

실제 현장에서는 단속 소문만으로 작업자가 출근을 꺼리거나 일터를 떠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앞선 AGC·NCCER 조사에서 응답 업체의 약 29%는 최근 6개월간 이민 단속에 따른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체 응답 업체의 12%는 실제 단속이나 단속 소문으로 근로자가 현장을 떠나거나 출근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16%는 하도급업체에서 인력 이탈이 발생했다고 응답했다. 합법 취업자들 사이에서도 단속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실정이다. NAHB는 지난달 일부 지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자격을 갖춘 근로자까지 현장 출근을 꺼리고 있다며, 국토안보부와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주택 건설 현장의 단속 방식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신규 이민자 유입 감소는 앞으로 현장에 들어올 인력의 규모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버드대 주택연구공동센터의 리오던 프로스트 선임연구원은 2013~2024년 미국 건설 기능직 인력의 순증가분이 모두 외국 태생 근로자 증가에서 나왔다고 분석했다. 이 기간 건설 기능직 인력은 580만 명에서 620만 명으로 늘었으며, 건설 노무직에서 증가한 23만6,000명도 전부 이민자였다. 하지만 인력 충원을 뒷받침해 온 미국의 국제 순유입 인구는 2024년 270만 명에서 지난해 130만 명으로 줄었다. 미국 인구조사국은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순유입 규모가 32만1,000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美 AI 주도권 확보 구상에 인프라 확충 부담

건설 인력 공급 위축은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미국의 인프라 확충 전략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서비스를 확대하려면 대규모 연산시설과 전력망을 제때 갖춰야 하는 만큼, 현장의 인력 공백이 기술 개발에 필요한 기반 확충을 늦출 수 있어서다. 백악관이 지난해 7월 발표한 ‘미국 AI 행동계획’에서도 인프라 구축은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데이터센터·반도체 공장의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전기공과 냉난방·공조 기술자 등 관련 인력을 육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국가 차원의 투자 구상을 실행할 노동력이 부족하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미국의 공장·공급망·데이터센터 확충 구상과 관련해 이를 뒷받침할 현장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숙련 기술직에 대한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장 인력 확보가 AI 인프라 투자의 실행 과제로 떠오르면서 빅테크 기업들도 기술 인력 양성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전기 기술인력 부족이 미국의 AI·첨단 제조업 인프라 구축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전기 분야 종사자 10만 명과 신규 견습생 3만 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전기기술 교육기관인 일렉트리컬 트레이닝 얼라이언스(etA)에 자금을 지원해 견습생을 늘리고 교육 과정에 AI 활용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이다. 메타도 올해 6월 건설 기능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출범시키며 첫해에 1억1,500만 달러(약 1,53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루이지애나·오하이오·인디애나·텍사스에서 시작하는 이 프로그램은 5주간 무료 교육을 제공하고, 수료생에게 메타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의 일자리를 보장하도록 설계됐다.

美 제조업 일자리 복원의 역설

인력 양성과 함께 로봇으로 현장 작업의 일부를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사람이 반복해서 수행하던 작업을 기계에 맡겨 투입 인원과 공사 기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미국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업체 얼라인은 서버 랙과 각종 설비의 설치 위치를 바닥에 표시하는 작업에 더스티로보틱스의 로봇을 도입했다. 여러 작업자가 도면을 확인하고 일일이 표시하던 공정을 자동화한 것이다. 얼라인은 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로봇을 활용해 작업시간 784시간을 절감하고, 해당 공정에 필요한 인원을 18명 줄였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발전시설 건설에도 로봇이 투입되고 있다. 빌트로보틱스의 노아 레디캠벨 최고경영자(CEO)에 따르면 메타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루이지애나주 태양광 발전사업 현장에서는 로봇 약 10대가 말뚝 시공을 맡았다. 태양광 패널을 지탱할 구조물을 세우기 위해 강철 말뚝을 땅에 박는 작업이다. 이들 장비는 하루 약 1,000개의 말뚝을 설치하며 현장 시공 물량의 절반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레디캠벨은 같은 물량을 기존 방식으로 시공하려면 현재 투입된 인원의 3~4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내부에서도 설비 설치에 필요한 반복 작업을 로봇이 맡고 있다. 디월트와 오거스트로보틱스가 개발한 천공 로봇은 서버 랙과 전력·배관 설비를 고정할 구멍을 콘크리트 바닥에 뚫는다. 설계도에 따라 여러 대가 동시에 작업하며 먼지까지 제거해 후속 설비 공사에 필요한 준비 시간을 줄였다. 인력 확보에 차질을 빚는 공정부터 장비로 대체하면서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른 추가 채용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다. 생산 현장에서도 사람이 수행하던 작업을 로봇에 맡기는 변화가 진행 중이다. BMW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장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용접 공정에 금속 부품을 투입하며 지난해 차량 3만 대 이상의 생산을 지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 재건’으로 되살리겠다는 일자리를 로봇이 먼저 채워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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