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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무장에 열린 바닷길” 한국 조선 키운 그리스, K조선 손잡고 부활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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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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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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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무장에 함정 수요 확대, 그리스 조선업 재건 기회
한화오션 기술·오넥스 설비 결합해 현지 건조 추진
장기 일감 확보·제조업 고용 회복 기대

그리스가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국과의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오션의 기술과 건조 경험을 자국 조선소에 접목해 함정 수주를 늘리고 제조업과 고용을 되살리겠다는 구상이다. 유럽 각국의 방위력 확충으로 함정 수요가 늘면서 그리스 조선소도 장기 일감을 확보할 기회를 맞았다. 여기에 동지중해에서 중국의 항만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미국이 조선소 현대화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생산 기반 복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한화오션·오넥스, 그리스 함정 사업 공동 공략

15일(이하 현지시간) 그리스 경제지 나프템포리키에 따르면 지난 13일 그리스조선소협회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특별 대표단과 만나 국내 부가가치 비중 70% 명문화 등을 담은 7대 전략안을 제출했다. 내년 하반기 그리스의 EU 이사회 의장국 수임을 앞두고, 자국 조선소가 설계부터 건조·시험운항·후속 지원까지 책임지는 주계약자로 참여할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15년 단위의 국가 조선 계획을 제도화하고, 유럽 방위산업 지원 자금의 집행 기준에 현지 생산과 기반시설 확충 실적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함정 건조 과정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의 70%를 국내에 확보할 수 있도록 조달 규정을 정비하고, 도크와 선박 승강설비 등 생산시설에도 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요구도 담겼다.

대외 협력에서는 그리스·유럽·미국의 공동 생산체계를 통해 서방의 세계 선박 건조 점유율을 33%로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시아에 집중된 건조 물량을 분산하고 서방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협력 모델로는 그리스 조선그룹 오넥스(ONEX)와 한화오션의 제휴를 꼽았다. 양사의 협력은 지난 3월 그리스 해군·해안경비대 사업 공동 참여를 위한 협약에 이어 5월 전략적 동맹 협약으로 구체화했다. 오넥스가 총 13억5,000만 유로(약 2조230억원) 규모의 조선소 기반시설 투자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한화오션이 첨단 기술과 건조 노하우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투자 재원 일부는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의 금융 지원으로 충당할 계획이며, 양사는 그리스 해군과 동맹국 함정을 대상으로 현지 건조와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화 기술로 그리스 함정 건조·정비 기반 확충

양사가 우선 공략하는 분야는 그리스 해군의 잠수함 도입 사업이다. 한화오션과 오넥스는 해당 사업을 포함한 그리스 해군·해경의 함정 사업에 상호 독점적 협력사로 참여하기로 했다. 오넥스는 시로스섬의 네오리온 조선소와 아테네 인근 엘레프시나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엘레프시나 조선소는 미국의 금융 지원을 바탕으로 시설 현대화를 추진해 온 곳이다. DFC는 2023년 11월 오넥스와 1억2,500만 달러(약 1,660억원) 규모의 대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비롯한 선박의 수리·개조 역량 확충을 지원 대상으로 삼았다. 당시 제시한 시설 개선 목표는 연간 최대 200척의 선박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었다.

한화 계열사와 오넥스의 협력은 에너지 설비와 조선소 생산성 개선 분야에서도 진행 중이다. 한화파워시스템은 한화오션의 협약 체결에 앞선 지난 2월 25일 미국 워싱턴에서 오넥스와 조선·에너지 분야 협력 계약을 맺었다. 협력 대상에는 LNG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신조선 개발과 해상·연안 재기화 설비, 에너지 생산·저장 시설 관련 사업이 포함됐다. 조선소 운영에서는 신조선 건조 공정과 작업 흐름을 개선하고, 한화의 글로벌 공급업체망과 구매 체계를 활용해 기자재 조달 효율을 높이기로 했다. 기술 지원과 조달 업무의 연계도 강화해 계약 체결과 사업 수행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양사는 미국 내 해양 에너지 관련 생산·설비 통합 사업을 공동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첫 유조선 발주 인연, 조선업 재건 협력으로

한국과 그리스의 조선 협력은 한국 대형 조선업의 출발을 뒷받침한 반세기 전 인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2년 그리스 선주 조지 리바노스(George Livanos)는 울산조선소가 들어서기도 전에 현대중공업에 26만 톤급 초대형 유조선 2척을 발주했다. 이 주문은 조선소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발판이 됐고, 현대는 조선소를 지으면서 선박도 함께 건조하는 공사에 착수했다. 첫 선박인 ‘애틀랜틱 배런(Atlantic Baron)’은 1974년 11월 인도돼 한국 조선업이 세계 시장에 진입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스 선주가 초기 일감을 맡기며 시작한 협력 관계에 이제 한국 기업의 기술과 생산 경험을 그리스 조선소 재건에 투입하는 사업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가 조선업 재건에 기대를 거는 데는 장기간 위축됐던 제조업과 지역 고용을 되살리려는 목적이 있다. 그리스 조선업은 1960~1970년대 수백 척의 선박을 건조·수리했지만, 1980년대 경기 둔화와 국유화, 이후 재정위기를 거치며 생산 기반이 약해졌다. 민영화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사이 일감이 해외로 빠져나갔고, 아테네 인근 조선소와 협력업체가 밀집한 지역도 실업난을 겪었다. 최근에는 민간 투자자와 선주들이 조선소 운영에 참여하면서 자국 선박의 수리 물량을 국내로 유치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리스의 연간 선박 수리 실적은 2013년 330척에서 2024년 700척 규모로 늘었으며, 오넥스가 운영하는 두 조선소도 2024년 220척을 수리했다. 현지 업계는 이렇게 회복한 수리 물량을 바탕으로 신조선과 해양설비 건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표1. 그리스 조선업 재건을 둘러싼 유럽·미국·중국의 움직임

