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투자 우려가 신용 불안으로” 빚으로 키운 AI 데이터센터, 자금 조달부터 생존까지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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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프라 투자금 회수에 의구심 확산 주식·채권시장 거쳐 은행권까지 경계 강화 자금 조달 문턱 높아져 취약 기업 압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장 경쟁에 돈을 댔던 금융시장에서 투자금 회수를 둘러싼 불안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수주에도 설비 투자와 이자 부담이 불어나자 투자자들이 상환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공개(IPO)가 지연되고 관련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가운데, 건설 대출을 다른 투자자에게 팔지 못한 은행들도 추가 자금 공급에 부담을 안게 됐다. 앞으로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업계에서는 조달 비용 상승을 견디지 못하는 기업들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코어위브 부채 보험료 사상 최고
21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AI 연산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를 확보해 빌려주는 전문 클라우드 기업들은 최근 자금 조달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른바 ‘네오클라우드’ 업계 선두 주자인 미국 코어위브에서는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대비하는 보험 비용이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지난 15일 기준 코어위브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장중 1,194.5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시장 가격에 반영된 향후 5년 내 채무불이행 확률이 60%를 웃도는 수준이다. 대규모 차입으로 AI 인프라를 확충해 온 기업들의 상환 능력에 채권시장이 의구심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자금 부담을 키운 것은 막대한 선행 투자와 이를 뒷받침해 온 차입 확대다.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은 고객에게 연산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 고가의 반도체를 구매하고 데이터센터를 마련해야 해 초기 투자금 상당 부분을 빚으로 충당한다. 코어위브가 지난 8월 제시한 올해 자본지출 계획은 350억~390억 달러(약 46조9,250억~52조2,870억원)로, 시장에서 예상하는 연간 매출 130억 달러(약 17조4,290억원)의 세 배에 이른다. 이미 불어난 금융비용도 실적을 짓누르고 있다. 회사의 2분기 순이자비용은 6억4,000만 달러(약 8,580억원)로 분기 매출 25억7,500만 달러(약 3조4,520억원)의 4분의 1을 차지했으며, 같은 기간 순손실은 6억2,600만 달러(약 8,390억원)에 달했다.
대규모 수주 계약을 실제 매출로 바꾸기 위해서도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한 구조다. 코어위브가 6월 말 기준으로 제시한 수주잔액은 1,040억 달러(약 139조4,330억원)며, 회사는 이를 근거로 채무를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해당 금액은 고객과 체결한 계약에서 앞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매출로, 설비 인도와 서비스 제공 요건을 충족해야 실적에 반영된다. 계약을 이행할 시설부터 갖춰야 하는 상황에서 채권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수익률까지 높아져 후속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신형 반도체 출시로 기존 장비 가치가 떨어지면 설비 교체를 위한 투자 수요도 추가될 수 있다.
AI 기업 자금 조달에 높아진 투자 문턱
설비 확충에 필요한 자금이 계속 불어나자 AI 기업을 향한 투자자들의 선별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미국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SB에너지는 최근 기업가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견으로 IPO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아직 가동 중인 데이터센터가 한 곳도 없음에도 기업가치로 500억 달러(약 67조350억원)를 제시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산 것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추가 질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투자자 대상 공모 마케팅도 미뤄졌다. 투자자들은 높은 몸값과 함께 주요 고객인 오픈AI에 대한 의존도를 부담 요인으로 지목했다.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키운 또 하나의 요인은 상장 이후에도 이어질 대규모 자금 조달 부담이다. SB에너지가 확보한 데이터센터 계약의 장래 매출은 4,300억 달러(약 576조5,010억원)로, 대부분 오픈AI와 관련돼 있다. 이 계약을 이행할 시설을 갖추는 데 필요한 자금만 1,740억 달러(약 233조2,8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장으로 자본을 확충한 뒤에도 채권시장 등에서 자금을 계속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이미 상장과 함께 검토하던 50억 달러(약 6조7,040억원) 규모의 부채 조달에 투자자들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후속 투자금을 계획대로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AI 과잉투자 우려, 금융시장 본격 반영
AI 사업의 수익성을 따지는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지는 가운데 연초부터 제기됐던 과잉투자 우려도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AI의 생산성 향상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기술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주가 조정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에는 대형 기술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한 데이터센터 사업에서도 투자금 회수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메타·엔비디아·오라클 등이 임차인으로 참여하는 ‘하이페리온’과 ‘프로젝트 엑스칼리버’ 관련 채권 가격은 최근 수주간 액면가를 상당 폭 밑돌았다. 장래 임대수입으로 건설·운영 과정에서 쌓인 빚을 감당할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진 영향이다.
