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연결고리 끊는다” 가속 페달 밟는 ‘바이 유러피언’, NATO 차세대 AWACS ‘유럽산’으로 선회
“미국과 연결고리 끊는다” 가속 페달 밟는 ‘바이 유러피언’, NATO 차세대 AWACS ‘유럽산’으로 선회
입력
수정
미국 중심 AWACS 체계 균열, 사브·봄바디어 연합 모델 부상 국방비 증액·전시 수준 재군비, 유럽 내부 방산 결속 강화 스웨덴 '글로벌아이' 기술 우위 부각, 차세대 AWACS 경쟁 구도 재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차세대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도입 사업이 미국의 독점 체제를 종식하고 유럽 연합형 모델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다. 대서양 동맹을 관통하던 안보 기조의 근본적인 균열을 방증하는 이번 결정은 유럽의 강고한 전략적 자율성과 독자적인 방위산업 생태계 구축 의지를 드러낸다. 이는 1980년대부터 이어진 나토 공중 감시체계의 근간이 전면 교체되는 동시에, 약 40년 만에 유럽산 플랫폼이 동맹의 핵심 감시 자산으로 편입되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사브·봄바디어 컨소시엄, 나토 AWACS 도입 사업 수주 가능성
28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매체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Frankfurter Rundschau)는 나토 관계자를 인용해, 미군의 E-3 센트리 14대를 대체할 차세대 플랫폼으로 캐나다 봄바디어(Bombardier)와 스웨덴 사브(Saab)의 연합 솔루션이 유력하게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나토지원조달청(NSPA)은 새로운 플랫폼 구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양사의 협력 모델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평가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해당 사업은 나토의 연합 미래 감시·통제(AFSC)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된 장기 프로젝트로, 2016년부터 본격적인 후계 기종 검토가 진행돼 왔다. 노후 기체 증가, 유지비 상승, 가동률 저하 등 기존 E-3 체계의 운영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나토는 새로운 감시·지휘 통제 체계 구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후화된 E-3는 기체 평균 연령이 40년에 달하며 유지비 상승과 가동률 저하가 누적된 상황이다. 이번 결정이 공식화될 경우 1980년대 이후 이어져 온 보잉 독점 구조가 붕괴되는 첫 사례로 기록된다.
새 솔루션으로 거론되는 것은 봄바디어 글로벌 6000 또는 개량형 글로벌 6500을 플랫폼으로 삼고 사브가 개발한 글로벌아이 시스템을 탑재하는 방식이다. 10~12대 규모가 검토되고 있으며 계약 규모는 수십억 유로에 달한다. 특히 봄바디어 입장에서는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 계약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이란 드론에 망신살 뻗친 美 '하늘의 눈'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잉의 E-7A 웨지테일(Wedgetail)이 E-3의 후계 기종 유력 후보로 꼽혔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편입 추진부터 나토 탈퇴 시사까지 지속적인 압박을 이어가면서 관계가 악화했다. 이에 유럽의 태도도 바뀌고 있다. 마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2025 나토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으로 군대가 없는 아이슬란드 제외한 32개 모든 나토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의 국방비 지출 목표를 사상 처음으로 100% 달성했다. 일부 동유럽 국가들은 이 비중을 5%까지 끌어올리며 사실상 전시 체제에 준하는 군비 확장에 나섰다.
뤼터 사무총장은 보고서를 통해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의 군사력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시대는 끝났다”며 “우리의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는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일어났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규제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채택한 ‘유럽 방위산업전략(EDIS)’에 따르면, EU는 오는 2030년까지 국방 조달 예산의 최소 50%를 유럽 역내 제품 구매에 사용하고 공동 조달 비중을 40%까지 높일 계획이다.