구분주요 사업·거점핵심 내용
유럽 생산시설 투자라인메탈의 망갈리아 조선소 인수루마니아 조선소 인수금액 1억3,800만 유로
루마니아 해군용 함정 건조 추진
유럽 함정 발주루마니아 해군 함정 4척해양초계함 2척·지원함 2척, 약 9억2,000만 유로 규모
EU 방위비 대출 지원 프로그램 SAFE 연계
미국 조선소 지원DFC의 엘레프시나 조선소 지원그리스 생산 기반 복구 지원
피레우스항 약 19㎞ 떨어진 입지 활용,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 견제
중국 항만 진출코스코의 피레우스항 운영사 지분 확보2016년 경영권 확보 후 지분 67%까지 확대
유럽·아시아·아프리카 연결 물류 거점
미국 항만 전략그리스 소규모 항만·주변 산업시설항만 지분 인수 관심
대유럽 에너지 수출 확대·항만 기반시설 확보 추진
자료: 라인메탈, 미 국제개발금융공사(DFC), 코스코

유럽 함정 수요·美 자금에 그리스 조선업 재건 탄력

수리업을 중심으로 살아난 생산 기반에 장기 일감을 더할 분야로는 유럽의 함정 발주가 꼽힌다. 최근 유럽에서는 각국의 방위력 확충과 맞물려 기존 조선소를 인수해 군함 생산시설로 활용하려는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은 지난 9일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를 1억3,800만 유로(약 2,065억9,000만원)에 인수하기로 했으며, 루마니아 해군용 함정 4척을 이곳에서 건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해양초계함 2척과 지원함 2척을 포함한 9억2,000만 유로(약 1조3,770억원) 규모의 사업은 EU의 방위비 대출 지원 프로그램인 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와 연계돼 있다. 함정 발주와 생산시설 투자가 함께 이뤄지는 흐름은 그리스 업계가 자국 조선소의 유럽 방산 사업 참여를 확대하려는 데 힘을 싣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그리스의 조선업 재건에는 유럽의 함정 수요와 함께 미국의 자금 지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자국 생산 기반을 복구하려는 그리스와 동지중해에서 중국의 항만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이해가 맞물린 것이다. 중국 국영 해운기업 코스코는 그리스 재정위기가 이어지던 2016년 피레우스항 운영사 경영권을 확보했으며, 이후 지분을 67%까지 늘렸다. 피레우스항은 유럽·아시아·아프리카를 잇는 주요 물류 거점으로, 미국은 인근 항만과 산업시설에 대한 투자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려 하고 있다. DFC도 엘레프시나 조선소 지원 사업을 설명하면서 피레우스항에서 약 19㎞ 떨어진 입지를 제시하고, 자금 지원이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고 명시했다. 미국은 그리스의 소규모 항만 지분 인수에도 관심을 보여 왔으며, 유럽에 대한 에너지 수출 확대와 항만 기반시설 확보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한화오션 유럽 진출의 발판

미국의 지원으로 그리스 조선소의 투자 여건이 개선되는 것은 현지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려는 한화오션에도 유리한 조건이다. 기존 조선소의 설비와 선박 수리 경험을 쌓은 인력, 주변 협력업체를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사업 초기 부담을 줄일 여지가 있다. 여기에 그리스의 낮은 인건비 수준도 현지 생산의 이점으로 지목된다. 유럽 통계에서 그리스의 시간당 노동비용은 2025년 기준 18유로(약 2만6,950원) 안팎으로, EU 평균 34.9유로(약 5만2,250원)의 절반 수준이다. 조선업만을 대상으로 한 수치는 아니지만, 유럽 내 생산 거점을 운영하는 데 따른 비용 부담을 가늠할 지표다. 한화오션으로서는 현지 산업 기반에 자사의 건조 기술과 공정 관리 경험을 접목해 생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유럽이 역내 방산 생산과 조달을 강화하는 흐름도 그리스 거점의 활용 가치를 높인다. SAFE는 지원 대상 장비의 부품 비용 중 EU·유럽경제지역의 유럽자유무역연합 회원국·우크라이나 외 지역에서 조달하는 비중을 원칙적으로 35% 이하로 제한한다. 참여 기업의 소재지와 지배구조까지 따지는 만큼, 유럽 방산 시장을 공략하려면 현지 생산체계와 공급망을 함께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다. 한화오션으로서는 오넥스와의 공동 건조를 통해 유럽산 기자재 사용을 늘리고 현지 공급업체와의 협력을 확대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그리스 내 생산시설을 유럽의 조달 기준에 맞춰 운영하면서 현지 고용과 산업 기여도까지 수주 제안에 담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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