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벤처 예산 올해도 '증액', R&D 예산은 재정건전성 위한 '희생양'?

벤처 예산 올해도 '증액', R&D 예산은 재정건전성 위한 '희생양'?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동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창업지원 나선 정부, 팁스(TIPS) 예산도 대폭 증액
비효율적 예산 책정 언제까지? R&D 예산 삭감 의미 퇴색 가능성
"중장기적 창업환경 조성 필요, 단순 증액으론 문제 해결 힘들다"
오영주_중소벤처기업부_20240104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일 세종 중기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올해 총 3조7,121억원 규모의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유망한 창업가들을 지원한다. 민·관이 공동으로 유망 창업기업을 발굴하는 팁스(TIPS) 프로그램은 4,715억원, 시스템반도체나 바이오·헬스 등 10대 신산업 기업을 지원하는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는 1,031억원을 각각 배정했다. 이외에 창업기업의 해외진출과 해외인재의 국내 창업 활성화 지원, 재도전 관련 예산도 대폭 확대했다.

벤처 예산 확대, 벤처 생태계 회복 나선다

중소벤처기업부는 3일 '2024년 중앙부처 및 지자체 창업지원사업 통합공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총액은 지난해 3조6,668억원 대비 453억원(1.2%) 늘어난 규모로 2년 연속 역대 최대 액수다. 지원 분야는 △융자·보증 △사업화 △R&D(연구개발) △글로벌 진출 등 8개 유형이며, 융자·보증 분야에 대한 지원이 총 2조546억원으로 전체의 55.3%다. 단일 사업으로는 팁스 예산이 가장 많이 늘었다. 팁스는 민간이 혁신 창업기업을 투자하면 정부가 R&D, 사업화 자금 등을 연계 지원하는 방식인데, 지난해 1,591개 기업 대상 3,782억원을 지원에서 올해 1,925개사 4,715억원까지 확대됐다. 총 지원 규모가 약 24.6% 증가한 셈이다.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 예산 1,031억원은 505개사에 나눠 투입되며, 창업기업의 글로벌 협업을 지원하는 사업은 290개사에 430억원을 투입한다. 창업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K-스타트업 센터 사업도 140개사 대상 154억4,000만원이 편성됐다. 이외 글로벌창업사관학교에서 60명을 키우는 데 138억원, 해외실증 등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99억원(140개사)이 각각 배정됐다. 해외 성과 창출이 기대되는 ICT 혁신기술 기업을 돕는 K-Global 해외 진출 지원사업에 57억6,000만원(150개사), 관광 글로벌 선도기업 육성사업에 74억9,000만원(30개사)이 편성되기도 했다.

돈_Adobe-Stock_20240104
사진=Adobe Stock

규모 증액에 매몰된 정부, 예산 효율성은 어디로?

올해 예정된 창업지원사업은 총 397개에 달한다. 특히 중앙부처 중엔 중소벤처기업부가 2조원이 넘는 융자를 포함해 37개 사업에 3조4,038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지자체 중에선 서울시가 385억원을 투입해 전체 지자체 지원액 1,500억원의 25.5%를 담당했다. 대규모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벤처 업계의 숨통을 틔우고 벤처 생태계를 회복하겠단 취지지만,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예산 효율화를 위해 R&D 사업 예산도 대폭 삭감한 상황에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벤처 예산만 늘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못한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낭비된 사태는 이미 이전에 가시화된 바 있다. 지난 2021년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실은 "정부 지원을 받아 설립된 지 5년 이상 지난 청년창업기업 3곳 중 2곳이 '매출 0원' 업체였다"고 밝혔다. 의원실에 따르면 5년 이상 된 사관학교 1기(2011년)부터 6기(2016년)까지 총 1,515곳의 업체 가운데 1,027곳(67.7%)의 매출이 0원이었다. 사업 실패로 폐업 상태이거나 명목상 법인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란 의미다. 고용 상황도 열악했다. 1~6기 중 5년이 지나도록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업체가 873곳(57.6%)에 달했다. 고용인원 10명 미만도 496곳(32.7%)이었으며, 10명 이상의 두 자릿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곳은 146곳(9.6%)에 불과했다.

이에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창업 성공률이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중장기적 창업환경 조성보다는 당장의 성과로 홍보할 수 있는 현금 지원 정책 등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작금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창업환경에 대한 개선 없이 현금 지원 규모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지원'에만 집중된 정책적 한계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한 전문가는 "초기 현금 지원은 청년 창업가들의 초기 문턱을 낮추는데 효과적이긴 하나, 더 중요한 건 7~10년 이상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전략적 접근과 창업환경"이라며 "중장기 생존율을 기하급수적으로 낮추는 '가시 못 규제' 완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벤처 예산의 효율적 분배를 이루지 못하다면 R&D 예산 대폭 삭감이란 정부의 자구책에 당위성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예산의 절대 규모 증액에 매몰된 행태를 타파하고 적절한 사후관리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동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잠수함 설계도 대만 유출, '헛발질' 이어가는 韓 보안 솔루션의 한계

잠수함 설계도 대만 유출, '헛발질' 이어가는 韓 보안 솔루션의 한계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잠수함 설계도면 통째로 유출, 국가핵심기술도 보안 '취약'
정보보안 인식 '저조', "돈 버는 직무 아니니 취급도 안 좋아"
퇴직자 기밀 유출 심각한 수준, "보안실태 점검 필요해"
하이쿤_대만총통부_20240105
대만 정부의 첫 자체 잠수함 '하이쿤'의 모습/사진=대만 총통부 플리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개발한 잠수함의 설계 도면이 대만에 통째로 유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당 도면은 대만 정부의 첫 자체 잠수함 '하이쿤' 개발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술 유출을 감행한 이들에 대한 도덕적 비판이 오감과 동시에 기술 유출을 막을 만한 보안 시스템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 한화오션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한화오션 측은 "국가핵심기술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보안 논란을 거듭 해명했지만, 이미 실제 피해 사례가 확인된 이상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 기술 유출, '보안 공백' 가시화

