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 경쟁이 드러낸 안전 공백" 로보택시 사고에 자율주행 면허 발급 멈춘 中, AI 신뢰도 시험대
"과속 경쟁이 드러낸 안전 공백" 로보택시 사고에 자율주행 면허 발급 멈춘 中, AI 신뢰도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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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로보택시 운행 중단 사고에 자율주행차 신규 허가 발급 중단 급속도로 성장한 中 자율주행 산업, 경쟁에 치중해 안전성 검증 놓쳐 로보택시 산업 넘어 中 AI 기술에 대한 의구심까지 가중

중국 정부가 자율주행차에 대한 신규 운행 허가 발급을 전격 중단했다. 이달 초 자율주행 산업의 선두 주자인 바이두의 로보택시 운행 중단 사고가 과열됐던 관련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중국 자율주행 업계가 급속 성장 과정에서 메우지 못한 허점이 본격적으로 가시화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향후 세계 각국에 진출한 중국 로보택시 업체들은 물론, 중국 인공지능(AI) 산업 전반의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바이두 로보택시, 도로서 줄줄이 운행 중단
29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자율주행차 신규 운행 허가 발급을 중단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공업정보화부(MIIT) 등 정부 기관은 이달 초 로보택시 및 자율주행 시범 사업을 운영 중인 도시 관계자들과 회의를 갖고, 각 지방정부에 전면적인 자체 점검과 안전 감시 강화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에 따라 자율주행 기업들은 △로보택시 추가 투입 △신규 시험 사업 시작 △신규 도시 진출 등에 제약을 받게 된다. 중단 상황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 같은 조치가 나온 배경에는 이달 초 중국 우한에서 벌어진 바이두의 로보택시 서비스 ‘아폴로 고(Apollo Go)’의 운행 중단 사태가 있다. 앞서 지난 1일 우한 현지 경찰은 공식 발표를 통해 "바이두 로보택시가 시스템 오류로 인해 도로 한복판에서 갑자기 멈췄다는 신고가 다수 접수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차량은 고속도로와 주요 간선도로 위에서 정차해 교통 흐름을 방해했고, 이로 인해 추돌 사고까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한에서는 1,000대 이상의 아폴로 고 완전 무인 로보택시가 운행되고 있으며, 해당 사고로 영향을 받은 차량은 최소 100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사고 당시 중국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한 영상들에는 도로 위에 멈춰 선 로보택시들이 차량 통행을 막는 모습이 다수 확인되기도 했다. 차량 내부에는 문을 열 수 있는 기능이 탑재돼 있었지만, 승객들은 출퇴근 시간대의 혼잡한 도로 상황으로 인해 쉽게 하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승객은 최대 2시간 가까이 차량에 머무르기도 했다. 다만 별도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中 자율주행의 불안정한 성장 구조
시장에서는 중국 자율주행 산업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이 같은 문제가 불거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도한 업계 경쟁으로 인해 기능의 안전성 검증보다 서비스 출시 속도 및 마케팅 효과가 우선시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미완성 상태인 기술을 시장에 내놓고,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자율주행으로 포장해 홍보하는 등 선점 경쟁에 열을 올려 왔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기술의 한계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차량 기능을 과신하는 경향을 보였다.
자율주행 기술 확산 속도가 규제 체계를 앞지르면서 정책적 공백도 두드러졌다. 중국 정부가 명확한 규제 기준을 마련하기 전에 기술이 사실상 상용화돼 버린 것이다. 실제 자율주행 기술이 개화한 후 중국 정부는 한동안 여타 국가 대비 비교적 느슨한 규제를 적용해 왔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공개 베타 테스트’가 공공연히 허용될 정도였다. 공개 베타 테스트는 스마트폰 산업에서 차용된 방식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수천 명 규모의 사용자에게 기능을 먼저 배포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중국이 본격적인 규제 체계를 마련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지난해 4월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주요 완성차 업체 약 60곳을 소집해 새로운 규제 방향을 제시했다. 자율주행, 스마트 주행과 같은 표현 사용을 금지하는 등 고강도 마케팅 제한을 도입하고,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에 따라 적용 기술 수준을 명확히 표시하도록 명령한 것이다. 동시에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공개 베타 테스트를 전면 금지하고, OTA(무선 업데이트)를 통한 기능 배포 역시 사전 검증과 정부 승인 이후에만 이뤄지도록 했다.

中 AI 글로벌 입지 흔들릴까
관련 업계는 이번 아폴로 고 운행 중단 사태로 인해 이 같은 중국 자율주행 기술의 '허점'이 전 세계적으로 가시화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중국 로보택시 서비스가 직접 진출한 국가들에서 상당한 파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가 대표적인 예다. 앞서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 기업 위라이드는 지난달 말 우버 및 그랩과의 협력을 통해 두바이 주메이라와 움 수케임 지역에서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정식 출시한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우버와 UAE의 수도 아부다비,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등지에 총 1,200대 이상의 로보택시를 배치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위라이드는 최근 싱가포르 풍골 지역에서도 동남아시아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인 그랩과 함께 새로운 자율주행 대중교통 서비스를 개시했다. 해당 서비스는 주거 지역과 교통 허브·편의 시설을 잇는 고정 경로로 운행되며, 완전 무인이 아닌 안전 요원이 동승하는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이는 싱가포르 정부의 규제 정책 및 현지 대중교통 시스템의 특성을 반영한 전략으로 읽힌다. 위라이드는 현재 무료로 운영되는 해당 서비스를 향후 유료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아폴로 고가 낳은 중국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의문은 이러한 위라이드의 사업 확장 구상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현 사태가 단순 자율주행 기술을 넘어 중국 AI 기술에 대한 근본적 의구심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자율주행은 카메라·라이다 등 센서로 주변을 인식하고, AI가 객체를 판단·예측한 뒤 주행 경로와 제어(가속·제동·조향) 방향을 결정하는 대표적 AI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예측이 현실화할 경우 최근 활용도가 빠르게 제고되고 있는 중국 AI 모델들의 성장에도 제동이 걸리게 될 위험이 크다. AI 모델 마켓플레이스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 AI 모델들은 토큰 사용량 부문에서 처음으로 미국 모델의 총합을 앞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