여기에 최근 중동에서 발생한 E-3 센트리 파괴 사례 역시 나토의 내부 판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E-3는 떠다니는 지휘소, 고성능 레이더 기지로 불릴 정도의 첨단 항공기로 가격이 수천억∼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에서 운용 중인 E-3 기종이 전투에서 손실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작 수천만원에 불과한 이란 드론 때문에 발생한 이 같은 사태는 미군의 능력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 입장에서는 미국산 플랫폼 의존에 대한 리스크가 구체적 사례로 확인된 셈이다.
유럽산 무기 조달 원칙 가속
이에 향후 EU의 '유럽산 무기 구매 원칙'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는 지난해 3월 ‘세이프’(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로 이름 지어진 1,500억 유로(238조원) 규모의 무기 공동조달 대출금 지원 세부 규정을 발표했다. 대출금은 EU 예산을 담보로 하고, 만기는 최대 45년이며, 회원국은 2030년까지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완제품 가격의 최소 65%는 EU·유럽경제지역,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스위스·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 우크라이나의 계약자 및 하청업체에서 구매해야 한다. 나머지 최대 35%는 안보협정이 체결된 비(非) EU 국가로부터 구매할 수 있다. 이는 방위 사업도 유럽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바이 유러피언’ 정책의 연장선이다.
유럽산 우선 구매 흐름은 이미 프랑스를 필두로 가시화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6월 부르제 에어쇼에서 스웨덴과 방위 협력 강화를 발표하며 글로벌아이 구매의향서에 서명했다. 프랑스 방위사업청(DGA)이 체결한 계약에는 사브의 글로벌아이 2대를 추가로 구매할 수 있는 옵션도 포함됐다. 이 항공기들은 프랑스의 노후화한 보잉 E-3F 센트리 5대를 대체할 예정이다.
글로벌아이의 핵심은 동체 상부에 탑재된 '에리아이 ER(Erieye Extended Range)'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다. 이 레이더는 350해리(약 650km) 이상의 탐지 거리를 자랑하며, 순항 고도에서 저고도로 침투하는 위협 물체도 285마일(약 458km) 밖에서 식별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아이는 공중 감시에만 치중했던 기존 조기경보기의 한계를 뛰어넘어, 공중·지상·해상 등 전 영역을 동시에 감시하는 세계 최초의 '스윙 롤(Swing-role, 전투기가 임무 도중 공중 우세 임무와 지상 공격 임무를 유연하게 전환하는 능력)' 능력을 구현했다.
우선 공중에서는 미국 스텔스 기술이 적용된 미래형 위협 자산까지 탐지해내는 능력을 갖췄다. 해상 감시 능력 또한 탁월해 수평선 너머의 제트스키 같은 초소형 선박은 물론, 탐지가 극도로 어려운 잠수함의 잠망경까지 식별해낸다. 지상 작전 지원 시에는 이동표적식별(GMTI) 기능을 활용해 원거리에서도 이동 중인 차량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어, 사실상 육해공을 아우르는 '전지적 시점'을 제공한다. 또한 11시간 이상 체공이 가능한 이 기체는 획득한 다영역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합해 지휘부에 전달함으로써, 평시 국경 감시부터 전시 타격 지휘까지 '올라운드 플레이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한편, 사브는 유럽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는 동시에, 한국 등 외부 시장으로의 확장도 병행하고 있다. 사브는 향후 글로벌아이를 한국의 적 무기 탐지·선제 타격 체계인 ‘킬체인(타격순환체계)’에 포함하는 경우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브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지난해 10월 ‘한국 조기경보통제기 2차 사업과 향후 국내 사업에 대한 산업 협력 및 기술 이전을 위한 업무 협약(MOU)’를 체결하고 연합 전선을 꾸린 상태다. 글로벌아이는 한국이 1차 사업에서 미국 보잉사의 E-737 피스아이(E-7)를 도입한 만큼, 2차 사업에서도 우선 순위가 밀리는 게 현실이지만, 이를 현지 최대 항공 방산업체인 KAI와의 기술 이전 협약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