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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 장기화에 비용 폭탄, 아시아 정유·항공·해운 수익 줄줄이 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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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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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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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장기화로 원유 조달비 급증
정유·항공·해운업계 이익 깎는 운송비와 연료비
물류업체 비용 회수 지연에 공급망 전반 수익 압박

중동 전쟁으로 원유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아시아 정유사들의 수익 회복에 제동이 걸렸다. 석유제품 가격이 뛰어 정제마진이 확대됐지만, 유조선 부족으로 치솟은 운송비가 이익을 잠식한 탓이다. 연료비 부담이 커진 한국과 일본의 항공·해운업계에서도 매출 증가가 이익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거나 영업 적자를 내는 사례가 나타났다. 여기에 물류업체들도 오른 운임을 화주에게 제때 전가하지 못하면서 수익성 압박을 받고 있다.

아시아 정유사 정제마진 마이너스 진입

19일(이하 현지시간)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석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산 고유황 원유를 처리하는 아시아 정유사의 정제마진은 지난달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했다. 원유를 구매해 정제한 뒤 석유제품을 판매해도 투입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달 들어서도 일부 정유사의 마진이 사실상 제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현지 트레이더들의 전언이 나오는 등 수익 여건은 여전히 빠듯한 상태다. 에너지 분석업체 하이로 애널리틱스가 집계한 10월 아시아 정유사의 평균 마진은 운임 차감 기준 배럴당 7달러(약 9,380원)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파악됐다.

제품별 마진에서도 최근 상승세가 꺾이는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달 아시아 저유황 경유의 크랙 스프레드는 배럴당 87달러(약 11만6,640원)를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치였던 3월 말의 85.6달러(약 11만4,760원)를 경신한 것으로, 당시 아시아 정유사들은 경유 생산과 수출을 늘리며 높은 마진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이후 이달 중순에는 휘발유와 항공유, 경유의 크랙 스프레드가 나란히 약세를 보이며 주요 수송용 연료의 수익성이 둔화했다. 원자재 분석업체 스파르타의 지난 13일 분석에서는 연말 인도분을 기준으로 한 정제마진도 손익분기점 안팎에 형성됐다. 중간 수준의 분해설비를 갖춘 아시아 정유공장의 12월 마진은 아랍에미리트(UAE) 머반유를 투입할 경우 배럴당 -1달러(약 -1,340원)를 소폭 밑돌았으며, 오만산 원유 기준으로는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추산됐다.

정제마진 반등에 기대 걸었으나 수익성 다시 악화

수익성 악화는 한국과 일본의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장기 불황 속에 설비 감축을 추진하던 시기에 겹쳤다. 한·일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이란 전쟁 전부터 중국발 공급 과잉과 가격 경쟁에 시달려 왔다. 중국이 석유화학 설비를 대거 늘리는 동안 수요 회복이 더뎌 제품 마진이 위축됐고, 한국과 일본 기업들은 설비 감축에 나서야 했다. 원료 조달에서도 중국 독립 정유사들은 러시아·이란산 할인 원유를 활용해 비용을 낮췄다. 원유를 싸게 확보한 만큼 제품 가격이 내려가도 수익을 방어할 여력이 생긴 셈이다. 여기에 중동 산유국들도 자국 원료를 직접 가공하는 석유화학 사업 확대에 가세했다. 사우디 아람코와 토탈에너지스의 아미랄 프로젝트는 기존 정유공장의 나프타와 부생가스 등을 활용해 연간 165만 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사업으로, 원료 공급부터 화학제품 생산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런 경쟁 속에서 한·일 기업들은 생산능력을 줄여 공급 과잉에 대응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석유화학 기업 10곳이 나프타 분해설비의 연간 생산능력을 270만~370만 톤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일본 에네오스도 수요 감소에 따라 가와사키 정유소의 에틸렌 설비 일부를 2027년 말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처럼 설비를 줄이던 업계에 전쟁 이후 정제마진 상승은 정유 부문에서 수익을 확보할 기회였다. 석유화학 사업의 부진을 안고 있는 정유·화학 복합기업으로서는 연료 판매 이익으로 실적 부담을 덜어낼 여지가 커진 것이다. 이에 아시아 정유사들은 원유 처리량과 경유 생산을 늘렸고, 아프리카 등 원거리 시장으로 수출도 확대했다.

표1. 호르무즈 해협 운항 차질과 물류비 부담

구분주요 지표내용
유조선 피격지난 11일 하루 4척호르무즈 해협 통과 중 정체불명 발사체에 피격
운항 기피초대형 유조선 10여 척
일부 수에즈막스급 선박
피격 이후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인근에서 회항 움직임 포착
전쟁위험 보험료선체 가치의 6~10%이달 초 해당 해역 보험료 상승
선장 보수월 최대 10만 달러
통과 보너스 회당 5만 달러
운항 위험 증가에 따른 고액 보수·추가 보너스 제시 사례
자료: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 블룸버그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호르무즈 운항 기피에 원유 수송비 급등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 차질이 장기화하면서 치솟은 물류비가 정제마진 상승으로 얻은 이익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물류비 부담을 키운 것은 유조선을 겨냥한 공격과 그에 따른 운항 기피였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지난 11일 하루에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유조선 4척이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맞았다. 이후 해협 입구에 있는 UAE 푸자이라 인근에서는 초대형 유조선 10여 척과 일부 수에즈막스급 선박이 방향을 돌리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운항 위험이 커지자 항해를 이어가는 선박의 보험료와 선원 수당도 뛰었다. 이달 초 해당 해역의 전쟁위험 보험료는 선체 가치의 6~10%까지 올랐고, 선장에게 월 최대 10만 달러(약 1억3,400만원)에 해협 통과 때마다 5만 달러(약 6,700만원)의 보너스를 제시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이에 산유국과 운송업체들은 위험 해역을 통과하는 선박을 따로 두고 원유를 바다에서 옮겨 싣는 방식을 확대했다. 전용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오면 오만 인근 해상에서 다른 유조선에 원유를 넘기고, 이를 받은 선박이 최종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같은 물량을 운반하는 데 필요한 선박이 늘고 환적 대기시간까지 길어지면서 다른 항로에 투입할 여력이 줄었다. 해운 데이터업체 시그널오션에 따르면 전 세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약 850척 가운데 40% 이상이 페르시아만이나 그곳에서 이틀가량 항해하면 닿는 해역에 몰려 있다. 중동산 원유를 실어 나르는 데 선박이 집중되면서 미국·서아프리카 등 장거리 항로의 선박 확보에도 부담이 번진 것이다.

