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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에 투자 활기” 유럽 AI 생태계 성장 본격화, 재무장 기조 속 방산 스타트업도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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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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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 전역서 AI 스타트업 투자 확대
AI 규제 완화로 산업 성장 기반 다진 EU, 현지 기술 기업 투자 유치 '활기'
유럽 재무장 기조에 방산 AI 수요도 급증, 무인기·자율무기 스타트업 성장 가속

엔비디아가 유럽 기술 생태계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 최근 유럽연합(EU)이 고위험 인공지능(AI) 규제 적용 시점을 늦추고 행정 부담을 일부 완화한 가운데, AI 스타트업 대상 투자까지 빠르게 늘면서 유럽 기술 기업의 성장 여건이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유럽 전역의 국방비 확대 기조와 맞물려 방산·로봇 등 AI 기술의 상용화가 빠른 산업으로도 투자 수요가 확산하는 추세다.

엔비디아의 유럽 투자 전략

20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전날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인베스트 인 저머니 서밋'(Invest in Germany Summit)에서 독일 스타트업 4곳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 대상은 AI 기반 로봇 개발업체 애자일 로봇, 병원 정보관리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아벨리오스 메디컬, AI 기반 영상 음향 생성업체 미렐로, 위성 설계·제조 업체 리플렉스 에어로스페이스 등이다. 이는 엔비디아가 유럽 전역의 기업·대학·연구 기관에 100억 달러(약 13조2,25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투자 구상의 일부로, 개별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최근 독일 외 유럽 국가에서도 잇달아 투자 확대를 선언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프랑스에서 현지 스타트업 4곳에 대한 투자 계획을 공개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AI 인프라 확충 및 기술 개발 방안을 논의했다. 영국에서도 AI 신약 개발·인프라 예측·양자컴퓨팅 등 첨단 기술 스타트업 5곳에 대한 투자를 예고했으며, 향후 5년간 AI 안전성 연구에 2억5,000만 달러(약 3,310억원) 상당의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스웨덴에서는 현지 재단과 손잡고 의료·기후 분야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AI 혁신 거점을 설립하고, 볼보자동차와 자율주행 기술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얼어붙었던 유럽 AI 시장

시장은 유럽 AI 투자 시장이 빠르게 활성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간 유럽에서는 투자 부족, 기술 인프라 격차로 인해 미국·중국과의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례로 지난달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에서 열린 ‘호프부르크 대화’에서 “지난해 미국은 59개, 중국은 35개의 주목할 만한 AI 모델을 개발했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1개씩에 그쳤다”며 “미국과 중국이 각각 쏟아붓고 있는 AI 투자 규모가 유럽과 크게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은 데이터센터를 통해 세계 AI 컴퓨팅 용량의 75%를 차지하고 있지만 유럽은 5%에 불과하다”며 증가하는 수요에 발맞춘 컴퓨팅 용량 확충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기관들 역시 유사한 분석을 내놨다. 글로벌 통신·디지털 산업 분석기관 스트랜드 컨설트는 지난 4월 ‘통신 전문가의 목소리(Telecom Expert Voices)’를 통해 공개한 리처드 윈저의 기고문에서 “유럽의 AI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미미한 수준(rounding error)’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이 약 200메가와트(MW) 규모 데이터센터 구축과 1만3,800개 GB300 칩 도입 계획을 추진 중이지만, 이는 미국 및 중동과 비교할 때 현저히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스트랜드 컨설트는 이러한 유럽 AI 산업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규제 환경과 산업 문화 문제를 지목했다. 특히 EU의 AI법(AI Act)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산업을 선제적으로 규제하는 접근 방식으로 기업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AI법으로 규제 장벽 높아져