3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한화오션 전 직원 A씨 등 두 명을 기술 유출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한화오션 근무 당시 도면을 빼돌린 뒤 잠수함 개발 컨설팅 회사인 S사로 이직했고, 이후 도면을 대만 측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기술 유출을 막지 못한 S사도 입건했다. 대만으로 넘어간 2,000쪽 분량의 잠수함 설계 도면은 한화오션이 2019년 인도네시아에 1조1,600억원에 3척을 판매한 ‘DSME1400’ 모델이다. 이번 유출 사건에 대해 대만 정부의 잠수함 개발 사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대만 국영 대만국제조선공사(CSBC)에서 한화오션의 잠수함 설계 도면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건 전문가들 사이에서 꽤 알려진 사실"이라며 "대만 정부 차원에서도 최소 6개월에서 수년 동안 대만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한국 전문가들에게 거액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잠수함 컨설팅 업체 S사가 대만 정부와 함께 공정마다 한국인 전문가를 추천해 채용하고 있다”며 “수년 전부터 많은 한국 전문가가 일하고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도면 유출 사실은 대만 내 친중 성향의 국회의원이 제보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한화오션의 설계 도면이 CSBC 등 주요 관계자 사이에서 돌아다니자 이를 한국의 대만대표부에 알린 것이다. 중국은 대만과의 갈등과 남중국해 영토 분쟁 등을 이유로 대만의 잠수함 개발 사업을 적극 견제하고 있다. 제보는 한국 방위사업청과 국가정보원 등에 전달됐고 경찰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S사 직원 상당수가 대만에 있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직접 수사가 쉽지 않은 데다 대만 정부의 협조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해군 간부 출신인 S사 대표 역시 대만에 머물며 수사당국의 수사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S사 관련자들은 대만에 한화오션의 잠수함 도면을 넘기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사 측은 “인도네시아로 잠수함을 수출했을 당시 도면도 함께 넘어갔다”며 “이 과정에서 대만으로 불법 유통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기술 유출 예견된 일, 정보보안 인식 높여야"

기술 유출 피해를 입은 한화오션 측은 사건과 관련된 이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화오션은 "기술유출 사건과 관련해서는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을 포함해 범죄 관련자들에 대해선 단호하고 엄중한 책임을 묻고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술 보안의 취약성이 기술 유출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국가핵심기술 보호에는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국가정보기관 등과 상시적인 공조와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실제 피해 사례가 발생한 이상 기업의 기술 보호 시스템 자체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보안 직종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은 이 같은 유출 사고가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는지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국내 기업 임직원들의 정보보안 직무 이해도가 지나치게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 정보보안 업무 관계자는 "정보보안 직무는 결국 현업에서 지원하는 부서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 을일 수밖에 없다"며 "직접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부서도 아니고, 오히려 보안을 위해 돈을 쏟아야 하는 부서인 만큼 그 정도가 더 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초 정보보안을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용도로 보는 이들이 거의 없다"며 "대부분 정보 유출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정보보안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이 정보 유출을 할 시 처하는 벌금형에 비하면 국내에서의 정보 유출은 항상 일어나는 일인 데다 처벌도 솜방망이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정보보안의 중요도가 높지 않다"라고도 덧붙였다.

"Locked and Secure: Protecting Your Digital Assets" - A stock photo that showcases the importance of cybersecurity through the use of a lock as a symbol of protection for digital assets.
사진=Adobe Stock

밑 빠진 독에 물만 붓는 기업들, "'두꺼비'조차 없다"

정보보안에 대한 인식 자체가 결여돼 있는 경우도 많다. 애초 CEO나 임원이 관련 규정을 먼저 무시하거나 본인만큼은 보안에서 예외를 요구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직책이 높을수록 기업의 핵심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음에도 권력을 활용해 보안에서 프리패스를 자행하다 보니 기업 전반의 보안체계가 어그러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별도의 보안 솔루션이 마련돼 있지 않은 외부 인터넷망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보안 담당자가 제대로 지정돼 있지 않다는 점, 핵심 인력으로 분류돼 있던 임직원이 퇴직해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점 등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퇴직자의 기업비밀 침해는 가장 큰 구멍 중 하나다. 최근 고용 불안과 퇴직 연령이 하향 추세에 접어들면서 임직원이 장래 재취업의 불안에서 오는 대책으로 기업의 비밀을 사유화하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화 사회에 접어든 오늘, 이제는 국가 간 무력 전쟁보단 치열한 '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보활동엔 언제나 공격과 방어의 양면성이 내포돼 있겠지만, 아무리 경쟁사나 경쟁국의 주요 정보를 얻는다 한들 자사 또는 자국이 지니고 있던 핵심 정보를 지속적으로 유출한다면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 국내 다수 기업들은 여전히 자사의 보안환경에 대한 자기반성 없이 기밀 유출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IT 인프라 발전에 따라 정보전의 역할은 더욱 높아졌지만, 이에 당연히 따라와야 할 '방어'의 기술이 전무한 상태란 의미다. 잠수함 설계 도면 유출은 밑 빠진 독을 막아줄 '두꺼비' 하나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여준다. 보안실태 점검 및 적절한 대책 강구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트림플레이션'에 구독 해지율↑, 새로운 전략 짜는 OTT 업계

'스트림플레이션'에 구독 해지율↑, 새로운 전략 짜는 OTT 업계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수정

미국 구독자 중 25%, 지난 2년간 ‘최소 3개’ 서비스 구독 해지
‘인상된 구독료’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해지 고객 늘어
토종 OTT도 사정 다르지 않아, ‘할인 정책’으로 기존 고객 붙잡기도
넷플릭스_넷플릭스_20240103
사진=넷플릭스

최근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함에 따라 구독을 해지하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OTT 플랫폼들은 광고가 포함된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경쟁사와 협력해 번들 상품을 내놓는 등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 국내 토종 OTT들도 고금리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이탈하려는 구독자들을 붙잡기 위해 구독권 할인 정책을 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OTT에 밀려 악화된 수익성 개선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독료 인상에 스트리밍 서비스 해지하는 사용자 늘어

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독 분석 제공업체 안테나(Antenna)의 조사를 인용해 메이저 스트리밍 서비스의 미국 구독자 중 25%가 지난 2년간 최소 3개의 서비스 구독을 해지했다고 보도했다. 애플TV와 디스커버리+, 디즈니+, 훌루, 맥스, 넷플릭스, 파라마운트+, 피콕, 스타즈 등이 구독 해지된 서비스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도 이들 서비스를 해지한 미국 구독자는 6.3%에 달했다. 이는 1년 전 5.1%보다 1.2%p 늘어난 수치로, 스트리밍 업체들의 고객 지배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내 스트리밍 서비스 해지율 증가의 원인으론 비용 부담이 꼽힌다. 스트리밍 업체들은 그간 치열해진 경쟁 속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독료를 인상해 왔다. 최근 동시 시청 가능 기기 4대인 고화질의 프리미엄 구독료를 22.99달러로 인상한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구독자들의 이탈이 잇따르자 OTT 플랫폼들은 위해 저렴한 광고형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경쟁사와 협력해 번들 상품을 내놓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훌루는 광고가 포함된 구독료를 6개월간 1달 구독료(7.99달러)의 절반 가격도 안 되는 2.99달러에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으며, 버라이즌은 지난달 넷플릭스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OTT ‘맥스’를 묵은 번들 상품을 출시, 별도 구독료를 월 10달러로 낮추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스트리밍 업계는 구독을 해지한 소비자를 다시 복귀시키기 위한 전략 마련에도 집중하고 있다. 안테나에 따르면 프리미엄 스트리밍 서비스를 해지한 고객 4명 중 1명은 4개월 안에 다시 해당 서비스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3명 중 1명은 7개월 안에, 절반은 2년 안에 재구독을 시작했다. 실제로 디즈니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디즈니+’의 유료 구독을 시작한 미국 소비자 중 60%는 광고가 포함된 요금제를 선택해 구독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안테나의 조너선 칼슨 공동 설립자는 “스트리밍 업체들에 구독자 유지는 더 이상 처음 그들을 확보했을 때 신규 구독자를 유지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이는 평생 고객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티빙웨이브_벤처_20230103

