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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수요 이탈에 전기차까지 부진" 침체기 맞이한 독일 자동차 업계, 국가 산업 전략 축 방산으로 이동

"中 수요 이탈에 전기차까지 부진" 침체기 맞이한 독일 자동차 업계, 국가 산업 전략 축 방산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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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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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시장 잃은 독일 자동차 업계, 전후방 산업 동시에 '휘청'
전기차 경쟁서도 中에 밀려, EU 전동화 정책·고비용 구조도 족쇄
독일 정부 본격 대응 착수, 제조업 기반 방산 분야에 활용

독일 경제의 중추인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 내에서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의 입지가 대폭 좁아진 가운데, 글로벌 전기차 경쟁에서도 중국에 밀려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며 업황이 빠르게 악화하는 양상이다. 이에 독일 정부는 유럽연합(EU)의 전기차 전환 정책에 제동을 걸고, 유휴 자동차 공장을 방위산업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는 등 자국 제조업을 지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위기의 독일 자동차 산업

28일(현지시각) 폴란드 경제 전문지 뱅크이어(Bankier.pl)는 독일 자동차 부품사들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줄줄이 공장 폐쇄 및 파산 절차에 돌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필터 시스템 전문 기업인 만앤휴멜은 독일 슈파이어 소재 생산 공장을 오는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독일 내 생산 유지를 가로막는 요소로 에너지 비용, 높은 임금 수준, 낮은 성장률 등을 지목했다. 90년 전통의 차량용 전기 배선 전문 업체 에리히 제거는 최근 프리드베르크 지방법원에 파산을 신청하기도 했다.

완성차 기업들 역시 위기에 빠진 것은 마찬가지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44% 급감했고, 메르세데스-벤츠 또한 순이익이 49% 빠졌다. 같은 기간 포르쉐와 BMW의 영업이익도 각각 98%, 55.4% 폭락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사실상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기 침체에 빠졌다는 분석마저 제기된다.

이에 각 기업은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례로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경제 뉴스 매체 매니저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생산 능력을 추가로 100만 대 줄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반적인 목표는 전 세계 연간 자동차 생산량을 당초 1,200만 대에서 900만 대까지 감축하는 것이다.

곳곳에서 치명적 악재 누적

독일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빠진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중국 시장의 수요 감소가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중국은 한때 독일 자동차 업계의 최대 시장이었다.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가 모두 전 세계 판매량의 30~40% 이상을 중국에서 올리던 시기가 있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수년 사이 중국 경제가 가라앉으며 상황이 뒤집혔다. 현지 소비자들이 줄줄이 지갑을 닫자 독일 브랜드가 강점을 보이는 럭셔리 세그먼트의 판매가 위축된 것이다. 미국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글로벌 모빌리티 데이터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 브랜드의 중국 내 전체 판매량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25% 급감했다. 특히 중국 시장 점유율 1위였던 폭스바겐은 2024년 현지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에 선두 자리를 내줬고, 지난해에는 지리자동차에 밀려 순위가 한 계단 더 떨어졌다.

내수 시장에서 독일 브랜드를 밀어낸 중국 완성차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들의 경쟁력이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전기 분야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브랜드는 전 세계 전기차 판매의 약 55%를 차지했다. 유럽·동남아시아·중남미 등지에서 중국산 차량 수요가 늘며 수출이 대폭 증가한 결과다. 반면 같은 기간 독일을 포함한 유럽의 점유율은 약 20%대 중반에 그쳤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전기차 모델을 대거 출시하며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음에도 불구, 판도가 좀처럼 변하지 않는 양상이다.

독일 전기차의 핵심 약점으로는 가격 및 소프트웨어 경쟁력 부족이 꼽힌다. 특히 폭스바겐의 경우 자체 소프트웨어 자회사(CARIAD)가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중국 기업과 협력해 전기차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틀기도 했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에 7억 달러(약 1조400억원)를 투자하며 4.99%의 지분을 확보한 것이다. 지난달 공개된 양 사의 첫 공동 개발 차량 ID. UNYX 08에는 샤오펑의 ‘투링’ 인공지능(AI) 칩과 XNGP 자율주행 아키텍처가 탑재돼 있었다. 이 밖에도 폭스바겐은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도 50억 달러(약 7조4,400억원)를 투자하며 소프트웨어·전기차 플랫폼 공동 개발(합작법인 설립)에 나섰다. 시장에서 폭스바겐이 사실상 하드웨어 외주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흐름은 EU 내부의 무리한 전기차 전환 정책과 맞물리며 업계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경쟁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전기차를 정책적 압박하에 생산하게 되면서 비용 및 수익성 부담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EU는 지난 2023년 2035년부터 역내에서 판매되는 신차와 승합차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2021년 대비 100% 감축하도록 의무화한 바 있다. 사실상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한 셈이다. 현시점 감축 목표는 역내 업계의 반발에 따라 90%로 하향 조정된 상태이나, 시장에서는 EU의 정책 성격이 여전히 전면 전환 압박에 가깝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독일 제조업의 고비용 구조 역시 위기를 가중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독일 내 자동차 생산 단가는 동유럽 대비 약 30~40% 높다고 추산된다. 높은 인건비, 강한 노동조합, 경직된 노동 규제, 엄격한 환경·품질 기준 등이 전반적인 투입 비용을 끌어올린 것이다. 여기에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강세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달러로 결제되는 원자재 수입 비용 부담 역시 대폭 증가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굳어진 고에너지 가격 체계도 전력 소모가 큰 제조업계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정부, 경제 타격 최소화에 총력

독일 정부는 이러한 자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타파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U의 내연기관차 퇴출 압박에 정면으로 제동을 건 것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독일 정부가 발표한 경제 패키지에는 2035년 이후에도 신규 내연기관차 등록을 허용해야 한다는 기술 중립성 원칙이 명시됐다. 자국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를 파괴하면서까지 전기차 전환에 발맞추지는 않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탄소 중립 연료나 첨단 바이오 연료를 사용하는 자국 내연기관차를 ‘제로 에미션(무배출)’으로 인정하라는 요구로 읽힌다.

자동차 중심이었던 제조업 기반을 방산 생산 거점으로 재편하는 전략도 추진 중이다. 유휴 공장과 숙련된 노동력을 재배치해 경제를 지탱하겠다는 구상이다. 독일은 지난해 3월 헌법상 부채제동장치를 완화해 국내총생산(GDP)의 1%를 초과하는 방위비 지출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별도로 5,000억 유로(약 868조7,300억원) 규모의 인프라 특별기금을 조성한 상태다. 이미 방산 분야에 쓰일 재정이 확보돼 있는 셈이다. 이에 더해 유럽 방산 기술 벤처 투자의 90%가 독일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산업 재편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민간 역시 이 같은 흐름에 가세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스라엘 방산업체 라파엘과 2027년부터 독일 오스나브뤼크 공장에서 '아이언 돔' 미사일 부품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162년 역사의 엔진 기업 도이츠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패트리엇 시스템용 발전 엔진을 공급하며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 없이 15%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자동차 부품 대기업 셰플러도 방산 부문을 신설하고 드론 엔진, 장갑차 탑재 시스템, 군용 항공 부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독일 방산 기술 기업 헬싱과 드론 개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연간 1만~2만 대, 위기 시 최대 10만 대 규모의 드론 생산 능력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수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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