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中 중심 산업 재편, 기술 격차 키우는 ‘역량 충격’
[딥폴리시] 中 중심 산업 재편, 기술 격차 키우는 ‘역량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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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주도 핵심 산업 재편, 경쟁력 구조 변화 생산·기술 축적 집중, 타국 제조 기반 위축 교육–산업 연결 약화, 역량 중심 정책 전환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배터리 셀 생산의 80%를 차지했다. 그동안 주요국 정책당국은 이러한 중국의 영향력을 성장률과 물가, 무역수지 같은 거시 지표로 해석해 왔다. 그러나 지표 중심 접근만으로는 더 이상 생산과 기술 중심이 특정 국가로 집중되고, 국가 간 산업 역량 격차가 확대되는 구조적 변화를 설명하기 어려운 국면이 분명해졌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발 파급효과가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역량 충격(Competence Shock)’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충격은 다른 국가의 산업 기반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자국 내 생산이 줄어들수록 연구 성과의 산업 활용도는 낮아지고, 교육 역시 실제 일자리와의 연결이 약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실물 경제로 확산되는 중국발 충격
최근 연구들은 중국발 충격이 이미 실물 경제 전반으로 확산됐음을 보여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경기 둔화는 글로벌 기업의 매출과 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통화정책 역시 미국 중심의 금융 경로보다 무역과 생산 연계를 통해 외부로 전달되는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시나리오 분석도 같은 흐름이다. 중국의 수출 가격이 하락하면 유로존과 미국 시장에서는 수입품 가격이 내려가고, 이는 물가를 낮추는 동시에 기업 간 가격 경쟁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거시적 접근만으로는 장기적인 산업 구조 변화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중국발 경제 충격이 전이되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가 규모의 경제와 공급망 통제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하면 다른 경제권은 생산과 설계, 고도화 과정에서 축적되는 학습 기회를 잃게 된다.

전략 산업 집중이 만든 구조 변화
이러한 역량 충격은 산업 현장의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태양광 제조 전 단계에서 8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했다. 배터리 셀 생산의 80%, 양극재 약 85%, 음극재는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구조는 단기적으로 저가 공급을 통해 친환경 전환을 앞당기는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공급이 특정 국가에 집중될수록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은 약해지고, 다른 국가의 산업 기반을 구축할 여지는 줄어든다. 가격 경쟁력 확대는 생산과 기술 축적의 기회를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최근 산업정책 연구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고기술 산업에서 불균형한 정책 지원이 이어질 경우 혁신과 생산성은 특정 국가로 집중되고, 상대국의 제조업 기반은 점차 약화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보조금 수준은 다른 국가를 크게 웃돌며, 그 규모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확대됐다. 현재 상황은 단순한 무역 확대를 넘어 정책을 통해 산업 역량이 재편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교육 기반 흔드는 산업 공백
이러한 중국발 역량 충격은 교육 정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교육 시스템은 숙련된 공급망과 연구 환경, 고도화된 산업과 결합될 때 기능을 발휘한다. 인력 양성 역시 생산 공정과 설계, 현장에서의 시행착오를 통해 이뤄지는 구조다. 따라서 산업 기반이 약화되면 교육과 산업을 연결하는 구조도 함께 흔들린다. 도제 체계가 축소되고 중간 숙련 기술 인력이 줄어들수록 공학과 재료 분야 등 실용 학문의 수요도 약해진다.
이 흐름이 이어지면 교육은 국내 산업이 활용하지 못하는 기술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게 된다. 유럽의 사례는 이러한 변화를 잘 드러낸다. 중국과 유럽 간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비용 격차가 확대되면서, 유럽의 교육 시스템은 점차 역외 공급망을 전제로 한 인력 양성 구조로 재편됐다. 이는 교육이 일자리로 연결된다는 기대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역량 재건 위한 전략적 대응
핵심 산업의 생산과 기술 축적이 해외로 이전되면서 정책 대응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산업 기반이 약화되면 생산과 연구, 교육이 맞물리던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교육을 산업과 분리된 영역으로 보는 접근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산업이 뒷받침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교육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폐쇄적 보호주의로 회귀하는 방식 역시 해법이 되지 않는다. 기술 확산을 막고 비용을 높이는 접근은 오히려 경쟁력 회복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개방을 유지하면서도 핵심 산업 역량을 재구축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교육 정책 역시 전환이 요구된다. 단기 인력 수급 대응을 넘어 전략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대학은 연구 성과뿐 아니라 생산과 상용화 기여까지 평가받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재료공학과 전력전자, 첨단 제조 소프트웨어 등 핵심 분야에는 응용 연구 기관과 재교육 프로그램을 포함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핵심 산업의 생산이 특정 국가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본질적인 위험은 무역 의존이 아니다. 미래 기술과 산업을 학습할 기반이 약화되는 데 있다. 산업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술 교육만으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교육이 현실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이를 뒷받침할 산업 환경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hina Spillovers and the New Capability Shock in Educatio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