수익성 악화에도 ‘구독권 할인’ 내세우는 토종 OTT

국내 토종 OTT들도 구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먼저 웨이브는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연말까지 ‘2023 웨이브 연말 감사제’를 통해 베이직, 스탠다드, 프리미엄 멤버십 모두의 12개월 이용권을 기존 25% 할인에서 41%로 할인 폭을 늘려 판매한 바 있다. 웨이브의 할인 프로모션은 올해만 7번째며 이외에도 11번가, 티몬 등 이커머스 기업과 연계한 이용권 할인을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 왓챠도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오는 7일까지 프리미엄 1년 이용권(15만4,800원)을 40% 할인한 9만2,880원에 판매한다. 최근 월 구독료를 올린 티빙 역시 베이직, 스탠다드, 프리미엄 멤버십 모두의 연간 이용권 구독료를 기존 25%에서 31%로 할인 폭을 늘렸다.

토종 OTT들의 할인 프로모션 경쟁이 과열되자 수익성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미 토종 OTT 대부분이 글로벌 대형 OTT의 공세에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티빙의 영업손실 규모는 2021년 762억3,457만원에서 지난해 1,191억5,097만원으로 56% 이상 늘었으며, 웨이브도 같은 기간 558억2,223만원에서 1,216억8,116만원으로 영업손실이 증가했다. 왓챠는 2019년부터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자본잠식 상태에 머물러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토종 OTT들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방편으로 구독료 인상 정책이 꾸준히 논의돼 왔지만, 글로벌 OTT와의 경쟁에서 밀리자 이용자 이탈을 막기 위해 오히려 구독권 할인을 내세우고 있다”며 “ 글로벌 OTT의 구독료 인상 정책에 따라 당분간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향후 영업손익을 전환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전략인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전문가들 "자율 규제가 더 바람직하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전문가들 "자율 규제가 더 바람직하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효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

수정

3월 22일부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본격 시행
확률형 아이템 유형 및 확률정보 투명 공개가 주요 골자
법적규제보다는 자율규제가 더 실효성 높을 것이라는 지적 잇따라

오는 3월부터는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구체적인 확률 수치를 게임 이용자들이 알기 쉽게 공시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이번 규제가 확률형 아이템 과소비를 막을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확률의 구체적인 수치를 알게 된 게임 이용자들이 해당 정보를 기반으로 구매 횟수를 기존보다 늘리는 등 과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보다는 게임 업계의 자율 규제에 맡겨 공공 부문보다 효율적인 규제를 해 나가는 편이 더 올바르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jeon_munchebu_20240103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사진=문화체육관광부

3월부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반드시 공시해야

2일 문체부는 제1회 국무회의에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내용 등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돼 3월 22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라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제공하는 모든 게임물의 유형과 확률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별 공급 확률정보 등을 표시하기 위해 시행령 제19조의2 및 별표 3의 2등을 신설한 것이다.

개정안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확률형 아이템 유형 및 표시 정보를 빠짐없이 규정했다. 이를 통해 게임이용자들에게 친숙한 확률형 아이템 유형인 캡슐형, 강화형, 합성형, 컴플리트가챠, 천장 제도 등의 확률 정의가 더욱 뚜렷해졌다. 나아가 새로운 확률형 아이템 유형이 등장할 경우 문체부 장관이 고시로 확률정보를 추가로 표시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마련됐다.

확률형 아이템을 제공하는 모든 게임물은 원칙적으로 확률 정보 등을 표시해야 한다는 규정도 시행령에 명시됐다. 다만 ▲청소년 게임제공업과 일반게임제공업에 제공되는 게임물 ▲교육과 학습, 종교 등 등급 분류 예외의 용도로 제작되는 게임물 ▲게임물을 제작, 배급 또는 제공하는 자 모두가 3년간 연평균 매출액 1억원 이하인 중소기업 등의 경우엔 표시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어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종류별 공급 확률 정보 등은 게임이용자가 확인하기 쉬운 형태로 제공돼야 한다. 공급 확률은 백분율로 표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소수점 이하 특정 자리에서 반올림해 표시하도록 규정됐다. 또한 ▲표시 대상 정보 변경 시 사전 공지 원칙 ▲게임물, 홈페이지, 광고·선전물 등 매체별 표시 방법 ▲검색 가능한 형태로 정보 제공 등을 규정하면서 게임 이용자들의 확률정보 접근성을 강화했다.

아울러 문체부는 24명 규모로 구성된 확률형 아이템 모니터링단을 설치하고, 확률정보 미표시와 거짓 확률 표시 등 법 위반 사례를 철저히 단속할 방침이다. 또한 자체 등급 분류사업자(삼성전자, 구글, 애플 등)와 협업해 표시 의무 위반 게임물이 자체 등급 분류사업자 플랫폼을 통해 유통될 수 없게끔 하고, 국내 대리인 제도를 추진하는 등 해외 게임사도 확률정보 공개 의무를 따를 수 있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전문가들 "오히려 과소비 유인 키울 수도"

다만 이번 개정안을 둘러싸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개정안의 핵심 취지는 확률형 아이템이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판단 아래 구체적인 확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들이 손익비를 깨닫게 하고 도박 심리를 낮추겠다는 건데, 확률형 아이템과 사행행위의 차이를 면밀히 살펴보면 확률형 아이템 구매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이용자들의 '도박 행위'가 아닌 과도한 '소비' 행동에 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행성 잠재우기'에 초점을 맞춘 개정안의 제도적 실효성은 사실상 미비하며, 오히려 과소비 유인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일정 확률에 따라 아이템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만큼 '사행적' 요소가 포함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사행행위와 확률형 아이템의 속성을 보면 명확히 구분되는 지점이 존재한다. 물론 확률형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해선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획득 과정에 있어서도 우연성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로 이뤄져 있는 만큼 사행적 요소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행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선 본질적으로 이용자에게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을 줘야 하는데, 확률형 아이템은 결과물로 현금이 나오는 게 아닌 게임 내 사용할 수 있는 재화가 나온다. 즉 현실 세계의 금전적 가치로 곧바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행행위 요건 중 핵심 요소인 환가(재산상 이익 또는 손실) 가능성 자체가 확률적 아이템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옳다. 다시 말해 게임 이용자들의 확률형 아이템 구매는 소비 활동의 일환이지 사행행위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개정안을 통해 공개된 게임 아이템의 확률이 극단적으로 낮지 않은 이상, 공개된 수치를 기반으로 실제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게임 이용자들이 구매를 반복할 유인이 커질 것이라는 비판도 잇따른다.