투자금 회수에 대한 불안이 번지자 채무불이행에 대비하는 CDS 거래도 급증했다. 모건스탠리 집계에 따르면 오라클·스페이스X·알파벳·아마존·메타·브로드컴·엔비디아의 채권과 연계된 CDS 거래액은 지난 7월 주간 평균 20억 달러(약 2조6,810억원) 미만에서 9월 90억 달러(약 12조660억원) 이상으로 늘었다. 채권 투자자에 이어 주식과 여러 자산을 함께 운용하는 투자자들까지 AI 관련 투자 손실을 방어하기 위해 CDS를 찾는 모습이다. 여기에 기업 간 투자와 대출 보증이 복잡하게 얽혀 전체 채무 부담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의 마크 하비브 디지털 인프라 총괄은 지난 19일 대형 기술기업이 데이터센터 건설과 소규모 AI 기업의 자금 조달을 사실상 보증하는 구조를 지적했다. 개별 거래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은 만큼, 현재 알려진 것보다 많은 채무 부담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경고다.
표1. AI 데이터센터 대출 매각 지연 및 은행 부담
| 구분 | 주요 요인 | 내용 |
|---|---|---|
| 자금 회수 구조 | 대출 매각·차환 | 대출 일부를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 사업자의 ABS 등 발행을 통한 기존 대출 상환 |
| 후속 사업 자금 공급 | 회수 자금을 신규 사업에 공급 매수자 확보 지연으로 자금 순환 차질 | |
| 대출 매각 난항 | 380억 달러 건설 대출 | JP모건·MUFG 등, 오라클 임차 데이터센터 대출 분산 매각에 6개월 이상 소요된 것으로 전해짐 |
| 할인 매각 추진 | 일부 은행,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출채권 할인 매각 추진 | |
| 은행 부담 확대 | 자본 유지 부담 | 미매각 대출의 장부 잔류로 손실 대비 자본 유지 필요 |
| 대출 한도 제약 | 기업별·업종별 대출 한도 여유 축소 매수 금융기관의 동일 기업 대출 한도도 매각 지연 요인 | |
| 신규 대출 여력 감소 | 기존 대출에 자금이 묶이면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자금 공급 제약 |
AI 대출채권 할인 매각까지 검토
복잡하게 얽힌 AI 금융의 부담은 데이터센터 건설 자금을 댄 은행에도 쌓이고 있다. 은행들은 대출을 먼저 제공한 뒤 일부를 다른 투자자에게 팔거나, 사업자가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발행해 기존 대출을 갚는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한다. 이렇게 회수한 돈을 새 사업에 공급하는데, 대출을 넘겨받을 투자자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자금 순환에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 5월 JP모건과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 등은 오라클 임차 데이터센터에 제공한 380억 달러(약 50조9,470억원) 규모의 건설 대출을 투자자들에게 나눠 파는 데 6개월 넘게 매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은행은 대출채권을 할인해 비은행 금융기관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은행들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출 매각에 나선 것은 기존 대출에 묶인 자금이 후속 사업의 자금 공급까지 제약하기 때문이다. 매각을 전제로 인수한 대출이 장부에 남으면 손실에 대비한 자본을 계속 유지해야 하고, 기업별·업종별 대출 한도에도 여유가 줄어든다. 실제 오라클·오픈AI 관련 데이터센터 대출을 다른 금융기관에 나눠 파는 과정에서도 은행별 한도가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을 넘겨받을 금융기관 역시 같은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는 데 제약이 있어 매각이 지연된 것이다. 그 사이 대출을 처음 인수한 은행에 자금이 묶이면서 새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대출을 추가로 제공할 여력도 줄었다.
사모대출 의존도 확대
은행에서 필요한 돈을 구하지 못한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은 사모대출 시장에서 더 비싼 자금을 조달해야 할 처지다. 사모대출 운용사들은 건설 위험을 떠안거나 사업 일정에 맞춰 자금을 공급하는 대가로 높은 금리와 수수료를 요구한다. 만기가 돌아왔을 때 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선택지도 제한적이다. 기존 대출 상환과 설비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려면 투자자에게 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AI 연산 설비 확보에 두 자릿수 수익률을 제시하는 거래도 등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최근 추진 중인 반도체 금융 거래에서 블랙스톤에 90억 달러 규모의 후순위 대출 참여를 제안하면서 표면금리 10%를 내걸었다. 발행 할인과 수수료까지 반영하면 투자자가 받는 수익률은 10%를 웃돈다. 앤트로픽이 지난 6월 유사한 거래로 조달한 후순위 자금의 금리는 8.5%였다.
높아진 조달 비용은 앞으로 예정된 대규모 설비 투자의 부담도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지난 14일 제시한 전망에 따르면 AI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액은 올해 1조 달러(약 1,340조7,000억원)에 달하며, 2027~2030년에는 추가로 6조 달러(약 8,044조2,000억원)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트너는 이 기간 기업과 소비자가 AI 서비스에 지출하는 금액으로는 계획된 설비 투자 전반에서 충분한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네오클라우드 업체들은 연산 서비스에서 투자금을 회수해야 사업을 유지할 수 있어 비용 압박에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가트너는 비용 부담과 사업 차별화 실패로 2030년까지 네오클라우드 업체의 80% 이상이 독립적인 사업 운영을 중단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