AI법은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법으로, AI 시스템을 위험 수준에 따라 △허용 불가능한 위험 △고위험 △제한적 위험 △최소 위험 등 4단계로 구분해 차등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이 중 고위험 AI에는 채용·인사 평가, 교육, 핵심 인프라 운영 등 개인의 기본권이나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스템이 포함된다. 해당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은 위험관리 체계 구축, 학습 데이터 품질 관리, 기술문서 작성, 시스템 작동 기록 보존 등 각종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제품 출시 전 적합성 평가도 거쳐야 한다.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도 강력하다. 금지된 AI 기술을 활용할 경우 최대 3,500만 유로(약 520억원) 또는 전 세계 연간 매출액의 7% 중 더 높은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받을 수 있으며, 고위험 AI 관련 주요 의무를 위반하면 최대 1,500만 유로(약 220억원) 또는 매출액의 3%에 해당하는 제재를 받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제 준수에 상당한 비용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대형 기술 기업은 법률·보안·품질관리 전담 조직을 통해 규제에 대응할 수 있지만,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은 기술 개발과 별개로 데이터 검증, 위험 평가, 규제 관련 문서 작성 등에 추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특히 제품 출시 이전부터 관련 의무를 충족해야 하는 고위험 AI 개발업체는 인증 준비와 규제 대응에 따른 사업화 지연·비용 증가 압박에 짓눌릴 수 있다. 이는 신규 서비스 출시와 매출 확보를 늦추고, 후속 투자 유치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표1. EU의 AI 규제 완화 방안

구분주요 내용
고위험 AI생체인식·채용·교육·핵심 인프라 등 독립형 시스템 규제 시행을 2027년 12월로 연기
제품 탑재형 AI기계·완구·승강기·의료기기 등 제품 내장형 시스템 규제 시행을 2028년 8월로 연기
기업 부담 완화중소기업 대상 AI 활용 역량·데이터베이스 등록 요건 간소화 절차를 일부 중견기업까지 확대
시험 지원국가별 규제 샌드박스 확대 및 EU 차원의 공동 샌드박스 도입
중복 규제 정비AI법·제품별 안전 규정의 중복 적용 축소, 적합성 평가 절차 간소화
안전 규제 유지비동의 성적 합성물·아동 성착취물 생성 AI 금지, 챗봇·AI 생성물 관련 투명성 의무 유지
자료: EU 집행위원회 AI법 서비스데스크

정책 기조 변화에 스타트업 '기지개'

다만 최근에는 EU의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나타나는 추세다. EU는 지난 7월 AI법 간소화 개정안을 발효하고, 당초 올해 8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고위험 AI 관련 주요 규정의 시행 시점을 2027년 12월로 연기했다. 기계·완구 등 제품에 탑재된 고위험 AI에 대해서는 2028년 8월까지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기술 표준과 세부 지침 마련이 지연된 상황에서 기업들에 규제 준수 의무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개발 비용이 불필요하게 증가하고 제품 상용화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EU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에도 일부 간소화된 규제 절차를 적용하는 등 기업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조치도 도입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 AI 스타트업들의 신규 투자 유치와 사업 확장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지난 15일 유럽 기술 전문 매체 시프티드(Sifted)가 발표한 '2026 시프티드 AI 100'에 따르면, 올해 유럽 AI 스타트업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296억 유로(약 44조250억원)로 지난해 연간 투자액의 두 배를 넘어섰다. 특히 의료·금융·산업 자동화 등 특정 산업에 특화된 AI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시프티드가 선정한 유럽 유망 AI 스타트업 100곳 중 산업별 특화 AI 기업은 51곳에 달했으며, 로봇 등 물리적 환경에 AI를 적용하는 기업도 지난해 11곳에서 14곳까지 늘었다.

방산업계서도 투자 활기

유럽 AI 스타트업의 약진은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확인된다. 유럽 각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방비 지출을 확대하고, 무인기·자율무기체계 등 첨단 군사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AI 기술을 활용하는 신생 방산업체에 자금이 몰리는 양상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혁신펀드와 시장조사업체 딜룸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방산·안보·회복탄력성 분야 스타트업의 벤처투자 유치액은 87억 달러(약 11조5,050억원)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이 중 AI 관련 기업이 전체 투자금의 44%를 차지했다.

이 같은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업이 독일의 방산 AI 스타트업 헬싱이다. 2021년 설립된 헬싱은 전장 데이터를 분석해 군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왔으며, 최근에는 AI 기반 무인 공격기와 자율비행 전투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드래고니어 인베스트먼트그룹, 라이트스피드 벤처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8억 달러(약 2조3,800억원)를 조달했으며, 당시 기업가치는 180억 달러(약 23조8,040억원)로 평가됐다. 독일 퀀텀시스템스 역시 같은 달 블랙스톤·에어버스 등이 참여한 투자 라운드에서 80억 달러(약 10조5,8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12억 달러(약 1조5,870억원)를 유치했다. 퀀텀시스템스는 군사용 정찰 드론과 자율운항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확보한 자금을 항공·지상·해상 무인체계 개발 및 생산 능력 확충에 투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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