probability_vtecon_20240103

무조건적인 법적 강제성보다는 업계 자율이 우선돼야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처럼 무조건적인 법적 규제를 가할 경우 국내 게임산업 생태계 자체를 파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과거 '셧다운제'나 '4대 중독법' 등 계속적인 법적 규제로 인해 산업 성장에 지체를 보였던 사례를 감안하면, 이번 추가적인 법적 규제 또한 오히려 국내 게임산업 생태계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규정안 적용에 있어 산업적 특성을 고려해서 효율적 규제가 가능하고, 규제 재·개정의 유연성, 규제 비용 절감, 높은 규제 준수 유인책, 규제 연착륙이 가능한 자율규제가 법적규제에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도 해당 문제에 대한 대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2015년부터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령을 시행함으로써 이용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2017년과 2018년에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를 통해 자율규제를 한층 더 강화했다. 미국 등 주요국의 경우에도 업계 스스로 룰을 정해 이를 철저히 노력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업계만 살펴봐도 업체들은 자율적으로 고객들에게 제품의 대한 정확한 확률 정보를 제공해 최고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어기는 업체가 있을 경우 업계 전반이 퇴출을 요구한다. 고객은 물론, 정부로부터의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는 이유에서다.

비슷한 맥락으로 게임 업계에선 관련 기술과 사업 모델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정부 등의 공공 영역에서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견해가 주를 이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면서 자율규제에 대한 논의가 성숙해지고 있는 과정에서 새로운 법적 규제로 인해 그간 축적된 노력과 노하우가 사라지는 것도 아쉽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효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

'챗GPT 파워'로 16억 달러 벌어들인 오픈AI,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다

'챗GPT 파워'로 16억 달러 벌어들인 오픈AI,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수정

지난해 매출 16억 달러 달성한 오픈AI, 챗GPT 유료 서비스 효과
일부 경영진 올해 '3배 성장' 전망, 업계는 "그렇게 안 될걸"
 '생성 AI' 시장 경쟁, 구글·메타 등 거대 빅테크 필두로 불붙었다
챗GPT_오픈AI_20240103
사진=오픈AI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지난해 매출이 2조원을 넘어섰다. 2일 (현지시간) 미국 정보통신(IT) 매체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오픈AI의 지난해 매출이 16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챗GPT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가파른 실적 성장세가 입증된 가운데, 곳곳에서는 오픈AI의 미래 성장에 대한 상반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 예상 넘어선 오픈AI, 챗GPT로 고성장

앞서 2022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오픈AI가 내부적으로 2024년 연 매출 1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생성 AI(인공지능) 시장 지배력에 비해 실적 성장 기대치가 그다지 높지 않았던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오픈AI는 2022년 연간 매출(2,800만 달러)의 약 57배에 해당하는 16억 달러 매출을 기록, 기존 예상치를 보란 듯이 무너뜨렸다.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1년 새 눈에 띄게 급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오픈AI가 새로운 자금 조달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며, 기업 가치는 1,000억 달러(약 130조원)로 평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까지 알려진 오픈AI의 시장 가치(860억 달러) 크게 웃도는 수준이며, 지난해 1월 밝혀진 시장 가치(300억 달러)의 3배를 넘어서는 규모다.

오픈AI의 실적을 견인한 것은 다름 아닌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다. 오픈AI는 △유료 구독 서비스 '챗GPT 플러스' △기업용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엔터프라이즈' 등 유료 서비스를 마련, 꾸준히 수익성 개선에 집중해 왔다. 오픈AI는 거대한 이용자 기반을 활용해 세계 각국의 고객층을 유료 서비스로 끌어들였다. 샘 알트만 CEO가 지난해 11월 밝힌 챗GPT 주간 이용자 수는 약 1억 명에 달한다.

쏟아지는 경쟁 상대, '3배 급성장' 가능한가

실적 성장세가 입증되자 곳곳에서는 낙관적인 미래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디 인포메이션은 "일부 (오픈AI) 경영진이 오픈AI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 3배를 넘는 50억 달러(6조5,5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오픈AI가 '천장 없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초기 시장을 석권하며 시장 지배력을 갖춘 것은 사실이나, 경쟁에 불이 붙은 현시점에서 이전처럼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픈AI의 최우선 경쟁사는 쟁쟁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다. 대표 경쟁 주자로는 AI 챗봇 '바드'를 서비스하는 구글이 꼽힌다. 구글은 오픈AI의 서비스와 자사 서비스의 가격대를 맞추고, AI 소프트웨어를 바꿀 경우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권을 제공하는 등 명백히 오픈AI 이용 고객을 겨냥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오픈AI 'GPT-4'의 성능을 뛰어넘는 최신 대규모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공개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 IBM 등 50개 이상 AI 관련 기업·기관도 'AI 동맹(Alliance)'을 결성하며 새로운 대항마로 떠올랐다. 이들 동맹은 '개방형 혁신과 개방형 과학'을 목표로 제시, 기업과 학계 등이 무료로 공유할 수 있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오픈 소스로 제공하고 있다. 폐쇄적인 구글이나 오픈AI와는 정반대 행보다. 경쟁사의 기술력, 지향 방향 등의 격차가 본격적으로 벌어지는 가운데, 과연 오픈AI는 현재 시장 위치를 지켜낼 수 있을까.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서지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해외 DS] EU AI 법, "오픈소스 AI 모델은 대부분 면제"

[해외 DS] EU AI 법, "오픈소스 AI 모델은 대부분 면제"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태선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수정

잠정 합의안 따르면 대부분의 오픈소스 AI 모델은 면제
위험도가 높은 범용·기반 모델은 규제 대상에 포함
깃허브 등 오픈소스 생태계 주체, 지속가능성 위한 노력 지속해야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GIAI R&D Korea)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github_eu_ai_act_AI_Business_20240103
사진=AI Business

2023년 말, 유럽 의원들은 수년간의 교착 상태 끝에 마침내 AI 규제 방안에 대한 초기 합의에 도달했다. EU AI 법안은 시민의 권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따라 모든 AI 시스템을 분류하는 위험 기반 규율이다.

무료 오픈소스 AI 모델은 EU AI 법에서 대부분 면제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규정의 문안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으며 공개되지 않았다.