선박 부족은 대체 원유를 찾던 아시아 정유사들의 비용을 끌어올렸다. 지난 9일 기준 미국 걸프 연안에서 중국으로 원유 200만 배럴을 운송하는 VLCC 용선료는 8,000만 달러(약 1,072억5,600만원)에 달했다. 배럴당 운송비만 40달러(약 5만3,630원)로, 전쟁 전 8.60달러(약 1만1,530원)에서 5배가량 급등한 수준이다. 당시 일본 코스모오일은 8,100만 달러(약 1,085억9,670만원)에 선박을 잠정 확보했으나, SK에너지와 트라피구라는 7,600만~7,700만 달러(약 1,018억9,320만~1,032억3,390만원)를 제시하고도 배를 구하지 못했다. 대형 유조선 확보가 어려워지자 원유 거래업체들은 운송 물량을 줄여서라도 작은 배를 구하는 데 나섰지만 계약 체결은 쉽지 않았다. 비톨은 한국행 미국산 원유를 실을 아프라막스급 유조선에 2,700만 달러(약 361억9,890만원)를 제시했으나 결국 용선에 실패했다. 원유를 나눠 실을 중형 선박을 구하는 데도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한·일 항공업계도 수익성 뒷걸음

원유 수송 차질에 따른 비용 압박은 항공업계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항공이 지난 15일 발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3분기 연료비는 1조6,96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7% 증가했다. 전체 영업비용 증가액 9,914억원 가운데 연료비 증가분이 6,806억원으로 약 69%를 차지했다. 연료비 지출이 급증하면서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9.4%에서 올해 8.3%로 낮아졌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조363억원 늘었으나 영업이익 증가액은 449억원에 그쳤다. 늘어난 매출의 약 96%가 추가 영업비용으로 소진된 셈이다.

일본 항공업계에서는 연료비 상승에 엔화 약세까지 겹치며 이익 감소 폭이 커졌다. 일본항공(JAL)의 올해 4~6월 영업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18.7% 증가한 5,168억 엔(약 4조3,393억1,120만원)으로 집계됐다. 항공유 가격 급등과 엔화 가치 하락이 연료 구입 부담을 키우면서 이자·세금 차감 전 이익(EBIT)은 127억 엔(약 1,066억3,560만원)으로 72.1% 줄었다. 특히 여객·화물 운송을 담당하는 대형항공 사업 부문에서 8억 엔(약 67억1,720만원)의 EBIT 손실이 발생했다. 저비용항공 사업도 연료비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1억 엔(약 8억3,900만원)의 EBIT 적자를 기록하는 등 주력 운송사업의 수익성이 압박을 받았다.

연료비에 운항 차질까지, 해운·물류업계도 이익 감소

해운업계에서도 연료비 상승과 운송 차질이 수익성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HMM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6,23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26%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15.5%에서 10.2%로 낮아졌다. HMM은 지난 3월부터 중동 전쟁에 따른 매출 손실과 연료비 등 원가 상승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5월 말 성수기가 조기에 시작되면서 운임이 반등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2% 증가한 3,541억원으로 회복됐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239억원 감소해 앞서 발생한 실적 부진을 모두 만회하지 못했다.

일본 선사들은 항로 변경과 항만 혼잡에 따른 추가 운영비도 떠안았다. 일본우선(NYK)의 올해 4~6월 자동차 운송사업 경상이익은 168억 엔(약 1,410억6,12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0억 엔(약 1,007억5,800만원) 감소했다. NYK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항로 변경, 연료비 상승, 항만 혼잡을 주요 감익 요인으로 꼽았다. 같은 기간 그룹의 선박 연료 평균 가격은 톤당 722.71달러(약 96만8,940원)로, 1년 전 578.60달러(약 77만5,730원)에서 약 25% 올랐다. 자동차 운송량이 전년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운항 비용이 불어나면서 해당 사업의 이익이 42%가량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선사의 운송 공간을 확보해 화주에게 판매하는 물류업체에는 비용 회수가 늦어지는 부담까지 더해졌다. NYK는 같은 기간 해상 포워딩 사업에서 화물 취급량이 크게 늘었으나, 운송 공간 매입가격 상승분이 고객에게 청구하는 운임에 제때 반영되지 않아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선사에 지급하는 비용이 먼저 오르고 판매가격 조정이 뒤따르면서 운송을 주선해 남기는 마진이 줄어든 셈이다. 여기에 일부 지역의 계약물류 취급량 감소와 인수 사업 관련 영업권 상각 등이 겹쳐 NYK의 물류사업 전체 경상손익은 24억 엔(약 201억5,16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손익이 56억 엔(약 470억2,040만원) 악화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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