AI 비즈니스는 깃허브(GitHub)의 최고법률책임자 셸리 맥킨리(Shelley McKinley)와 이 EU AI 법이 오픈소스 개발에 미칠 영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Microsoft가 소유한 깃허브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오픈소스 저장소이자 커뮤니티다. 법안의 규정에 따라 깃허브의 향후 운영 방침이 AI 관련 산업과 기관 그리고 개인에게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EU AI 법이 생각하는 오픈소스 모델

"잠정 합의안이 최종 규정에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EU AI 법은 대부분의 오픈소스 AI 개발자에게 혁신을 계속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줄 것이다"고 맥킨리는 말했다. 특히 전체 AI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세트, 학습 코드, 모델,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등 AI 구성 요소를 구축하고 공유하는 개발자들은 법의 영향권에 밖에 있다.

대부분의 오픈 소스는 예외를 인정받았으나, 금지된 시스템, 고위험 시스템, 투명성 의무가 있는 시스템, 규모가 가장 큰 기반 모델 등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오픈 소스를 제한한다. 따라서 오픈 소스이든 폐쇄형이든, AI 법은 시스템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범용 모델을 규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즉 영향력이 큰 범용 모델을 구축하는 개발자는 문서화, 평가, 통지, 에너지 사용 보고 및 사이버 보안 요건과 관련하여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 이는 개발자가 책임감 있게 혁신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위험에 초점을 맞춘 깃허브의 AI 규제 접근 방식과도 일치하는데 아직 규제 문서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여서 추가되는 규정이 있는지 주시해야 한다.

"오픈 소스와 개발자에게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 정책 입안자들이 2021년 유럽 집행위원회의 제안 이후 우리가 주장해 온 대로 고위험 시나리오를 규제하는 것과 오픈 혁신을 활성화하는 것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았다고 생각한다"고 맥킨리는 설명했다. 아직 많은 작업이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발자 입장에서 보면 이번 정치적 합의는 합리적이며 고무적인 결과라는 반응이다.

'과도한' 규제의 부작용은?

맥캘리는 오픈소스에 대한 면제가 없었다면 개발자들이 유럽 시장에서 오픈소스 AI에 대한 업스트림 기여를 철회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이는 EU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전반적인 혁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어디에나 존재하며, 최신 시놉시스(Synopsys) 보고서에 따르면 오픈소스 구성 요소는 소프트웨어의 96%에 포함되어 있고 특정 소프트웨어의 76%를 차지한다. 따라서 개발자들의 활발한 지식 공유와 기여 문화가 주춤하면 오픈소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현대의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에 심각한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잠정 합의안은 광범위한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고위험 AI 시스템을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이며, 정책 입안자들이 커뮤니티의 요청에 귀를 기울여 최종 문안이 개발자들이 EU에서 책임감 있고 개방적으로 계속 협업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는 낙관이 전망된다.

오픈소스는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깃허브의 전략

"오픈소스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는 조직이 오픈소스에 어떻게 의존하는지에 대해 교육하고, 조직이 의존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다"고 맥캘리는 강조했다.

깃허브는 최근 깃허브 스폰서(GitHub Sponsor)를 만들었다. 오픈소스의 사용자 입장에 있는 조직은 사용하는 오픈소스의 유지관리를 위해 인재 채용을 따로 진행할 필요 없이, 해당 오픈소스의 관리자에게 재정 지원을 직접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와 관리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전략 방안을 구축한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술 인재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고, 개발자들의 오픈소스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생 전략이 고안된 것으로 사료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이 정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일례로 독일 소버린 테크 펀드(German Sovereign Tech Fund)는 주요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유사한 재정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깃허브는 인터넷 자유 인프라를 지원하기 위해 오픈 테크놀로지 펀드(Open Technology Fund)의 무료 및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지속 가능성 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모든 조직은 기술 인재 유치를 넘어서 개발자가 흐름을 파악하고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되는 AI 도구에 투자하고, 경영진과 소통의 창구를 열어두고, 조직 내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EU의 AI 법안뿐만 아니라 다른 AI 규제 속에서도 오픈소스 개발 문화가 존중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영어 원문 기사는 AI 비즈니스에 게재되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태선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경기 침체에 말라가는 구직시장, "경력 이직도 어려울 것"

경기 침체에 말라가는 구직시장, "경력 이직도 어려울 것"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동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신입 채용 감소에 구직자들 '난감', "일자리 어디서 구하나"
사회적 '비관론' 확산, '쉬었음' 인구 중 20대 32만 명 달해
대기업도 피하지 못한 침체기, 안정성 지표도 '악화
HR이슈_인크루트_20240103
기업 인사 담당자가 뽑은 '2024년에 주목할 HR이슈' 설문조사 결과/출처=인크루트

인사 담당자들이 올해 HR(인사·노무) 분야에서 떠오를 가장 큰 이슈로 '신입 직원 채용 감소' 및 '이직 자제(리텐션)'를 꼽았다. 결국 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구직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최근 들어 중소기업을 넘어 대기업들까지 수익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기업 내부적인 분위기 조정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현 구직 상황이 사회적으로 고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에도 신입 채용 줄어들 것"

HR테크 기업 인크루트는 인사 담당자(기업 회원) 76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4일부터 21일까지 '2024년에 주목할 HR이슈'를 설문조사한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설문조사엔 대기업 45개, 중견기업 109개, 중소기업 614개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설문 조사는 인사담당자가 올해부터 적용될 인사제도, 임금, 복지, 그리고 최근 동향 등 여러 이슈 중 올해 관심 있게 보는 HR이슈를 1개 이상(복수응답)을 꼽는 형태로 진행됐다. 가장 많이 꼽힌 건 신입 채용 감소(28.9%)였다. 인크루트는 "2022년과 2023년 모두 채용 규모가 전년에 비해 줄었는데, 2024년에도 신입 채용 위축이 더 심화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정규직 대졸 신입 모집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경향이 발견됐다. 지난해 '신입 모집과 관련해 차질이나 변경 사항이 있나'는 질문에 기업의 60.4%가 '있다'고 답했으며, 그중 24.5%가 '계획한 신입 채용 축소나 취소(경력직 수시 충원 집중)'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로는 '전체 채용 규모 감축'(21.3%), '신입 채용을 수시 채용으로 전환'(17.0%)이 이어졌다. 신입 채용 위축과 더불어 경력직 리텐션 현상(23%)도 올해 예상되는 특징 중 하나로 꼽혔다. 경력직 리텐션이란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경력직들이 퇴사 및 이직을 자제하고 재직 중인 회사에 오래 다니려는 현상이다.

이외에 구직 포기자 증가(20.5%)에 대한 언급도 많았다. 신입 채용이 축소되면서 구직자들이 구직을 포기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일할 능력은 있지만 특별한 사유 없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 중 20대는 32만2,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과정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16.3%)도 네 번째로 꼽혔다. 최근 채용 과정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HR SaaS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자기소개서를 AI로 평가하는가 하면 인·적성검사를 온라인 게임화하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주 52시간제 유연 적용(15.9%) △이직시장 활발(14%) △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 사내 실업의 증대 (10.7%) 등이 올해 주목할 HR이슈로 꼽혔다.

Downward arrow made of dollar coins and banknotes on white background - Concept of loss of money and downward trend of dollar currency
사진=Adobe Stock

신입 채용 위축, 결국 수익성 악화가 원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신입 채용 위축이다. 특히 대기업의 대졸 신입 채용이 점차 감소하면서 취업 문이 더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진다. 실제 인크루트에 따르면 전체 응답 기업 중 정규직 대졸 신입을 1명 이상 채용한 곳은 68.2%였다. 이는 작년의 68.3%와 비슷한 수준인데, 채용률을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73.3%, 중견기업 83.5%, 중소기업 65.1%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은 최근 5년간 조사에서 가장 낮은 채용률을 기록했다. 대기업 채용률은 2019년 94.5%, 2020년 89.5%, 2021년 91.9%, 2022년 87.2%로 하락세다. 대기업의 경우 정규직 정기 공채가 지난해 17.4%에서 올해 43.9%까지 크게 올랐지만 이것이 전체적인 채용 규모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올해 대기업 채용 규모는 한 자릿수 33.3%, 두 자릿수 54.5%, 세 자릿수 12.1%로, 지난해의 한 자릿수 24.4%, 두 자릿수 58.5%, 세 자릿수 17.1%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 자릿수 비중은 늘고 세 자릿수 비중은 줄었다.

사회 전반에서 신입 채용 위축 현상이 나타나는 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성 자체가 적절히 견인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외부감사를 받는 비금융 국내 기업 3만129곳의 지난해 수익성 지표는 전년 대비 대부분 악화했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평균 5.3%로 2021년보다 1.5%p 떨어졌고, 세전 기준 순이익률도 같은 기간 7.6%에서 5.2%로 하락했다. 특히 중소기업(영업이익률 기준 5.6%→5.5%)보다 대기업(7.2%→5.3%) 수익성 하락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성한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 주력 수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의 경우 판매가격 하락과 재고자산 평가손실 확대로 수익성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결국 벌어들이는 돈이 없으니 인력 유지에도 힘을 못 쓰고 있다는 의미다.

안정성(재무건전성) 지표 악화도 눈에 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 총액을 자기자본 총액으로 나눈 비율인 부채비율은 102.4%로 전년 말(101%) 대비 1.4%p 상승했다. 이는 한은이 외감기업 경영 분석 조사 대상을 확대한 2013년 이후 2014년(106.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이자보상비율은 전체 평균 455.4%였다. 2021년 654%보다 200%p 가까이 급락한 셈이다.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돌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 못 하는 기업의 비중은 35.1%로, 전년(34.1%)보다 1%p 상승했다. 경기 침체로 대졸 신입 채용이 크게 줄어든 이후 대기업들마저 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그나마 신입 구직자들의 취업 등용문으로 작용하던 인턴 채용 비중도 크게 줄어 들었다. 현 상황이 사회적으로 고정되지 않도록 정부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동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율 경영이 '방만 경영'으로 변질된 카카오, 결국 창업주가 나선다

자율 경영이 '방만 경영'으로 변질된 카카오, 결국 창업주가 나선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장형원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거대한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작은 사건도 무관심하게 지나치지 않고 하나하나 신중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카카오 ‘CA협의체’ 개편, 김범수-정신아 공동의장 맡아
자율 경영→책임 경영으로의 전환, 카카오 계열사 중앙 통제 강화
전장에 나선 카카오 창업주와 은둔 중인 네이버 창업주, 두 회사 운명 갈릴까
김범수카카오의장_카카오_20240103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열린 4차 공동체 경영회의에 참석한 모습/사진=카카오

일명 ‘은둔의 경영자’라고 불렸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이자 경영쇄신위원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경영진 사법리스크, 내부 비리 의혹 폭로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닥뜨린 카카오가 그룹 쇄신을 위한 방안으로 '책임 경영 강화'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동안 자율 경영 기조로 부재하던 카카오의 컨트롤타워가 부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영 일선에 복귀한 카카오 창업주, 중앙 통제 강화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김 위원장과 13개 협약 계열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새로운 CA(Corporate Alignment)협의체 구성을 발표했다. 개편된 CA협의체는 김 위원장과 정신아 대표이사 내정자가 공동 의장을 맡는다. 창업주가 전면에 나섬에 따라 카카오는 기존의 자율 경영 기조에서 책임 경영 기조로 전환됐다.

CA협의체는 그룹의 독립 기구로, 카카오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내부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조직이다. 김 위원장이 맡은 경영쇄신위원회를 비롯해 각 협약사의 핵심성과지표(KPI)와 투자 등을 검토하는 전략위원회 등 다수의 위원회가 협의체 산하에 포함된다. 구체적인 위원회 구성이나 개별위원회의 위원장 인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른 시일 내에 정리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그룹 차원 대표 및 임원 인사를 지원하고, 그룹협의회를 운영하는 사무국도 설치된다. CA협의체는 앞으로 한 달 동안 산하 실무 조직을 정비한 후, 2월부터는 매월 그룹협의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사회의 눈높이와 신뢰에 부합하는 성장 방향과 경영 체계가 필요하다”며 “인적 쇄신을 비롯해 거버넌스·브랜드·기업문화 등 영역에서의 쇄신을 끌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정 대표이사 내정자는 “계열사 대표들의 위원회 참여를 통해 그룹의 의사결정 맥락 이해를 높이고, 높아진 해상도를 바탕으로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이라며 “그동안의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를 벗어나 구심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뼈 아픈 자율 경영의 실패

카카오가 그간 지켜오던 자율 경영 기조를 버리고 중앙통제를 강화하는 책임 경영에 나선 이유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본래 김 위원장은 카카오 창립부터 자율 경영을 경영철학으로 내세우며 각 그룹사의 경영 권한을 존중했다. 이를 통해 영어 이름 사용, 수평적인 조직 문화, 정보 공유 활성화 등 카카오만의 직장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카카오는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 공정거래법 위반,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인한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45개이던 카카오의 국내 계열사 수는 현재 146개로 3배가량 늘었다. 특히 은행·모빌리티·온라인 쇼핑 등 굵직한 분야는 물론 미용실·영어교육·퀵 배달 등 동네 상권까지 모두 카카오 속으로 들어온 탓에 '카카오 제국'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CIO)가 구속되고, 김 위원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위기는 더욱 심화됐다. 11월에는 카카오가 약 4,200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약 3,000억원 규모의 복합문화시설 서울아레나 공사를 진행하며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카카오가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음에도 명확한 컨트롤타워 없이 지나치게 분산된 조직구조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패착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국내 대기업집단은 수직적, 중앙집권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자회사의 실수로 인해 그룹 전체에 피해를 끼지지 않도록 그룹 차원의 방향성 설정과 통제가 필요해서다.

하지만 카카오는 이와 정반대다. 카카오는 신사업을 추진할 때 조직 내 별도 조직으로 ‘CIC(Company in Company)’를 두고, 대부분의 의사 결정 권한을 위임해 사업을 진행한다. 이에 대해 한 경영 전문가는 “권한 분산에 기반해 별도 조직 형태로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는 전략적으로 효율적인 방법”이라면서도 “카카오는 조직의 분권화 정도가 지나치게 높아 ▲통제력 상실에 따른 전사적인 자원 활용의 비효율 ▲분권화된 조직의 미흡한 경영 역량에 따른 효율성 상실 ▲부분 최적화와 부분 이기주의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고, 이것이 쌓여 현재의 위기 상황이 초래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네이버-창업주-이해진_사진-출처-네이버_20240103

네이버와 카카오의 달라진 노선

결국 카카오의 위기 극복을 위해 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며 경영 쇄신 시험대에 섰다. 그는 “카카오와 계열사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자산규모로 재계 서열 15위 대기업임을 인정한다”며 “이제 벤처기업 스타일의 사업 확장이나 경영 방식을 버리고, 계열사 간 입장 조율, 골목 상권을 무리하게 침해하지 않는 사업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등 내부 통제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카카오 평생의 라이벌로 꼽히는 네이버와의 경영 노선이 달라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의 창업주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여전히 '은둔형 경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직 집권화를 강화하려는 카카오와 다르게 네이버는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GIO는 “지나친 권력과 강한 회사에는 자연스럽게 반감이 든다”며 “나는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 스노우, 웹툰 등이 네이버보다 커져서 네이버가 잊혀지고, 손자회사인 크림, 제페토 등이 자회사보다 커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기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내수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의 상반된 경영 스타일이 두 회사의 운명을 가를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장형원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거대한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작은 사건도 무관심하게 지나치지 않고 하나하나 신중하게 전달하겠습니다.

[해외 DS] 인도의 태양관측 인공위성, L1 중력 '섬'으로 향하다

[해외 DS] 인도의 태양관측 인공위성, L1 중력 '섬'으로 향하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효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

수정

작년 9월 2일 발사된 아디티아-L1, 라그랑주 1지점에 곧 도착 예정
궤도 안정성 및 적은 연료 사용으로 태양 관측에 이상적인 L1
라그랑주점 간의 중력 시너지를 파악해 비행 효율성이 더 높아질 전망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GIAI R&D Korea)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India_Aditya_L1_Space_ScientificAmerican_20240102
사진=인도우주연구기구(ISRO)

인도의 ‘아디티아-L1’(Aditya-L1) 탐사선은 며칠 안에 목적지인 라그랑주 1지점(L1)에 도착할 예정이다. 지구로부터 150만km 떨어진 지구와 태양 사이의 외딴 공간이지만 이미 4대의 다른 우주선이 L1에 주둔해 있다.

L1은 지구의 중력, 태양의 중력, 우주선 궤도의 원심력이 거의 정확히 상쇄되어 변화무쌍한 태양계의 중력장 속에서 비교적 안정된 '섬'을 형성하는 특별한 장소다. 그 결과 L1에 정박한 우주선은 적은 연료로 지구와 함께 태양을 공전할 수 있게 된다.

"궤도의 어느 지점에서도 지구가 태양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L1에서는 안정적인 태양 관측이 가능하다"고 미국 몬태나주립대학교의 천체 물리학자 닐 코니쉬(Neil Cornish)는 설명했다. 닐 코니쉬 교수는 라그랑주점을 설명하는 나사(NASA)의 공식 문서를 작성한 사람이다.

인도가 쏘아 올린 태양 정찰병

아디티아-L1(아디티아는 산스크리트어로 태양을 의미)은 올해 1월 첫째 주에야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예정이지만, 이미 자외선에 가까운 파장으로 태양 이미지를 전송하고 있다.

solar_disk_ISRO_20240102
사진=ISRO

탐사선은 곧 L1 주변의 '헤일로 궤도'(Halo orbit)에 진입한다. 궤도를 유지하기 위해 몇 주마다 추진기를 가동해 태양 주위를 돌게 된다. 다행히도 L1의 영역은 광대해서 근처에 있는 많은 우주선이 가까이서 마주치는 것은 고사하고 서로를 볼 수도 없다고 코니쉬는 설명했다. "밖에서 무언가와 마주칠 위험은 전혀 없다"라고 덧붙였다.

L1에 가장 오래 머물고 있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와 유럽우주국(ESA)의 합작품인 소호 태양관측위성(SOHO)과 같이, 아디티아-L1도 가시광선, 자외선 및 X선 파장의 빛으로 태양을 이미지화하여 태양 대기의 역학에 대한 귀중한 자료를 전송할 예정이다.

인도 우주국에 따르면, 탐사선은 태양 폭풍에 영향받는 '우주 기상'을 연구하기 위해 지구를 가리키는 4개의 장비와 태양풍과 태양 자기장에 대한 폭발의 영향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다른 곳을 겨냥한 3개의 장비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아디티아-L1의 주요 임무는 5년 동안만 지속될 예정이었지만, 앞서 언급한 L1 위치의 이점으로 인해 우주선의 작동 수명이 훨씬 더 길어질 전망이다. 소호도 2년만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25년 이상 L1에서 비행한 전력이 있으며, 2025년 말까지 임무 기한이 연장됐다.

라그랑지안 군도, 각 라그랑주 지점의 특징과 쓰임새

라그랑주 지점은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마다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1760년대 스위스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아이작 뉴턴의 중력 법칙에서 비롯된 '3체 문제'(three-body problem)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이래로 라그랑주 지점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탈리아계 프랑스 천체물리학자 조제프루이 라그랑주(Joseph-Louis Lagrange)는 오일러의 연구를 확장하여 1772년에 태양과 지구 사이의 중력에 의해 생성되는 5개의 지점을 발견했다. 이 점들은 라그랑주의 이름을 따서 라그랑주 지점이라고 불린다.

먼저 세 번째 라그랑주 지점(L3)은 태양으로부터 가장 먼 쪽에 있으며 지구 궤도보다 조금 더 멀리 떨어져 있다. 이에 따라 이 라그랑주 지점은 지구에서 바라볼 때 항상 태양에 가려져 있어, 지구와의 직접적인 통신이 불가능하다. 그곳에는 어떤 우주선도 주둔하지 않는다.

그다음으로 L4와 L5는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의 궤도를 공유하지만 각각 지구의 앞과 뒤에서 정확히 60도 떨어져 있다. 다른 라그랑주 지점들보다 안정성이 높은 구역이기 때문에 우주 먼지나 소행성들이 쉽게 몰려든다. 지구 중력에 편승하는 소행성들은 '트로이 소행성'(Trojan asteroids)이라고 부르며, 목성의 궤도 위를 목성과 함께 도는 목성 트로이군도 수십 개가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마지막으로 모든 지구-태양 라그랑주 점 중 최고의 명당은 L2다. L2는 지구를 사이에 두고 L1의 반대쪽에 자리 잡고 있는데, L2에서 태양을 바라보면 지구·달·태양이 모여 있어서 이 세 가지 행성에서 방출되는 빛을 쉽게 차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 결과 L2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비롯한 여러 탐사선이 선택한 궤도 목적지가 됐다. 이 지점에 가장 최근에 도착한 우주 망원경은 ESA의 유클리드다. 유클리드는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의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작년에 L2에 도착했다.

ESA의 우주과학 책임자인 천체물리학자 캐롤 문델(Carole Mundell)은 L2를 통해 지구의 지상 관측소에서 유클리드를 항상 볼 수 있고, 유클리드도 넓은 시야를 확보하면서 촬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지점은 방사선 환경, 열 안정성 및 시야 확보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이러한 장점들이 결합되어 유클리드 같은 고정밀 조사 임무에 이상적이다."

행성 간의 고속도로, 라그랑주의 궤도 시너지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우주선 궤적 전문가인 마틴 로(Martin Lo)는 라그랑주점을 태양계 전체로 뻗어 있는 '행성 간 초고속도로'라고 부른다.

지구에서 약 193만km 이내에 7개의 주요 라그랑주 지점이 있는데, 지구-태양계의 L1과 L2, 그리고 지구-달계의 '작은' 라그랑주 지점 5곳이다. 이 근처의 7개 지역은 모두 비슷한 궤도 에너지를 공유하기 때문에 우주선이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데 약간의 추진력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이는 마치 정글짐에서 바에서 바 사이를 스윙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로는 설명했다.

이러한 라그랑주점의 고효율 궤도 이동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달에 유인 탐사와 우주정거장 건설 등을 목표로 하는 NASA의 아르테미스 임무에 대한 로의 궤도 간 이동 연구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그는 현재 토성의 라그랑주점과 여러 위성 사이에 존재하는 복잡한 궤도를 연구하고 있는데, 이 위성 중 하나인 엔셀라두스는 태양계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기에 가장 좋은 장소일 수 있다고 한다.

"엔셀라두스는 남극 근처에서 얼음 기둥을 방출하는데, 우리는 이 궤도를 이용해 엔셀라두스 주변 궤도에 진입해 물질을 포착하는 방법을 결정하고 있다"라고 그는 말하며, 이는 적절한 장소, 속도, 시간을 맞추기 위해 가능한 가장 부드러운 스윙을 사용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이효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

고개 드는 ‘VC 시장 활성화론’, 상존하는 위험 요소 탓에 더딘 회복 예상

고개 드는 ‘VC 시장 활성화론’, 상존하는 위험 요소 탓에 더딘 회복 예상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2024년 국내 벤처투자 시장 전망 리포트
응답자 52.3% "투자재원 규모 확대 등 긍정적 전망"
글로벌 거시경제 불확실성 지속되며 신중론도
2024전망_벤처_20240102

국내 VC(벤처캐피탈) 업계 종사자 중 절반 이상이 2024년 벤처투자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투자 규모가 작년보다 증대할 것이라는 예상도 50%에 가까웠다. 각종 정책자금 규모가 확대되고, 회수시장 규제가 완화되며 오랜 시간 얼어붙었던 벤처투자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정책자금 비롯 투자재원 규모 확대 가능성 대두

2일 한국벤처투자(KVIC)에 따르면 올해 국내 벤처투자 시장 전망에 대한 질문에 국내 VC 종사자 654명 중 52.3%의 응답자가 긍정적(약간 긍정 49.7%·매우 긍정 2.6%)이라고 답했고, 25%는 부정적(약간 부정 21.3%·매우 부정 3.7%)이라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VC 종사자가 올해 벤처투자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가장 큰 근거로는 정책자금 등 투자재원 규모 확대(39.6%, 최대 3개 복수응답 가능)가 꼽혔고, 이어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회수시장 활성화(38.7%), 경기활황에 따른 펀딩 및 투자 확대(32.3%), 기업들의 질적 성장(30.0%)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운용규모(AUM) 가 1조원 이상인 대형 VC의 경우 올해 회수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AUM 1조원 이상 VC로 범위를 좁히면, 응답자의 57.4%가 IPO 및 M&A 등 회수시장 활성화를 근거로 올해 벤처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정적 전망을 내놓은 이들은 기관투자자(LP)를 비롯한 펀드 출자자 모집 난항(42.4%)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어 경기 침체로 인한 펀딩 및 투자 축소(35.2%), 투자재원 규모 감소(23.1%), 투자를 고려할 만한 기업 수 감소(19.7%)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시드 단계의 투자를 선호하는 응답자들은 펀드 투자자 모집의 어려움과 회수시장 악화를 더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시드 투자를 선호한다고 밝힌 이들 가운데 LP 등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졌다고 답한 경우는 51.4%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 국내 VC 종사자 65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KVIC는 먼저 654명을 정량 조사한 후, 3년 이상 업계에 종사한 8명을 선정해 2차 정성 조사를 전개했다. 해당 정성 조사에 참여한 한 심사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공 부문의 대규모 자금이 준비되고 있으며, 이같은 예산이 반영되는 올해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이라며 “모태펀드를 비롯한 정책자금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체 VC 출범 LP, 외부 출자 줄여 시장 경색 불러왔다는 지적도

하지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고, 금리 이외에도 국내 자본시장 내 다양한 리스크 요인이 산적해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이어지고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 우후죽순 생겨난 VC와 CVC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대기업 LP 및 은행권 LP들이 연이어 자체 VC를 출범하며 외부 출자를 줄인 탓에 펀딩 시장 회복에도 먹구름이 꼈다는 주장이다.

다수의 연구 기관이 내놓은 낮은 경제성장률 전망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보탠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 경제가 내수 증가세 둔화의 영향을 받아 2.2%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으며, 한국은행과 금융연구원 또한 2.1%의 소폭 성장을 예측했다. 나아가 LG경영연구원을 비롯한 일부 기관에서는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가 아직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한 만큼 한국의 주요 교역국인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의 경제 상황이 받쳐주지 않으면 우리 경제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1.2%를 제시했다.

올해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긍정적이라고 말한 VC 종사자 대부분이 ‘약간 긍정’을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KVIC의 벤처투자 시장 전망 조사에 참여한 경력 7년 차의 한 심사역은 “2022년까지 앞이 보이지 않던 벤처투자 시장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최악의 상태를 지나왔다”고 진단하면서도 “단기간에 시장 활황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으로선 시장에 심각한 악재는 보이지 않지만, 세계 경제에 크고 작은 위험 요소가 산적한 만큼 시장의 회복도 매우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